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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완전히 낯선 곳으로 떠날 자유

일상을 벗어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타지키스탄 파미르 고원 (사진=공태영)


미세먼지로 가득 찬 잿빛 하늘, 직장을 구하기도, 다니기도 힘든 일상에 지친 당신. 만약 당신에게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비행기 티켓과 충분한 경비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디로 여행을 떠날 것인가? 남들이 많이 가는 익숙한 곳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거의 가지 않아서 생소한 곳인가? 만약 낯선 곳을 선택하겠다면, 당신은 왜 그곳으로 가고 싶은가?

현대인에게 여행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자기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그리고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나라로의 여행이라면, 조금은 고생스러울지 몰라도 그곳에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자유와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다른 여행, 얽매이지 않는 여행을 찾아

방학과 휴가철엔 동남아, 유럽을 가려는 여행객으로 항상 공항이 붐빈다. 누군가는 힐링을 하러, 누군가는 먹방을 찍으러 간다. '꽃보다 할배', '뭉쳐야 뜬다'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여행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는 시작했지만 그런 곳으로 떠나는 사람이 아직 많지는 않다. 한국 사람이 많이 가고 정보도 풍부한 곳으로 가는 여행객들 틈에서 케냐로 가는 티켓을 들고 있자니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일까 잠깐 의문이 든다.

첫 번째 여행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한 것은 남들이 많이 가는 곳을 따라 가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대학도 남들이 가니까 가고, 스펙이나 대외할동도 남들이 준비하니까 따라서 준비하는 게 20대의 현실이다. 땀 흘려가며 열심히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떠나는 여행인데, 그마저도 남을 따라서 가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나.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 중 하나로 묻히는 여행 대신, 자신의 선택이 주가 되는 여행, 뻔하지 않은 여행을 하고 싶었다.

나미브 사막 다녀온 주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 (사진=공태영)


또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대게 알려진 정보가 너무 많아서, 방문해야 할 명소나 사진 찍는 스팟, 먹어 봐야 할 것들이 거의 매뉴얼화 되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보통 그 매뉴얼을 얼마나 충실히 따랐느냐로 여행이 알찼는지를 판단한다. 파리에 가면 에펠탑 배경으로 인생샷 찍어야 하고, 베르사유 궁전과 몽마르뜨 언덕도 가봐야 하고, 루브르 박물관도 구경해야 하고...그렇게 여행을 하는 건 왠지 교수님이나 제시한 기준에 맞춰 답을 쓰려고 애쓰는 일상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매뉴얼이 없는 곳에서 스스로가 기준이 되는 뭔가를 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낯선 나라로 떠났다.

정보와 시설은 부족, 새로움과 아름다움은 만족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여행지의 첫 번째 특징은 관련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여행지였던 중앙아시아는 예상대로 인터넷에 여행 정보가 많지 않아서 준비하는 내내 불안했던 경험이 있다. 특히 ‘타지키스탄’은 ‘파미르 고원’이란 곳을 제외하면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막상 타지키스탄에 가서 현지인이나 다른 여행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파미르 고원 말고도 여행할 만한 지역이 꽤 있었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장소를 직접 찾아가보면 원치 않는 고생을 겪을 때도 있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때도 있었다. 매일 보는 전공책, 매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 계획에 없던 무언가를 경험하는 데서는 일종의 청량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예정에 없던 아름다움을 만나는 순간. 타지키스탄 팬 마운틴즈 (사진=공태영)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의 두 번째 특징은 여행지로서 많이 개발되지 않아서 음식이나 숙박 등 시설 면에서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곳만의 독특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기에는 이보다 좋은 조건이 없다. 특히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사람에겐 이런 곳이 적격이다. 사람도 별로 없는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즐기는 여유는 바쁜 일상에선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서 사진을 찍는 것도 안 찍는 것도 자유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또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하지 못하던 생각들도 그곳에서 맘껏 할 수 있다. 누구 눈치 안 보고 무언가를 하는 게 이렇게 편한 거였나, 새삼 깨닫게 된다.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엔 아직 이런 풍경이 남아 있다. 타지키스탄 지제브 (사진=공태영)


잃어버렸던 타인에 대한 관심을 되찾는 시간

출퇴근 시간의 지옥철, 만원버스에서 만나는 타인은 항상 관심 밖이다. 말 그대로 타인이다. 그런데 낯선 여행지에 가면 타인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런 곳엔 한국 사람이 거의 없어서 현지인이든 여행자든 외국인과 교류를 해야 한다. 또 현지 사정을 모르니 그들에게 도움받아야 할 때가 훨씬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필요한 도움을 준다. 물론 모든 외국인이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적지 않게 기억난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있던 일이다. 밥도 못 먹고 먼 하산길을 터덜터덜 내려가는데 어떤 청년이 돈도 받지 않고 마을까지 차로 태워다준 적이 있었다. 차에서 내려서 돈을 요구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는데, 영어를 모르던 그 청년은 고맙다는 인사만 받고는 그저 웃으면서 떠났다.

낯선 사람을 선뜻 자신의 집에서 재워주던 아저씨. 타지키스탄 팬 마운틴즈 (사진=공태영)


타지키스탄에서는 비수기에 숙박 시설이 닫힌 것을 모르고 산에 올라갔더니 한 아저씨가 자신의 오두막에 재워주었다. 차갑게 언 몸을 녹이라고 따뜻한 차도 주고 밥까지 만들어주었다. 아무것도 받지 않고 친절을 베풀어준 그 아저씨가 없었다면 아마 눈 덮인 산에서 텐트를 치고 자다가 입이든 눈이든 돌아갔을 것이다.

계산 없이 도움을 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가 참 각박한 곳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지옥철에서는 다들 자신이 타고 내리는 것에만 집중하지 누가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쓸까. 그런데 지하철이 없는 여행지에는 편리함은 없어도 타인에 대한 관심, 그리고 대가 없는 친절이 남아 있었다. 그것들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는 여행이라면, 낯선 곳도 한 번쯤은 가볼 만하지 않을까?

타인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는 사람들 덕분에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나미비아 오콤바헤(사진=공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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