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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7일] 고기 좀 안 먹는다고 민폐남이 되었어요

일주일간 채식에 도전 습관적 육식으로 시작부터 실패
차별적 시선, 채식 가능 식당의 부족으로 불편함 느껴


새해를 맞아 지난달 31일부터 6일까지 일주일간 락토오보 채식에 도전했다. 평소 채식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육식을 하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고충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전을 시작한 첫날부터 실패했다. 연말을 맞아 사무실에 차려진 편육을 아무 생각 없이 집어먹은 것이다. 그래도 하루 만에 포기할 수 없기에 그 이후부터 일주일간 다시 채식에 도전했다.

채식에도 여러 가지 단계가 있다. 완전 채식을 하는 비건(Vegan)과 우유, 유제품 등을 허용하는 락토(Lacto), 달걀을 허용하는 오보(Ovo)가 있다. 그리고 달걀, 우유, 유제품을 모두 허용하는 락토오보도 있다. 그 외에도 어류까지 포함하는 페스코(Pesco)가 있고 평소에는 채식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기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도 있다. 기자는 차마 완전 채식을 감행할 자신은 없었기에 그나마 성공 확률이 높은 락토오보를 선택했다.

(사진=스냅타임 회사 인근 식당에서 할 수 있는 채식은 샐러드밖에 없었다.)


 

“불쌍해”, “이 맛있는 고기를 왜 안 먹어?”

채식 도전 둘째 날 시련이 찾아왔다. 이날은 스냅타임 팀에 새로 합류한 회사 선배와의 점심 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식 장소는 패밀리 레스토랑. 윤기가 흐르는 스테이크와 새우 파스타 등 여러 화려한 음식들이 눈 앞에 펼쳐졌으나 기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스테이크 옆에 놓인 샐러드와 감자튀김 몇 점뿐이었다.

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는 참을 수 있었다. 그것보다는 채식을 하는 한 명 때문에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시선이 따갑고 미안했다. 특히 대부분의 음식에 육류 성분이 포함돼 있는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와 고기류를 선호하는 식사 분위기를 이겨내고 채식을 한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인과의 식사 자리는 물론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도 “불쌍해”, “안타깝다”, “왜 하는거야?” “이 맛있는 고기를 왜 안먹어?”, "그럼 뭐 먹어?" 등 잔소리들이 따라붙었다.

채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였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가 마련된 식당은 서울 내에서도 소수. 그것도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맛집 애플리케이션과 한국채식연합, 포털 검색 등의 도움을 받아야 찾아갈 수 있었다. 육수와 양념이 요리의 기본이 되는 한식 특성상 동물성 재료를 빼고 조리하는 식당을 찾기 힘들었다. 웬만한 요리의 육수에 멸치가 들어가고 새우젓 등 젓갈이 양념에 많이 들어가있기 때문이다. 많은 채식주의자들이 차라리 집에서 식사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토로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회사 인근의 샐러드 가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편이 기자에게 최선이었다.

(사진=스냅타임 주위에 채식 옵션 식당이 많지 않아 집에서 먹는 것이 마음이 더 편했다)


 

채식주의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모는 문화 변화 필요해

2년 넘게 비건 채식을 하고 있다는 닉네임 꼬꼬(30)씨는 닭을 잡는 광경을 직접 목격한 뒤 동물권 관련 책을 찾아 읽게 됐고, 채식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채식주의자라고 불리기보다 비건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비건은 동물권을 지키기 위해 채식을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기를 쓰지 않는 음식과 식당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비건으로 살며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 했다. 꼬꼬씨는 “사실 살점을 먹지 않아도 생명에 아무런 지장 없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있었고, 성인병 대부분은 육식 섭취와 관련된 것임에도 주위에서는 다들 ‘그래도 고기를 먹어야 건강하지’ 같은 소리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왜 안 먹는지’를 궁금해 하기보다 ‘괜히 고기를 안 먹어서 먹는 나를 불편하게 하느냐’라는 힐난 섞인 눈초리를 느낄 때 씁쓸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기를 안 먹으면 이상한 사람을 만드는 육식정상성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편견이 조금은 옅어진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이제는 채식에 대한 편견을 거두어야 할 때

짧은 기간이지만 일주일간 락토오보 채식에 도전한 결과 아직은 채식주의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기에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는 채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의 절대 수가 적기에 채식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동안 미뤄둔 동물권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2억명의 채식인이 있고, 국내에도 100만에서 150만명의 채식 인구가 존재한다.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습관화하는 인구의 증가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제 채식주의자들을 향한 편견은 접어두고 있는 그대로 함께 사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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