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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봉'?…보호장치 없는 크라우드펀딩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일반 소액투자자의 연간 크라우드펀딩 투자 한도를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렸다.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를 확대하고 투자자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금보장’에 속은 투자자…중개사 책임회피

(사진=와디즈 캡쳐)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대중(Crowd)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Funding)’는 의미다. 2016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중소·벤처기업도 온라인 중개사를 통해 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프로젝트 제작사가 투자자에게 채권·주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1위 크라우드펀딩 중개사 와디즈에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 ‘부루마불M’ 개발사 ‘아이피플스’는 770명의 투자자로부터 7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집했다.

투자 상품은 연 이자율 10%의 6개월 만기 채권으로 게임 다운로드 수에 따라 최대 연 200%의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 원금손실이 가능한 상품이지만 제작사는 ‘원금 보장형’을 내세워 투자를 유도했다.

지난 5월 상환일이 다가오자 제작사는 갑작스레 “상환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월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쳐 자금 확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에 상환일을 1년 연장해 3개월 단위로 분할 상환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투자자들은 제작사의 늦장대응과 불투명한 원리금 상환에 ‘제작사의 원금 보장 글만 없었어도 투자하지 않았을 것’, ‘신종 사기다’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 피해자는 "아직 원리금 상환은 받지 못했고 구체적인 상환계획은 정해진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자 소송단에 소송위임을 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중개사 역시 피해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제작사가 여러 차례 중개사 홈페이지를 통해 ‘원금 보장’을 언급했지만 중개사가 이를 제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디즈는 “발행기업의 게시물을 임의 삭제할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사진=와디즈 캡쳐)


(사진=온라인 P2P 카페 댓글 캡쳐)


와디즈는 이후 마감된 크라우드펀딩의 ‘피드백’과 ‘새 소식’ 게시판을 투자자와 발행기업만 확인할 수 있도록 전환했다. 예비 투자자들은 마감된 프로젝트의 투자자 의견과 제작사의 최근 소식을 확인할 수 없다. 이에 온라인 P2P카페 회원들은 ‘와디즈가 점점 귀를 닫는 것 같다’,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해당 펀딩의 투자설명서만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냐’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허술한 법망…투자자 법적 보호 어려워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온라인 소액투자중개업자는 단순 중개 업무만 가능할 뿐 투자자문 행위 등이 금지돼 있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 제도인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의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제작사의 부실채권으로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해도 크라우드펀딩 중개사는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법조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온라인 소액투자중개업자'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자'로 정의할 수 있다"며 "투자중개업자는 고객에 대한 설명의무 책임이 있다"고 해석했다.

‘적합성 원칙’은 금융투자업자가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에 비추었을 때 그 일반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제46조에 명시돼 있다.

또한 ‘설명의무’는 금융투자업자가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 금융투자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른 위험 등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본시장법 제47조에 해당한다.

만약 금융투자업자가 이를 위반할 시 일반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예탁결제원에서 운영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크라우드넷’ 홈페이지에는 온라인 중개사를 ‘금융투자업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중개사의 법적 지위는 ‘온라인 소액투자중개업자’에 해당해 투자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크라우드넷 캡쳐)


 
일부 중개사 직접 투자자 보호 나서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크라우드펀딩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크라우드펀딩 투자 한도 확대 등’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일반투자자의 투자 한도 확대, 자본시장을 통한 사회적기업의 자금조달 지원 등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방안이 들어 있지만 투자자 보호 개선 사항은 찾아볼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투자위험과 청약 내용 이해도를 평가하는 적합성 테스트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국크라우드펀딩협회 관계자는 “중개사들이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검증하는 과정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며 “투자자의 판단을 도와주는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수익이 창출돼야 하지만 낮은 수수료로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면 중개사 자체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 변호사는 "투자자 보호는 결국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을 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투자자 보호와 조달 비용을 같이 고민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사진=오마이컴퍼니, 오픈트레이드 홈페이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마이컴퍼니' 관계자는 “원금을 보장하는 크라우드펀딩 투자 상품은 없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위험을 고지하고 가능한 한 사업자와 중개사 간의 공동계좌를 만들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가 완료된 크라우드펀딩이라도 투자자들이 주고받은 내용을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픈트레이드' 관계자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을 선별하고 심의위원회를 거쳐 펀딩을 진행한다"며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표가 직접 실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리금 상환 계약서를 작성하고 최대한 보증·실물 담보·매출채권 담보 설정을 문서화 해 투자자의 원금 손실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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