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준생 이의진(27)씨는 추석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앞선다. 취업 준비 2년 차인 그는 추석을 맞이해 모인 친척들로부터 질문세례를 받을 게 뻔하다. 그는 “차라리 혼자 집에 있는 게 편하다. 할머니 댁 정말 가기 싫다”고 진저리를 냈다.
20대 대학생·취준생에게 온 가족이 함께하는 추석은 더는 즐거운 대 명절이 아니다.
작년 구인·구직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서 2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1.9%가 다가오는 “추석을 혼자 보내겠다”고 답했다. 혼자 추석을 보내고 싶은 이유로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서’가 23.4%로 2위를 차지했다.
추석 연휴 동안 잔소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잔소리마다 가격을 책정해 놓은, 일명 ‘추석 잔소리 메뉴판’이 커뮤니티 사이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제발 참견하지 말아 주세요”
20대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취업’이다. 취업 준비로 스트레스를 이미 받고 있는 가운데,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은 무심하게 취업에 관한 잔소리를 한다.
알바천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대의 76.3%가 명절에 가족과 친척들의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나타났다. 이어, 대학생들은 ‘좋은데 취업해야지’ (44.9%)와 ‘졸업하면 뭐할 거니?’(14.3%)와 같은 취업 관련 잔소리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추석이 기다려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복수응답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취업’에 관한 질문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취업은 했니’가 46%로 1위, ‘연봉은 얼마를 받니’는 38.4% 2위를 차지했다.

추석 잔소리 메뉴판…’잔소리하려면 돈을 내세요’
잔소리에서 벗어나고자 20대는 추석 연휴 동안 여행을 가서 친척들과의 만남을 회피한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20대 2명 중 1명(54.8%)가 추석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여행을 간다고 밝혔다.
작년 한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던 ‘추석 잔소리 메뉴판’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저의 걱정은 유료로 판매한다”는 재치있는 문구와 함께 잔소리 항목별 가격을 매긴 메뉴판이다.
해당 잔소리를 하기 위해서 가격표에 기재된 돈을 낸 후에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 준비는 아직도 하고 있니’는 15만원, ‘졸업은 언제 할 생각이니’는 15만원, ‘회사에서 연봉은 얼마나 받니’는 20만원이다.
이 메뉴판을 접한 취준생 장모씨(27)씨는 “이젠 오랜만에 친척을 볼 수 있는 ‘반가운’ 명절이 아니다”라며 “오죽하면 이런 메뉴판이 등장했을까”하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