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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임대 끝나면 이사 가야죠”



[北 청소년 대안교육시설 여명학교②]
[인터뷰]이흥훈 교장 “선생님들이 직접 후원 요청도”
탈북청소년 증가하는데…지원은 턱없이 ‘부족’
부족한 예산, 후원으로 충당 한계…열악한 환경

이흥훈 여명학교 교장(사진=스냅타임)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만큼의 교육비를 지원받지 못하죠. 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죠. 부족한 운영비는 일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서 타 기관에 지원을 요청해 후원을 받기도 합니다.”

서울 중구 명동역에서 좁은 골목길을 10분가량 오르다 보면 작은 학교가 나온다. 언덕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 사이에 ‘여명학교’라는 간판이 유독 눈에 띈다. 이곳은 북한이탈청소년과 북한이탈주민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다.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 무사히 적응하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명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이흥훈(사진) 교장은 한 학생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한참이었지만 상담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이 교장과 여명학교 운영, 탈북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 중구 명동 여명학교의 전경(사진=스냅타임)


“학교 운영 어려움은 여전하죠”

이 교장은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만큼의 교육비를 지원받지 못한다”며 “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운을 뗐다.

대안학교는 탈북청소년에게 특화한 교육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교육청으로부터 학력인가를 받은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는 통일부의 국고보조금 일부를 지원받는다. 그 외 미인가 대안학교는 남북하나재단 출연금 일부를 지원받지만 한 해 예산은 고작 1억원 언저리다.

지난 2010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고등학교 과정 학력인가를 받은 여명학교는 올해 10억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았다. 늘어나는 탈북 청소년과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이 지원금만으로도 한해를 이끌어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교장은 부족한 운영비는 후원으로 충당하지만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고 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학교 부지 확보

당장 닥친 어려움은 학교 부지 확보다. 지난 2004년 개교한 여명학교는 임대기간이 만료돼 2008년 명동으로 옮겼다. 이마저도 계약 만료 날짜가 코앞이라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

이 교장은 “건물을 임대상태로 운영하다 보니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이사 가야 한다”며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계속 바뀌는 것이 가장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3월 통일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9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중 6개 학교가 민간임대로 학교 부지를 사용하고 있다. 민간 부지 사용에 따른 임대료 부담과 교육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통일부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가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을 학교 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탈북 청소년들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자료=통일부)


열악한 교육환경…교사는 고작 12명

이 교장은 “학생들이 탈북 과정에서 겪은 신체·정신적 피해가 크다”며 “학교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상담 프로그램과 병원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다 보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수고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총 12명의 교사가 모든 학교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여명학교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미인가 대안학교의 교사는 고작 3~4명 수준이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청소년은 3102명으로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중 564명이 총 9개 대안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이 교장 “대안학교는 다양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한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며 “정부로부터 충분한 교육비를 지원받지 못해 교육환경 개선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여명학교는 어려운 교육환경 속에서도 후원자들을 위해 행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그는 “학교에 후원해는 고마운 분들과 소통하고자 1년에 한 번 ‘여명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 기회로 통일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를 확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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