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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한다면 WE ART PARTY로”



[인터뷰]양기표 ‘위 아트 파티’ 파티 주최자
전시부터 합주 공간까지…“파티와 예술 공존”
자유로운 스탠딩 파티로 청년 소통 방법 찾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 없어”
파티에서 만난 아티스트…컬래버 활동 이어져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냥 지금 재밌으니까 하는 거예요. 재밌게 놀다 가면 좋겠어요”

서울 송파구 문정역에서 아파트 단지를 지나 10분가량 걷다 보면 작은 상가들이 밀집한 지역이 나온다. 골목을 따라 줄지은 상가 중 유독 한 건물 지하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기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대화하고 영감을 나누는 스탠딩 파티 ‘WE ART PARTY(위 아트 파티)’가 열리는 곳이다.

스냅타임이 위 아트 파티를 방문했을 때 파티를 주최한 양기표(26)씨는 벽에 사진을 붙이며 공간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양씨는 “오늘은 17번째 파티로 콘셉트는 형광”이라며 “옆방에 형광페인트 공방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곳을 운영하는 대표이지만 스스로 대표라고 불리는 것보다 ‘파티 주최자’로 부르기를 원한다. ‘위 아트 파티’는 2~3주에 한번 토요일에 열린다. 파티와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곳은 스탠딩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메인 홀과 악기가 갖춰진 합주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다목적 홀로 구성한다.

형광페인트 공방 (사진=위 아트 파티)


“파티를 통해 친구 될 수 있어요”

2년 전 여름 양씨는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갔다. 우연히 외국인 친구가 주최한 파티에 초대받아 갔다가 신기한 체험을 했다. 파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자유롭게 노래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오늘 처음 본 사이라고 했다.

양씨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파티를 통해 아무런 장벽 없이 친구가 되는 게 좋았다. 오래전부터 음악을 한 양씨에게 파티는 다양한 예술가들과 만나 영감을 나눌 기회였다. 언어와 문화가 달랐지만 음악으로 대화했다.

반면 한국에는 이런 파티문화가 없다. 자리에 앉아서 테이블 단위로 소통하는 술 문화가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양씨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술 마시고 이야기할 수 있는 스탠딩 파티를 떠올렸다고 했다. 지난 3월 그렇게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스탠딩 파티, WE ART PARTY가 탄생했다.

위 아트 파티 메인 홀(왼쪽), 음악공간(오른쪽) (사진=스냅타임)


“한번 온 사람은 계속 와요”

우여곡절도 많았다. 파티를 개최하기 위해 양씨가 바텐더로 일하던 선릉역 인근 라이브 바를 무료로 빌렸다. 3명의 동료와 한 달가량 파티를 준비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홍보했지만 첫 파티에는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이마저도 가게가 금방 폐업하는 바람에 더는 파티를 개최할 수 없었다.

위 아트 파티를 그만둘까도 고민했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밴드활동을 할 때부터 합주실로 이용하던 복합문화공간 ‘즐거운가(JOLLY HOUSE)’에서 무료로 공간을 빌릴 수 있었다.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파티를 열고 있다.

이후 함께 하던 3명의 동료가 저마다의 이유로 일을 그만둔 후 파티 기획과 홍보 등 모든 일을 양씨 혼자 해야 했지만 최근 새로운 동료가 생겼다. 위 아트 파티 2회부터 매번 참여한 최다빈(29)씨다. 양씨는 “형(최다빈)과 함께 이야기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파티도 확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파티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여섯 번째 파티부터는 매회 20~30명이 방문한다. 많을 때는 40명이 넘게 오기도 한다. 그는 “SNS 사진을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며 “한번 온 사람은 보통 서너 번은 찾아온다”고 말했다.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콜라보 작품(CALLIGRAPHY: 운우 DRAWING: 나영 VISUAL: 현서. 사진=위아트파티)


“파티에서 만나 컬래버 작업도 해요”
파티에서 만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영감을 나누며 함께 컬래버 작업도 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위 아트 파티에서 만난 세 명의 예술가가 협업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파티에서 만난 캘리그라피 작가와 사진작가, 11명의 뮤지션이 모여 이날까지 서울 서초구 작은 카페에서 작품 전시와 공연을 한다.

양씨는 “파티에서 만난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교류하며 콜라보 작품을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구립미술관을 빌려 공간을 꾸미고 파티를 다녀간 예술가들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종완 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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