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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의 키워드]미·중 회담 무산, 여야 고발전...韓 안팎 '치킨게임'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한 주 간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한 시사 용어와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스냅타임에서 한 주를 강타한 사건과 사고, 이슈들을 집약한 키워드와 신조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하나의 키워드를 한 주 간 발생한 이슈들과 엮어 소개해보려 합니다.

영화 '이유없는 반항' 스틸컷.


제임스 딘이 출연한 1950년대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방황하던 학생 짐(제임스 딘)이 좋아하는 여자 주디(나탈리 우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 뒤 주디의 남자친구인 버즈와 대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버즈가 짐에게 절벽에서 자동차 게임을 할 것을 제안합니다. 서로의 차로 절벽을 향해 운전하다 차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사람이 게임에서 지는 것이죠. 결국 버즈는 실수로 절벽에 떨어져 세상을 떠납니다.
이처럼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아 극단으로 치닫는 위험한 대결 상황. 이를 국제 정치학에서는 '치킨 게임'이란 용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면을 향해 돌진하다 먼저 핸들을 틀어버리는 사람은 겁쟁이(치킨) 취급을 받습니다. 다만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아 두 쪽 모두 대결을 이어간다면 둘 중 한 쪽, 혹은 모두가 목숨을 잃거나 큰 타격을 입습니다.
치킨게임은 1950~1970년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간 극심한 군비경쟁을 꼬집어 비판하는 용어로 차용되면서 국제 정치학 용어로 굳어졌습니다.
2019년 새해가 두 달 째에 접어든 지금, 우리나라는 수 달 째 국제·국내 정치 안팎에서 벌어지는 극단의 대결 상황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최근 한 주 간 정치 이슈를 다룬 기사들에 '치킨게임'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해 줍니다.
한 주 간 대한민국을 시름시름 앓게 한 국제/국내 치킨게임 이슈,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사진=이미지투데이)


◇美·中 무역협상 '안갯속'...경제패권 둔 치킨게임

반 년 가까이 지속 중인 미·중 무역 분쟁 해결의 실마리가 여전히 안갯 속에 있습니다. 내달 1일로 예정됐던 양국의 협상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달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하고 답변했습니다. 뒤이어 "아마도(다음에 만날 계획)"를 덧붙이기는 했으나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나야만 모든 사안이 합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무역협상 시한 전까지 양측의 최종 합의가 요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은 양측이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협상 난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30~31일 워싱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습니다. '무역 구조 전반의 변화' 등에 집중한 미국 측 협상단과 달리 중국 측은 '대두(콩) 수입 확대' 등을 약속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시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와 지적재산권의 침해 방지, 첨단 산업 분야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여부에 대해 중국은 '한 치의 양보도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서는 모양새죠.
이제 최대 관건은 무역협상이 지난 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對中) 관세 부과를 집행할지 여부입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양측이 협상시한까지 최종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시 다음날인 내달 2일부터 기존 10%에서 25%로 대중 관세를 인상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내년 재선을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표심을 얻기 위해서라도 대중 압박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중국 정부도 이에 물러설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무역전쟁 및 내수 경제 둔화 등 여파로 지난해 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치(6.6%)로 내려 앉은 와중에 올해 신(新)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정치적 기반을 다져야 할 명분이 시 주석에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이 무역 불균형 뿐 아니라 세계 경제 패권을 둘러싼 싸움인 만큼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국 측 협상단은 내주 초 방중해 중국과의 협상을 이어나갈 방침입니다. 양국의 무역 전쟁이 당사국 뿐 아니라 주변국들까지 타격을 주고 있는 만큼 방중 협상에 진전이 있길 기대해봅니다.

7일 오후 서울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안 쌓였는데 국회는 깜깜...여야 檢 고발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치킨 게임은 여의도 국회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단은 설 연휴가 끝난 뒤 두 차례나 모여 2월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당 측은 △김태우 전 특감반원 특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논란 관련 국정조사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시 회동을 박차고 나온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은 모든 의혹들에 대한 국회의 공방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나 신 전 기재부 사무관 논란, 조해주 중앙선관위원 임명 강행 건 등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요구안을 대체로 받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 측은 김 전 특감반원 건은 이미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고 신 전 사무관 논란은 이미 종료된 사안인데다 조 위원의 임명철회도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다만 손 의원 논란과 관련한 국정조사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국회는 탄력 근로제 확대 및 최저임금제 개편 등 해결이 시급한 현안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국회를 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정치권 내부와 전문가들의 비판이 거셉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이에 대해 수 차례 부끄러움을 표시했습니다. 문 의장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현재 국회의 못브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회를 열어놓고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야 간 팽팽한 대치는 검찰 고발 등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문 대통령 딸 다혜 씨 가족의 동남아 이주 관련 의혹을 제기한 곽상도 한국당 의원을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지난달 25일 조해주 중앙선관위원의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활동과 관련해 조 위원과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등 4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보수세력 결집 및 국정운영 주도권 사수 등 여야 각자가 지지층을 놓치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20일 전당대회를 앞둔 한국당은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자 정부 및 여당과 단단히 대립각을 세워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당 역시 국정운영 주도권에 밀리지 않으려 강경 대응으로 맞서 지지층 수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11일 시작될 국회 수뇌부의 방미 일정마저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이 결렬된 뒤 "이런 상황에서 다같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겠나,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라고 말했습니다./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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