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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기부, 왜 강요하죠?”

‘사이비종교 전도인 줄 vs 기부 필요성 환기 필요’
“금전보다 참여형이 효과적…문화로 정착시켜야”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진=연합뉴스)


대학생 이부연(24)씨는 최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다 한 환경단체의 길거리 기부 캠페인에 참여했다. 사진에 스티커를 붙인 후 단체에서 나온 직원의 설명을 5분가량 들었다. 그런 다음 정기후원을 해달라는 부탁을 들었다.

이씨는 “이동 중에 불러 세워서 기부 캠페인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 전도나 다단계로 오해했다”며 “그래도 좋은 일 하는 분들인데 짬을 내서 설명을 들었지만 원하지도 않는데 다가와서 홍보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부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길거리 가두 캠페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직 싸늘하다.

특히 딸의 수술비로 기부받은 후원금 12억원을 악용해 풍족한 생활을 해온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사건은 기부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더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가 밝혀진 이후 후원단체의 기부금 횡령이나 불투명한 기부금 전달경로로 기부에 대한 거부감, 일명 ‘기부 포비아’가 등장했다.

선행을 악용하는 사건들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모금의 손길이 줄어들까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에서 2017년 26.7%로 9.7%포인트 하락했다.

기부활동이 더 활발해지는 연말을 앞두고 스냅타임이 길거리 기부 캠페인의 실효성과 선호도를 조사하기 위해 건국대를 찾았다.

건대입구 지하철역 안에 길거리 기부 캠페인 부스가 놓여있다. (사진=스냅타임)


“기부 강요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

건대 입구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씨는 대부분은 길거리 기부 캠페인이 강요성을 띠고 있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름을 대면 알만한 단체에서 난민이나 병에 걸린 아이들의 사진을 들이밀면서 후원해달라고 하면 정말 이들이 그 단체가 맞나 할 정도로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며 “이런 형식의 기부 캠페인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씨는 “기부는 내가 하고 싶어야 하는 것”이라며 “기부를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학생 홍모씨는 “기부는 자신의 선택이다”며 “캠페인을 통해 기부를 권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기부 문화를 정착시켜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부정적인 시선에도 길거리 기부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학생 송모씨는 “길거리 기부 캠페인이 방법적인 면에서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기부에 인색한 국내 분위기에서 기부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싶었는데 선뜻 먼저 찾아서 후원하기가 어려웠다”며 “차라리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가두 캠페인에서 후원을 약속하고 1년여째 기부하고 있다”고 했다.

스냅타임이 건국대학생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사진=스냅타임)


“참여형 후원 캠페인 더 많아졌으면”

인터뷰에 응한 대학생 대부분은 참여형 후원 캠페인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재능기부처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기부 캠페인이 부담도 적고 보람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방모씨는 “직접 만든 아기 신발이나 모자를 기부하는 캠페인에 참여한 적이 있다”며 “기부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자발적 기부를 도모할 수있어 훨씬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공모씨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팔거나 플리마켓(벼룩시장) 같은 행사를 통해 안 쓰는 물건을 내놓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도록 파는 행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캠페인이 기부도 하고 재활용도 하고 훨씬 더 실용적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민지·한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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