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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당 1만원..'폐지수거'로 밥도 먹기 힘들어요

서대문역 인근 고물상 (사진=스냅타임)


“사장님, 박스 이만큼이면 얼마 받아요?” “3kg 조금 넘었네. 300원”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대문역 인근을 몇 시간가량 돌면서 수거한 폐지는 3kg 남짓이었다. 가격은 300원. 손에 끼고 있는 700원짜리 목장갑만도 못한 금액이었다. 밥값이라도 벌려면 동네를 몇 번은 더 돌아야 했다.

함께 폐지를 수거한 김(78) 할아버지는 그래도 설을 앞두고 폐지가 많이 나온다며 즐거워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권고사직을 받은 김 할아버지는 집에 가만히 앉아 있기 민망해 녹이 다 슨 손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고 했다. 스냅타임은 김 할아버지와 함께 폐지수거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독거노인들의 하루를 체험해봤다.

김 할아버지는 이틀 밤낮으로 210kg의 폐지를 수집했다. 폐지 값은 2만원이 채 안 됐다. 시급으로 따져보니 최저임금 10분의1 수준인 750원 남짓이다. 그는 “이전보다 훨씬 많이 움직이지만, 돈은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상 앞 줄지어 서있는 폐지 손수레 (사진=스냅타임)


"돈 벌려면 나와야죠"…아파도 쉴 수 없는 노인

고물상이 가장 바쁜 시간은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다. 새벽부터 바삐 움직인 노인들이 폐지를 팔기 위해 모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고물상 앞에 모여 있는 노인들은 오늘은 얼마나 주웠는지, 어느 일대를 돌았는지 대화를 나눈다. 젊은 친구가 여길 왜 오냐며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박(62) 할머니는 집과 가까운 종로 지역 고물상이 사라져 여기 멀리까지 폐지를 가져왔다고 한다. 몇 년 전 디스크가 심해 허리에 철심을 박았지만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다.

박 할머니는 “나이가 안 차서 기초연금도 못 받는다”며 “용돈 벌이라도 하려고 밖에 나왔다”고 했다. 오늘은 한 40kg 모았으니 3000원쯤 벌겠다며 웃었다.

한 노인이 고물상에서 페지 무게를 재고 있다 (사진=스냅타임)


폐지 수거 수입 월 10만원…지원 대책 필요

폐지를 팔아 버는 돈은 생활비로 사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중국이 폐지 수입을 제한하면서 폐지가격이 급격히 내려가 노인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독거 노인들에 대한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2017년 서울시가 24개 자치구에서 활동하는 만 65세 이상 폐지 수집 노인 2417명을 조사한 결과 경제적 이유로 폐지를 줍는 노인이 82.3%에 달했다. 51.9%는 폐지 수집으로 월 10만원도 못 벌고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폐지 수거 노인에게 방한용품과 손수레,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식사는 꼬박 하시느냐 물었다. “오늘은 먹었는데 안 먹을 때도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서울의 온도는 영하 6도, 칼바람이 유독 매서운 날이었다.

[장휘 배진솔 한종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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