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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껏·간편히·어디서든...밀레니얼 세대 차례상 이렇게 변했다

회사원 정유미(26·여)씨의 가족은 올해부터 명절 때 차례상에 올릴 음식 중 한가지를 가족 구성원들끼리 돌아가며 원하는 메뉴로 정하기로 했다. 이번 설에 먼저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기로 한 정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월남쌈을 차례상에 올릴 생각이다. 정씨는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차피 가족들이 나눠 먹을 음식이라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가족들에게 먼저 제안했다"며 "조상님들도 매번 똑같은 차례 음식을 대접받는 게 지겨우실 수도 있다. 어떤 음식을 올리건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기면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취향대로'(Taste), '간편하게'(Convenience), '어디서든'(Anywhere).
'워라밸'(Work-Life Balance·일생활 균형)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와 함께 간편과 신속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특성이 명절 차례상 문화에도 반영되고 있다. 전통적인 형식을 과감히 깨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선호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거나 명절 음식 준비 등 가사 부담을 덜고자 차례상을 배달하거나 간소화해 준비하는 추세다.

소갈비찜 소고기뭇국 나박김치 등으로 구성된 롯데백화점 명절 상차림 세트(25만9000원). (사진=롯데백화점)


"노동력·비용 절감"...차례상에 등장한 주문제작·HMR

주부 김정란(54)씨는 딸의 권유로 25년 만에 처음 이번 설 차례상 음식들을 TV 홈쇼핑에서 주문 배달해 준비하기로 했다. 김씨는 "조상님께 괜히 죄 짓는 마음이 들어 힘이 들더라도 명절 음식은 손수 준비해왔었는데 요즘은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차례상 주문 음식들도 집밥 못지 않게 잘 나오더라"며 "며느리에게 자신이 겪었던 극심한 명절 노동을 물려주고 싶지도 않고 비용 면에서도 사 먹는 게 덜 드는 것 같아 앞으로도 이렇게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백화점에서는 명절 음식을 한 번에 조리해 배송해주는 '한상차림' 서비스를 리뉴얼했다. 기존까지는 정해진 품목과 용량대로만 명절 음식 세트를 구매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고객의 편의와 취향에 맞게 세트에 포함된 음식들의 양과 품목을 조절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재료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직접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보다 20% 가량 비용이 덜 들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전자렌지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을 차례상에 올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사노동 과정에서 효율과 편의를 추구하려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면서다.
이에 식품업계에서도 설 연휴를 맞아 국과 전, 생선 등 간편히 조리가 가능한 명절 식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선보인 비비고 한식반찬'은 설 연휴를 한 달 앞둔 지난 6일부터 21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설 시즌(1월 17일~2월 3일)보다 11%나 성장했다. 명절을 앞두고 제수음식으로 ‘비비고 한식반찬’을 활용할 수 있다 점에서 구매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3년 설 명절 기간 동안 비비고 한식반찬의 매출은 연평균 30% 가량 증가했다.
CJ제일제당 측은 “간편식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올 설에도 지난 설 시즌 대비 10% 성장한 19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신선 가정간편식(HMR) 온라인몰 '더반찬'에서는 명절마다 ‘명절 시그니처 세트’를 31일까지 판매했다. ‘명절 시그니처 세트’에는 수제 모듬전, LA갈비, 갈비찜, 잡채 등 명절 대표음식들이 포함돼 있다. 구성품과 중량에 따라 싱글족 세트 2만5400원부터 대가족 세트 7만3100원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사 노동 분담 등에서 효율과 편의를 증가하는 2030 청년 세대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명절을 앞두고 가정간편식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차례 음식도 취향껏...장소도 가족 마음대로

차례상에 올릴 음식들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대학생 최민지(23·여)씨는 "우리 가족은 이번 설에 매년 명절마다 차례상에 올리던 떡과 산적 고기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인 '뚱카롱'(두꺼운 마카롱)과 대왕 소세지를 올려보기로 했다"며 "기왕 지내야 할 차례라면 즐겁고 이색적으로 지내고 싶다. 돌아가신 조상님께 감사를 드리고 절을 올리는 자리지만 차례를 직접 지내고 준비한 음식을 먹는 건 살아있는 가족들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의 입맛과 기호에 맞게 재해석한 퓨전 한식 제품들도 잇따라 등장하는 추세다. GS25에서 얼려 먹는 아이스 인절미를, CU에서는 일본에서 직수입한 리얼 모찌롤을 출시했다. 양유의 청년떡집에서는 케이크와 떡의 개념을 혼합한 티라미수 크림 떡을 선보여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온 가족이 고향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옅어지는 추세다. 각자의 집이나 여행지에서 간편히 따로 차례를 지내거나 사찰 등을 방문해 합동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워라밸·간편문화↑...명절증후군 줄어들어

이같은 변화에 기존 여성들이 겪던 '명절증후군'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티몬이 지난해 9월 3040세대 500명(남 250명·여 250명)에게 명절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 이상이 56.2%가 '명절증후군을 겪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절 증후군을 겪지 않는다고 응답한 여성 응답자들의 비중도 44.8%로 낮지 않았다.
명절증후군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 차례상 음식 준비에 대해서는 ‘대부분 집에서 만든다’가 54.9%로 가장 높았다. 그 중 ‘일부 간편식을 활용한다’가 38.9%, ‘대부분 완제품과 간편식을 활용한다’가 5.6%, ‘상차림 업체에서 주문한다’는 1%로 조사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옅어지고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차례상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등 애초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지역별로, 가정별로 특색이 다른게 차례상 문화인 만큼 전통 그 자체보다는 차례를 지내는 마음과 정성에 의의를 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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