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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는 카톡…'안읽씹' 사라지지 않는 '1'



(이미지=스냅타임)

"인스타는 하면서 카톡은 대체 왜 안봐"


대학생 장혜빈(22)씨는 진동하는 휴대전화를 힐끗 쳐다보곤 그대로 뒤집어 놨다. 수많은 메세지에 답장을 하기 귀찮아 안읽씹(메세지를 확인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을 한 것이다.

시시콜콜한 얘기에 일일이 답장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장씨의 태도가 불만인 친구들은 한마디씩 했다.

장씨는 메신저 하나로 인간관계 능력을 평가 받는 게 의아했다. 의미 없는 말에 답장을 바라며 연락 재촉을 하는 친구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씨는 "중요한 얘기면 전화로 하면 되는 데 카톡 하나에 너무 예민하다"고 말했다.

'사바사(사람by사람)' 현상 강해져


"업무 책임자 누구지? 이사회에 올릴 안건 정리해서 지금 보내줘. 빨리."

회사원 최원재(25)씨는 이달 초 휴가 중 부서 단체 톡방에 올라온 부장의 메시지에 화들짝 놀랐다. 해당 업무의 책임자가 바로 최씨였던 것.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최씨는 공항버스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 업무를 봐야 했다.

그는 "분명 전날 해당 업무에 대한 보고서를 올리고 왔는데도 부장이 모른 척 업무 지시를 내리는 건 일부러 더 그러는 거 아니냐"며 "휴가 때 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굳이 안부 인사부터 명언이나 아재 개그 등 업무와 상관없는 내용이 수 십개씩 쌓이다 보면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고 했다.

이어 "평소에 핸드폰으로 타자하는 게 귀찮아 PC로 하는데 막상 의자에 앉아 쌓여있는 메시지를 보면 답장하기 귀찮아서 미룬다"며 "카톡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미루다 보니 저절로 안읽씹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이 전국의 제조업·서비스업 근로자 240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서 응답자 86.1%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피로감 '번 아웃 증후군' 연결될 수도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두잇서베이는 최근 성인 남녀 25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85%가 "인간관계에서 피로감을 느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중 46%는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연락처 삭제, SNS 탈퇴 등의 방법으로 '인맥 다이어트'를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취준생인 이병재(24)씨는 "안읽씹으로 인맥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모든 인간관계를 잡으려다 불행해지기 보다는 질적 관계에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 시간 경계를 허무는 스마트기기의 보편화는 근로자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심하면 번아웃 증후군 현상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번아웃 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사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 이런 현상이 적다"며 "우리나라는 사적인 공간을 구분하지 않는 특유의 사회 분위기가 이런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승관 기자, 유정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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