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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구한다고 했더니 이상한 문자만 와요"


"알바 당일 지급! 4~5시간에 25만원. 괜찮으면 답장주세요!"

여름방학이 다가오자 여대생 박유연(21)씨는 용돈 벌이를 위해 과외구직사이트에 신상정보를 등록했다. 학교, 학과,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과외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 상세히 적어 올렸다. 여기까지는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과외 선생님으로 정식등록 하려면 본인 얼굴이 나온 사진을 올려야 한다. 이해할 수 없지만 과외를 구하기 위해 올렸다.

과외사이트에 올라온 전화번호를 통해 20대 후반 남자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어릴 때 부터 외국에 살고, 10년 동안 운동만 해서 영어 문법을 하나도 몰라요. 수능을 봐서 대학에 가고 싶어요"라며 어눌한 목소리로 간곡히 부탁한다.

과외비는 주 2회 2시간, 월 100만원를 준다고 한다. 왠지 수상해서 거절하니 과외비가 120만원으로 뛴다.

 

(자료=네이트 판 등 캡쳐)

내 전화번호가 공공재도 아니고


K대학교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제보가 올라왔다. 주 2회 80만원을 제안하면서 면접 장소는 자기가 사는 아파트였다. 다른 곳에서 면접을 보면 안 되냐는 말에는 답장도 오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고액 아르바이트비에 면접 장소까지 이상해서 거절했는데 옆에 있는 친구도 같은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이제 과외도 장기 털리는거 조심해야겠다" "범죄자의 냄새가…" "진짜 무서운 세상"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미지=이미지 투데이)


 

개인정보 보호할 강력한 필터링 필요


비슷한 일들이 과외중개사이트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서도 빈번하다.

여대생 김주희(24)씨는 구직사이트에서 공개이력서로 바꾸자마자 '터치 없는 대화 카페, 시급 4만원'이라는 문자가 왔다고 한다. 김씨는 "이런 문자만 받아도 기분이 확 나빠진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구직사이트가 돈이 필요한 대학생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한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공개이력서를 통하면 쉽게 성별, 나이, 전화번호를 볼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구직 사이트 한 관계자는 “기업 측에서 이력서를 열람하려면 기업 인증을 반드시 거쳐야한다”며 "엄격히 확인절차를 통해 정상 기업에 한해서만 인증을 허가하고 있어 불법 업체가 끼어들 여지가 적지만 혹시라도 불법 업체가 있다면 신고해달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자 대부분이 유사성매매업소에서 여대생을 유인하거나 보이스피싱, 다단계 가담자를 모집하는 문자라고 지적했다.

취재 결과 대부분의 구인구직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볼 수 있는 기업회원이 되는 것은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된다. 사업자등록증 확인 등 기본 정보와 일정 금액만 제공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악용하고자 하는 이들은 사업자등록증을 허위로 조작해서 제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나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알바천국 측은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본인인증만 하면 기업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서는 공지사항에 '고액아르바이트를 빙자한 모집 글에 유의하라'는 주의게시글까지 올라와 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후기를 남기는 게시판에서 '이런 알바를 해도 되나요'라는 고민 글을 여럿 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유명한 구직 사이트에서는 더 강력한 필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현재 알바 고용을 사칭하면서 미성년자 신상정보가 노출된 이력서를 자유롭게 열람하도록 한 업체에 대해 이를 제한할 기준이 사실상 없다"며 "성폭력 사고를 포함한 여러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승관 기자, 배진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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