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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의 키워드] 뉴질랜드 테러와 SNS, 그리고 트럼피즘

총격테러로 50명이 사망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스크 앞에 18일(현지시간) 희생자들의 지인과 조문객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이 쌓여있다. (사진=AP/뉴시스)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한 주 간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한 시사 용어와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스냅타임에서 한 주를 강타한 사건과 사고, 이슈들을 집약한 키워드와 신조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하나의 키워드를 한 주 간 발생한 이슈들과 엮어 소개 합니다.

'메르켈리즘이 지고 트럼피즘이 뜨다.'
지난해 10월 미국 CNN은 지난 14년 간 유럽연합(EU)의 리더로 활약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 총리직에 불출마하겠다며 사실상 정치 퇴장을 선언하자 이같은 제목의 심층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아울러 자유와 포용이 지배하던 서방 국제정치의 지형이 반(反)난민·반(反)이민 정서와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극우 포퓰리즘으로 점점 변해갈 것임을 예고했죠.

지난해 외신들의 이같은 예언은 반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물론, 유럽과 오세아니아까지 뒤흔드는 뜨거운 감자로 실현되는 추세입니다.
지금 전세계는 극우세력의 반이민 테러와 이에 분노한 이민자들의 보복 테러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뉴질랜드 남섬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가 이슬람사원 두 곳에서 저지른 총격 테러로 수십명이 숨졌고 그 후 사흘만인 19일 네덜란드에서는 터키 출신 이민자가 트램(전차)에서 총격을 가해 3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15년 유럽 난민 위기에서 촉발된 반이민 정서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인 '트럼피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매스컴 등 미디어를 통로로 삼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혐오로 물든 국제정치, 스냅타임에서 '메르켈리즘'과 '트럼피즘'이란 개념으로 풀어보았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해 12월 7일(현지시간) 함부르크에서 열린 기독교민주연합당(기민당) 전당대회에서 고별사를 한 후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난민 위기에 쓰러진 포용 리더십

'메르켈리즘'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을 가리킨 정치용어로 '엄마의 리더십'이라고도 불립니다.
메르켈 총리는 2000년 독일 기민당 대표에 선출된 뒤 2005년 총리직에 오른 이래 네 번의 임기를 거쳐 유럽연합의 리더로 활약했습니다. 그가 표방하는 포용·중도, 그리고 자유주의 리더십은 독일 국민들에게도 강한 지지를 받아왔죠. 그러나 유럽 난민 위기가 문제로 대두되던 2015년, 100만명이 넘는 이주자와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해 심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그의 리더십이 휘청하기 시작합니다.

메르켈의 리더십이 흔들리자 포용의 세계에 금기로 여겨지던 '극우 포퓰리즘'이 반이민·반난민 정서와 함께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는 극우군소정당이었던 '독일을 위한 대안'이 처음 의회에 입성했고 위기론은 더욱 거세졌죠.

결국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10월 바이에른 주와 헤센주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패배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당 대표 경선은 물론 2021년 총리직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지난달에는 그간 국정활동 등을 알리며 세계시민들과 소통한 페이스북 페이지의 활동까지 중단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치 인생을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反이민 테러에 신음하는 세계...혐오의 통로가 된  SNS

메르켈 총리의 퇴조로 극우 반이민주의 정서는 전세계로 넓어지고 그 열기도 과열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이민자들에게 비교적 관용적인 국가로 통하던 뉴질랜드에서 지난 15일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은 더 이상 전세계 어느 나라도 반이민주의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일깨운 계기가 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모스크(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50명이 사망했죠.

21일 영국 웨스트미들랜즈에서는 한 남성이 망치로 모스크 5곳을 내리쳐 창문이 파손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유와 포용의 메르켈리즘이 지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럼피즘'이 유럽 전역을 비롯해 전세계로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피즘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선 출마 당시 내세운 반이민주의,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등 강경 주장에 대중들이 열광한 현상을 가리킨 용어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남미 최대국인 브라질에서는 군 장교 출신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며 극우 돌풍을 일으켜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극우 동맹당과 포퓰리즘 오성운동이 동거정부를 구성해 득세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러한 혐오주의 정서가 SNS를 통해 더욱 빠르고 넓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뉴질랜드 총격 사건의 테러범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8)는 SNS에 올린 '반이민 선언문'에서 "유럽을 침략한 이민자들을 제거하고 그들에게 위협을 가해줄 것"이라며 "백인의 땅은 결코 이민자의 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페이스북으로 총기 난사 현장을 17분 간 생중계했죠.

이에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페이스북 측이 생중계를 전혀 저지않은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습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증오의 양이 도가 지나칠 때가 있다"며 "페이스북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영상 확산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뉴질랜드 ASB와 호주계 커먼웰스 은행 등 다른 기업도 페이스북 광고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혔습니다.

비난의 여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가 선언문에서 그를 "백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한 상징"이라고 칭송했기 떄문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심각한 문제를 가진 소수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 일축했지만 국제사회에 더욱 빈축을 샀습니다.

증오·보복의 악순환..."공동체 이익 심각히 침해"

설상가상으로 반이민정서에 반발하는 보복테러까지 일어나고 있어 전세계가 백인사회와 이슬람 사회 간 갈등에 상처를 입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뉴질랜드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사흘 만에 네덜란드에서는 중부 도시 위트레흐트 트램에서 터키 출신 이민자 괴크멘 타느시가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졌고 5명이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일 이탈리아에서는 정부의 반난민 정책에 불만을 품은 버스 운전사가 중학생 51명을 태운 스쿨버스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학생이 일찍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전원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에 이탈리아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죠.

마이클 테슬러 미국 캘립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치인들이 정치적 동기를 갖고 인종과 성차별, 난민 문제 등을 다뤄 이익을 추구할 경우 정치권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극단적 대립이 조장될 것이며 이는 결국 공동체 이익을 심각히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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