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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필기시험 엉망진창이다”



[취업난맥③]'비정상' 은행권 시험에 불만 폭발 취준생들
같은 날 시험 겹쳐 퀵서비스로 시험장 이동 ‘헤프닝’
A은행 시중 문제집 문제 그대로 출제 ‘변별력 무엇?’
B은행 감독관 부정행위 잡지 않아…형평성 문제까지

지난달 28일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을 마지막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필기시험이 모두 끝났다. 이로써 은행권 하반기 대규모 채용이 중간지점에 도달했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아직 두 차례의 면접을 더 통과해야 하지만 취업준비생(취준생) 사이에서는 허술한 은행권 채용 과정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A은행에서는 시중 문제집에 있는 문제를 그대로 제출하는가 하면 B은행에서는 부정행위를 잡아내지 않아 형평성 시비마저 나오고 있다.

(사진=자소설닷컴 채팅 캡쳐)


문제 중복에 허술한 감독까지…수험생 불만 폭발

지난달 13일 치러진 A은행 필기시험에 약 10문제가 시중에서 판매하는 한 문제집의 문제와 똑같았다. 일부 문제는 지난해 한 공기업에서 치러진 시험문제와 같다는 제보까지 나왔다.

A은행 필기시험은 100분 동안 NCS직업기초능력 80문제와 금융상식 40문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시간관리가 시험 당락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시험 문제를 사전에 풀어본 수험생은 시간 단축이 절대적으로 유리해 형평성에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시험을 치른 정모(25)씨는 “문제가 시중 문제집과 똑같았다는 기사를 보고 허탈했다”며 “시간이 부족해서 20문제가량 못 풀었다. 중복된 문제를 풀어본 사람에게 유리한 시험”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B은행 필기시험에서는 고사실 관리감독이 소홀해 수험생의 원성을 샀다. 일부 고사장 감독관이 시험의 오답 감점 여부를 정확히 공지하지 않았다.

실제로 1교시 적정검사는 오답감점이 있었지만 2교시 상식시험에는 감점이 없었다. 혹여나 감점이 있을까 봐 상식시험에서 정답을 찍지 않은 수험생은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감독관이 시간을 초과해 정답을 마킹하는 수험생의 부정행위조차 제지하지 않았다는 제보까지 쏟아졌다.

박모(26)씨는 “시험 시작 전 감독관에게 오답감점 여부를 물어봤지만 자신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며 “일부 수험생은 시험 시작 전 문제를 풀고 끝나고도 계속 마킹을 했지만 감독관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2일 B은행은 채용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관련 사례를 조사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B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 채용비리로 공정성 문제가 불거져 채용 전반을 외부업체에 맡겼다”며 “필기시험 문제와 관리감독을 외부업체가 담당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은행이 채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13일 신한은행 필기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국민은행 필기시험장으로 가기 위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사진=스냅타임)


필기시험일 겹쳐 퀵서비스 동원 ‘헤프닝’

지난달 13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28일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시험을 진행하면서 웃지 못할 헤프닝이 취준생 사이에서 벌어졌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신한은행 필기시험은 오후 12시 30분에 끝났다. 같은 날 국민은행 필기시험은 오후 1시 30분까지 입실을 완료해야 하는 탓에 일부 수험생은 오전 시험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퀵서비스를 이용해 이동했다.

국민과 신한은행 서류전형에 합격한 김모(26)씨는 “두 은행 서류전형에 합격해서 기쁘지만 시험일이 겹쳐 한 곳에만 가야 하는 게 속상하다”며 “힘들게 준비한 만큼 두 은행 모두 시험을 볼 기회라도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1년 동안 금융권 취업을 준비했다는 이모(28)씨는 “신한은행 시험이 끝나자마자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갔지만 1시 30분이 조금 지나 국민은행 필기시험을 치르지 못했다”며 “눈앞에서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시험 시간이 겹쳐 한 곳을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은 어떤 은행의 필기시험 경쟁률이 더 높을지 눈치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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