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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아내로 고용해주세요”



일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남녀평등 담담히 풀어내 ‘이해와 배려’ 강조

청소하는 모리야마(이미지=tbs)



일본 TBS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남녀평등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내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드라마는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와 ‘남성의 갑옷’ 그 어느 것도 상처주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담히 풀어낸다.

우리 사회에서 이슈인 남녀갈등은 ‘남혐여혐’으로 변질하고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드라마는 남녀갈등의 해결책으로 대화를 제시한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지만 단절된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해와 배려라고 주장한다. 드라마는 남녀가 받는 차별 모두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잘 담아내고 있다.

남자주인공 프로 독신남 ‘츠자키’는 비혼주의자로 일에만 몰두해 직장에서 인재로 꼽힌다. 그는 효율적인 삶을 위해 ‘가사 대행 도우미’를 구하고 있다.

여자주인공 프로 주부 ‘모리야마’는 심리학으로 대학원까지 갔으나 회사에서 인정해주지 않아 취업에 매번 실패한다. 그는 아버지의 반강제로 츠자키의 ‘가사 대행 도우미’로 일하게 된다.

생각보다 가사가 적성에 맞았던 모리야마는 빠르게 일에 적응하지만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이사로 이마저 그만둘 위기에 휩싸인다. 이에 츠자키에게 ‘계약 결혼’의 형식으로 자신을 고용해달라고 한다.

더는 가사 도우미를 찾지 않아도 되고 지금까지의 업무능력을 보았을 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황당한 계약을 받아들인다.

융자를 걱정하는 남자들(이미지=tbs)


다시 생각해보는 주부의 가치

츠자키와 모리야마의 결혼계약서에는 가사노동에 대한 급여를 자세하게 다룬다.

일본 OC법에 따라 계산한 전업주부의 연간 무상 노동시간 2199시간, 여기에서 시급을 산출해 1일 7시간 노동으로 계산한 결과 모리야마가 받는 연봉은 우리 돈으로 3000만원이다. 주거비, 생활비와 보험비 등 기타 지출비는 포함하지 않았다.

모리야마는 직업이라는 사명감으로 청소, 빨래와 아침 식사 점심 도시락 저녁 식사까지 모두 전담한다. 한쪽은 회사에서 일해 돈을 벌어오고 한쪽은 집에서 일하는 합리적인 관계를 맺는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진짜 주부의 가치와 함께 남자 가정주부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망상을 자주 하는 모리야마는 상상 속에서 “지금 우리의 계약결혼은 츠자키가 돈을 벌어오고 제가 가사를 하지만 이는 성별이 바뀌어도 서로 뜻이 맞는다면 언제든 성립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드라마 주인공(이미지=tbs)


‘남자의 갑옷’ 그 무게감에 주목

드라마는 25년짜리 주택 융자를 갚기 위해 필사적으로 회사에 있으려는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 남성들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에 대해서 담백하게 말한다.

회사 경영난으로 츠자키는 명예퇴직자 명단에 올라간다. 츠자키와 모리야마는 사실혼관계이므로 그에게 부양할 가족이 없기 때문이었다.

회사 동료는 “우리 중 에이스인 츠자키가 명예퇴직이라니 있을 수 없어”라고 말하지만 그럼 네가 대신 나가겠느냐는 질문에 “부양할 가족 때문에…”라며 말을 흐린다.

자극적인 소스가 범벅된 매체물에 질렸다면 숲에서 마시는 따뜻하고 담백한 녹차 같은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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