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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방지법과 직장갑질지수 필요”

[인터뷰]오진호 ‘직장갑질 119’총괄 스텝
“양진호 사건은 직장갑질 끝판왕 보여준 것”
갑질지수 개발 진행 중…직장 복지 수준 측정



회사 직원에게 폭행과 폭언을 하고 수련회 등에서 엽기행각을 벌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의 갑질 문제가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20세~64세 성인 남녀 노동자 150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73.3%였다.

가해자가 누구냐고 묻는 말에 77.5%가 ‘상급자’라고 답했다.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1명밖에 없었다.

이처럼 직장 내 갑질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의 애환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민간단체가 생겼다. 지난해 출범해 1년째 활동하고 있는 민간단체 ‘직장갑질 119’다.

스냅타임은 양진호 사건을 계기로 직장갑질 119의 총괄 스텝인 오진호씨를 만나 직장 내 갑질 현황과 해결방법에 대해 물었다.

오진호 직장갑질 119 총괄스탭이 직장 내 갑질 현황과 단체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스냅타임)


“양진호 사건은 우리 사회 갑질의 빙산 일각”

오진호 ‘직장갑질 119’ 총괄 스텝은 “양진호 갑질 사건은 통제받지 않은 오너가 어디까지 갑질을 할 수 있는지 그 끝을 보여준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직장 내 갑질 가운데 빙산의 일각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총괄 스텝은 “우리 사회 직장인들이 갑질로부터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하루 평균 60~70건, 1년에 약 2만건 정도의 갑질 제보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 119’에는 현재 241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가 생업에 종사하며 자원봉사의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처음 ‘직장갑질 119’라는 민간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때라고 한다.

당시 비정규직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노동단체, 노무사, 변호사, 노동상담사가 ‘광장뿐만 아니라 내 일터, 직장에서부터 민주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민주적인 직장’을 목표로 만들어진 ‘직장갑질 119’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메일을 통해서 상담과 제보를 받는다. 전체 20~25%가 임금문제고 다음이 상사의 폭언과 폭행, 따돌림 등이다.

오 총괄 스텝은 “상당 내용 중에 양진호 회장과 비슷한 사연들도 꽤 있다”며 “회사 오너의 가족과 친지의 김장을 하거나 별장에 있는 개와 닭 사료를 주라는 지시를 하는 등의 ‘황당 갑질’이 상당수”라고 했다.

상담과 제보가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상담을 통해 관련 법률이나 정책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조언해준다. 또 같은 직종의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작은 온라인 그룹들도 만들었다.

그는 “큰 회사는 노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100명이 안 되는 소규모 회사에선 노조를 만들기 어렵고 100명 이상이어도 현실상 노조 출범이 어려운 곳이 많다”며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직종별로 모여 온라인에서 힘을 모으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갑질에 못 버텨 자살 시도도 있었죠”

오 스텝은 피해자의 제보 하나하나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엄중하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회사의 갑질 때문에 자살까지 시도했던 한 직장인의 상담 사례를 꼽았다.

경남의 한 주유소에서 일하는 A씨는 하루 14시간을 일하며 현찰로 월 1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주유소일 뿐만 아니라 주유소 전 직원들의 점심·저녁을 준비하고 주유소 사장이 운영하는 건물까지 청소해야 했다.

A씨가 제보를 결심하게 된 것은 사장의 지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지만 합의하지 않는다고 되레 해고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오픈채팅방에 수면제가 들어있는 약봉지를 올리며 ‘자살’을 암시했다. 다행히 직장갑질 119의 신고로 늦지 않게 그를 찾았고 A씨는 현재 병원치료 후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

오 총괄 스텝은 “실제 갑질을 당하는 사람은 인격이 모조리 파괴되고 망가진 상태가 된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갑질이 심각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X셜록이 입수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 영상 (사진=이데일리)


“괴롭힘 방지법 통과와 '직장갑질지수' 만들 것” 

‘직장갑질 119’는 앞으로 두 가지를 실현 목표로 세웠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와 ‘직장갑질 지수’ 마련이 그것이다.

오 총괄 스텝은 “우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안이 하루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실제로는 알게 모르게 겪는 정신적인 갑질이 많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폭행을 제외하면 다른 직장 내 갑질을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를 하면 나만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며 “노동부에서 피해자의 문제를 익명으로 보호하고 불이익 받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별도조항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스텝은 “현재 대한민국 직장갑질 점수 발표를 위해 관련 교수들과 지수 산출을  위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지표를 개발하면 우리 사회의 직장 복지가 어느 수준에 있는 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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