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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사람이 어울리는 곳 만들고파”





[펫팸스토리]
‘101마리 고양이 엄마’ 박서영 고양이정원 대표
패션업계 회사원, 고양이 엄마로 ‘변신’
“성공한 공생 문화 보여주는 사례 됐으면 해요”

만져달라고 먼저 다가오는 개냥이(사진=스냅타임)


도도한 모습의 고양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머리를 들이미는 고양이부터 쓰다듬어 달라고 동그란 손으로 사람을 툭툭 건드리는 고양이까지.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랑스러운 냥이들이 가득하다.

“고양이정원은 고양이가 주인이고 우선인 공간입니다”라고 방문객들을 향해 소개하는 사람이 보였다. 이곳의 주인장인 박서영(28) 고양이정원 대표다.

서울 강서구 개화동에 101마리의 고양이가 사는 ‘고양이 정원’이 요즘 애묘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고양이정원’은 일반 고양이 카페와는 다르게 야외에서도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오픈형 공간이다.

8년 전 40여 마리의 고양이가 살던 답답한 실내공간보다는 자연과 함께 하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한 ‘고양이정원’에는 이제 101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박서영대표 (사진=스냅타임)


패션업계 종사자, 고양이 엄마 되다

박 대표는 고양이정원을 설립하기 전 까지 아예 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여느 또래와 다름없이 패션회사에 다니면서 하루하루를 살았다. 박 대표가 패션업계 종사자에서 고양이 전문가로 인생이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박 대표의 아버지가 지인에게서 파양된 고양이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오면서부터다. 슬픈 이야기를 담은 듯한 고양이의 눈동자에 매료됐다. 그때부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고양이를 맡아 키우다 보니 어느새 101마리 고양이의 엄마가 됐다.

박 대표는 “우연히 마주한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자연스레 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졌다”며 “유기묘, 파양된 고양이, 공장이나 경매장에서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버려지는 고양이들을 대하면서 특별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고양이정원’에는 걸음이 이상하거나 아파 보이는 고양이들이 보인다. 그 가운데 박 대표가 지목한 한 마리 고양이 눈에 띄었다. ‘하양이’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박 대표가 길에서 직접 구조했을 당시 뇌성마비로 다리를 절고 있었다.

박 대표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하양이가 사람인 나를 믿어주면서 더욱 고양이를 잘 보살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는 고양이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로 하고 한 대학의 애완동물학과에 진학해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는 “해부학과 행동심리학 등 애완동물관련 전문 지식을 배우면서 고양이의 행동과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럴수록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가 더 진지해지고 마음도 깊어짐을 느꼈다”고 했다.

길에서 구조됐을 당시 뇌성마비로 고통받았던 하양이.(사진=스냅타임)


“고양이와 모범적인 공생 사례 만들고 싶어”

현재 고양이정원은 원래 박 대표 아버지의 별장이다. 8년 전부터 버려진 유기·파양묘를 수용하면서 별장 마당에 풀어놓고 키웠다.

박 대표는 “마당을 자유롭게 거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한된 실내공간에서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있는 기존 고양이 카페의 운영 시스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며 “고양이의 복지가 갖춰진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자연을 선택했고 그것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생본능이 있는 고양이가 익숙한 자연환경에서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표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년 전부터 기존 고양이 카페와 차별화한 ‘고양이정원’을 개방했다.

방문객을 위해 동물 보호법에 맞춰 캔으로 된 음료를 판다. 야외에서 고양이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돗자리와 담요를 무료로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고양이 장난감을 챙겨와서 놀아줘도 된다.

고양이들을 위한 간식 시간에 손님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먹일 수 있도록 한다. 위장장애나 구토를 일으킬 수 있어 외부 간식은 반입을 금지했다. 반려묘와 함께 방문할 수 있느냐는 문의도 늘고 있지만 아직 제한하고 있다.

그는 동물은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같이 조화롭게 살아야 할 생명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는 “고양이와 사람이 따뜻하게 교감하고 존중하는 바람직한 문화가 고양이정원을 통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 김민지·배진솔 기자, 영상 박창기 기자]

고양이정원 마당의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방문객의 무릎 위로 옮겨 잠을 청하는 고양이.(사진=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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