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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소비자가 '워커밸'을 만든다

 

‘저녁이 있는 삶’을 표방하는 주52시간 근로제가 논란 속에 시행된 지 250여일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기업은 출퇴근 유연근무제나 특정 시간이 되면 업무용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온오프제를 도입하고 어떤 기업은 연차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정하기도 했다.

몇몇 직장인들의 관심사였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은 이제 직장인뿐 아니라 직장을 구하는 많은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는 대상이 됐다. 노동의 양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키워드 워라밸. 그런데 올해는 워라밸 외에도 신경써야 하는 밸런스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바로 '워커밸'이다.

지난해 11월 문제가 되었던 울산 맥도날드 사건(사진=이데일리)


유통·서비스직 근로자에게 가장 시급한 워커밸

워커밸은 ‘Worker Customer Balance’의 줄임말로, 지난해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9’에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직역하자면 근로자와 고객 사이의 균형이란 뜻으로 근로자의 감정 노동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용어다. 주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 워라밸과 관련된 요소들이 양적인 측면에 대한 것이라면, 워커밸은 노동의 질적인 측면과 연관된다.

워커밸이 가장 필요한 곳은 근로자가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유통·서비스직이다. 2016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콜센터 근무자 1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콜센터 근무환경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근무자의 약 93%가 ‘근무 도중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2017년 부산에서는 한 가스회사 직원이 욕설 섞인 전화를 받다 실신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또 작년에 손님이 직원에게 음식을 던져 화제가 된 울산, 서울 연신내 맥도날드 사건, 백화점 직원에게 무자비한 폭언·폭행을 가한 죽전 신세계 백화점 갑질 사건 등은 많은 근로자들의 워커밸이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진=GS칼텍스)


통화 연결음에 가족 목소리, 손님 갑질 여전

사실 노동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워커밸이란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있었다. 2017년 GS칼텍스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와 같은 상담원 가족의 목소리를 통화 연결음으로 넣는 ‘마음이음 연결음’을 도입, 전보다 상담원들의 스트레스를 54% 감소시켰다.

갑질 손님 사건이 일어났던 신세계 백화점은 작년 10월 사원보호 캠페인을 시작했다. 매장 곳곳에는 “고객님의 아름다운 미소와 배려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줍니다. 마주하고 있는 직원을 존중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걸어놓고, 매장에서 폭언이나 폭행과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엔 해당 판매사원을 고객으로부터 즉시 벗어나게 하는 등의 강화된 긴급 매뉴얼을 전 사원에게 공유하도록 했다.

또 같은 해 10월 18일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개정안에는 고객응대근로자가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것을 예방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에 발생한 맥도날드 사건처럼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일어나는 ‘손님 갑질’ 사례들은 이러한 처방만으로는 워커밸이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워커밸 실현에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의 매너

워커밸이란 용어를 등장시킨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매너소비자(Manners Maketh the Consumer)'를 소개하고 있다. 워커밸 실현에는 매뉴얼이나 법의 시행 등 외부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고객의 매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갑질 동영상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왕으로 생각하는 고객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서비스업의 오랜 표어가 근로자들을 필요 이상의 저자세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을 왕으로 대해주길 바라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서로에게 고객이다. 콜센터 상담원도 퇴근하면 편의점 고객이 될 수 있고, 편의점 알바생도 알바 후에 백화점 고객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고객이 매너 있길 바란다면 자기 자신부터 매너 있는 고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매너가 소비자를 만든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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