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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팸, 육아를 뛰어넘다]“잘 키운 펫 열 아이 안 부러워”

(사진=이미지투데이)


아이 옷을 입히고 유모차에 앉혀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을 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김민희(가명. 30) 씨의 아침 풍경이다.

‘펫팸족(pet+family)’, ‘펫미족(pet=me)’ 등의 등장으로 반려동물 한 마리를 키우는 데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은 아이 한 명과 견주어 차이가 없을 정도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끼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반려동물이 누리는 문화가 인간과 닮아가는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동물에 대한 이해와 동물의 지위가 높아져 나타나게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미지=커뮤니티 캡쳐)


최근 ‘펫육아’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반려인들은 강아지가 마치 자신의 아이인 양 돌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같이 강아지 전용 유치원, 강아지 교육 훈련소, 유모차, 옷 등이 등장하게 된 이유다. 강아지 유치원에서는 아이들과 같이 등원하면 놀이 시간, 낮잠 시간, 간식 시간, 기본예절 교육 시간 등 다양한 커리큘럼에 맞춰 관리를 받는다.


(이미지=에꼴드시앙 홈페이지) 반려견 유치원 시간표


이러한 강아지 유치원의 비용은 소형견 기준 주 5일 월 평균 55만 원이다. 금액은 강아지의 종류나 무게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 어린이들 유치원 비용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싸지만 반려인들은 기꺼이 비용을 내고 강아지를 유치원에 보낼 수 있다는 반응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직장인 김성일(가명. 32) 씨는 “강아지가 집에 혼자 있으니 항상 신경이 쓰였다”며 “강아지가 선생님의 관리도 받고 친구들과 놀면서 사회성도 키울 수 있어 유치원에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강아지 유치원에 대해 이혜원 건국대 동물복지 연구소 박사는 "마당이 넓던 이전과 다르게 현대 사회에서 개가 개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 외에 사회 활동 등 동물들의 상위 욕구를 풀어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유치원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펫육아’의 일환으로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도 사람과 같이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낯선 사람을 보면 짖는 행동이나 무는 버릇 등 반려견의 문제 행동을 전문 훈련사에게 교육을 받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격은 가정견 기본 교육이 소형견은 한 달에 약 50만 원, 중·대형견은 약 55만 원이다. 이 역시 부담이 되는 가격이지만 반려견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는 반려인들의 의견이 많았다.

낯선 사람을 보면 짖는 강아지를 키우는 김희민(가명. 30) 씨는 “사람을 보면 심하게 짖거나 하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어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평생 같이 살아야 하니까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보통 강아지의 행동이 단번에 고쳐지지 않아 3개월~4개월 정도 걸리는데 그럼 비용이 상당하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미지=포털 캡쳐) 고액의 강아지 유모차


강아지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강아지를 자식처럼 키우는 반려인들이 등장함에 따라 강아지 유모차, 일명 ‘개모차’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강아지 유모차는 처음에는 다리가 약하거나 불편한 강아지를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점차 다양한 기능을 가진 유모차들이 등장했다. 바퀴 수에 따라 3륜 형·4륜 형, 공간 형태에 따라 바스켓형·요람형·트레일러형, 분리 여부에 따라 휴대용·올인 원형 등 다양하다. 가격 또한 저렴한 것은 5만 원에서부터 3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강아지 유모차를 이용 중인 박소영(가명. 29) 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강아지가 못 들어가는 곳이 많다”며 “유모차를 사용하면 가게나 대중교통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커뮤니티에 유모차 후기 글을 남기며 “강아지 유모차도 아이들의 유모차처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엄마들이 조금 비싸도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유모차를 사는 마음이 이해됐다”며 “저도 조금 비싸지만 튼튼하고 좋은 걸 고르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령견이나 아픈 강아지가 아니라면 유모차 사용을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이혜원 박사는 "강아지에게는 곳곳의 냄새도 맡고 영역 표시도 하는 등 스스로 걸으면서 즐길 수 있는 산책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바안코이탈리아 홈페이지 캡쳐)


이렇게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게 해주기 위한 견주, 집사의 욕심은 ‘펫셔리’ 현상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사람이 이용하는 금액과 맞먹는 비용의 강아지 스파·마사지 등 펫케어도 인기를 얻고 있다. 컨디션 케어, 베이직 케어, 딥 클렌징, 스페셜 스킨 케어, 트리트먼트 케어, 헤어컷. 사람이 받는 케어 서비스인 것 같지만 강남의 한 애견카페의 강아지 스파 내용이다.

기본 미용 가격에 소형견 기준 3만 원을 추가하면 강아지 모나 피부의 특성에 따라 마사지와 스파를 받을 수 있다. 기본 미용이 소형견 기준 평균 6만 원임을 고려하면 강아지 미용에만 약 10만 원 정도를 반려견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저도 못해본 마사지를 우리 ‘달콩이’가 받네요.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달콩이’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저도 좋아요”라며 강아지 스파 후기를 남겼다.

이러한 '펫육아'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동물이 단순히 인간과 이분법적으로 구분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라며 "동물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동물의 지위가 높아져 동물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게 해주고 싶은 반려인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이사는 "반려동물이 너무 사랑스러워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하지만 그 어떤 비싸고 좋은 것보다 진짜 반려동물이 원하는 것은 주인과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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