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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도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어요"

이상연(가명·17) 씨는 청소년이 콘돔을 사는 것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최근 콘돔 구매를 포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콘돔을 구매하려하면 까졌다, 불량하다, 학생답지 못하다 등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온다”며 “심지어 혼내는 분들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청소년의 콘돔 구매는 불법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는 목표를 토대로 청소년,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성을 위해 노력하는 업체가 있다. 전국 각지에 청소년 콘돔 자판기를 설치한 ‘인스팅터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자판기에서는 청소년이 콘돔을 100원에 2개씩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네이버 검색창 캡쳐) 콘돔을 검색하면 청소년 유해 검색어라는 화면이 뜬다.


 

지난 해 11월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제14차(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6만 40명 중 5.7%(3422명)가 성관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청소년 성관계 경험자 피임 실천율은 해가 거듭될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59.3%에 머물고 있다. 3209명 중 약 1902명만이 피임을 실천했다고 답한 것이다.

(사진= 인스팅터스 제공) 광주에 설치되었던 자판기 1호. 최근 건물주와의 재계약 문제로 철거됐다.


 

청소년 콘돔 자판기는 2017년 초, 전국 5개 지역(서울 2곳, 충남 1곳, 광주 1곳, 대구 1곳)에 처음으로 설치됐다. 그 이후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됐지만, 기기훼손과 성인들의 무분별한 사용, 건물주의 반대 등으로 몇 개 지역에서 철거됐다. 현재는 전국 4개 지역(서울 1곳, 충남 1곳, 대구 2곳)에 설치돼있다.

자판기의 사용량은 지역별로 상이하나 대개 한 달에 30-40여명의 학생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진아 인스팅터스 대표는 “단 한명의 사람이라도 피임 없는 성관계에 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면 청소년 콘돔 자판기는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청소년 콘돔 자판기의 설치로 인해 ‘청소년’이라는 단어와 ‘콘돔’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이나마 줄였다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사진=인스팅터스 제공) 대구 빅핸즈 까페 내에 설치된 청소년 콘돔 자판기


 

이어 “청소년기에는 ‘몰라도 된다’로 일축하다가, 성인이 되면 ‘알아서 해라’라고 방관하는 분위기가 매일 우리가 마주치는 다양한 성문제의 시발점일지도 모른다”며 그런 의미에서 10대는 가장 적극적으로 건강한 성에 노출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성은 사적인 영역이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온전히 자신만의 섹슈얼리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에서부터 피임까지 전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청소년 콘돔 자판기는 청소년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콘돔이라는 존재가 너무 멀거나 낯선 존재라는 편견을 해소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정성광 장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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