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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사과했더니 직무 정지?”..멈추지 않는 고대신문 논란

(사진=고려대학교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제공) 고대신문 칼럼에 항의하는 62개 단체의 성명이 고려대학교에 게시됐다.


“학생들의 항의가 외부의 압력이고, 성소수자 혐오에 저항하는 행위가 언론 정신의 훼손이라니. 오히려 마음에 안 든다고 기자 전체를 직무 정지시키는 게 언론 정신을 가장 훼손하는 행동 아닌가요?”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재학생 정태은(가명·23) 씨는 고대신문 담당 간사가 편집국 기자 전원을 직무 정지한 것에 대해 학생들을 무시하고 성소수자들의 인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처사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고려대학교 학보인 ‘고대신문’이 성소수자 혐오를 옹호하는 칼럼을 실어 큰 논란이 됐다. 이에 고려대학교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은 총학생회 등 학내 단체와 트랜스해방전선 등 인권단체를 포함한 62개 단체와 연대해 고대신문에 항의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 대자보로 인해 많은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고대신문 측에 항의했고, 고대신문 일부 기자들은 새로운 사과문을 게시하려했다.

하지만, 최근 밝혀진 바에 의하면 고대신문 담당 교직원인 기획 간사는 오히려 학생들의 항의를 외압으로 받아들이고 고대신문의 역사성과 언론 정신을 훼손했다며 편집국 기자 모두에게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이 직무정지 처분에는 주간 교수의 승인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가속되고 있다.

(사진= 고려대학교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제공) 기자 전체 직무정지 처분 결정에 대한 기획 간사의 답변 내용


고대신문성소수자 혐오 옹호 칼럼게시로 학내외 항의 받아

사람과사람 측에 의하면 고대신문은 지난 18일, 고대신문사 홈페이지와 지면을 통해 ‘익지 않은 사과는 쓴 맛일 뿐’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시했다. 해당 칼럼은 토론 수업 중 한 학생이 “사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긴 하죠.”라는 말을 하자, 다수의 사람이 “날선 목소리”로 해당 발언에 사과를 “거칠게 요구”했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의견이든 말할 수 있고 모든 의견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요지로 끝맺음하는 글이었다.

사람과사람은 대자보를 통해 “해당 발언은 분명한 혐오표현”이라며 “성적 지향성을 개인의 잣대로 일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고, 재단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기를 건드렸다고 해서 사과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혐오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입막음하는 행위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글을 고려대학교를 대표하고 있는 공적 매체인 고대신문에 싣는 것은 혐오를 자유로움으로 옹호하는 논리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큰 사회적 악영향을 끼친다" 며 "이는 성소수자, 더 나아가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이다"라고 대자보에서 밝혔다.

사람과사람 측은 스냅타임과의 대화를 통해, “대자보가 게시되기 전 사람과사람에서 항의 메일을 발송했으며 이에 대한 결과로 고대신문 측의 사과문이 게재되었다”며 “하지만, 사과문의 내용이 미비하고 특히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제시되지 않아 대자보를 작성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사람과사람 측은 “학생 기자인 편집국장의 승인까지는 혐오발언 옹호 내용이 부재했지만, 간사 컨펌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추가되었다는 증언과 이를 뒷받침하는 칼럼의 초고를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사진 = 고려대학교 교육tv방송국 KUTV 페이스북 댓글 캡쳐) 직무정지 처분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댓글


다시 사과하려는 기자들에게 기자 전체 직무정지 내린 교직원

대자보를 본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고대신문 내부에서는 재사과를 하려는 기자들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오히려 고대신문 담당 기획 간사라는 교직원은 처음 사과한 것조차 “외부 압박에 굴복해 고대신문의 역사성과 언론 정신을 훼손하려 했다”라며 학생 기자 전원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이 교내 다른 언론에 보도되자 학생들의 날 선 비판 역시 이어졌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언론 SNS에 “너무 웃겨...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란 건 외부 압박이고, 기획 간사하고 주간 교수가 휘두른 철퇴는 언론정신 지킴이야 뭐야...”라는 댓글로 항의했고, 또 다른 학생도 “편집국원 전원 직무정지...????우리 같은 21세기에 살고 있는 거 맞나요?”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스냅타임이 확인한 결과, 대자보를 게시한 사람과사람 측 역시 기자 전체에 직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과사람 측은 “이러한 기자 전체 직무정지 처분은 학생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본다”며 “이러한 구조 때문에 인권 침해를 유발하고 방조하는 구조가 발생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본인을 고대신문 기획 간사라고 밝힌 사람은 이를 보도한 교내 타 언론 SNS에 “기자 분은 기사를 쓰실 때 대자보만 보고 쓰시는 건 너무 게으른 태도가 아닌가요?”라며 “교내번호만 검색해도 고대신문 기획국의 전화번호가 나올텐데. 기사를 쓰실 때는 최대한 당사자를 찾아서 확인하고 쓰시면 더 좋은 기사가 되겠네요”라는 댓글을 남겨 또 다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고려대학교 교육tv방송국 KUTV 페이스북 댓글 캡쳐)


뒤늦게 게시된 고대신문 편집국의 재사과문

29일 오전, 고대신문 기자들의 직무정지가 해제되고 고대신문 편집국 이름으로 새로운 사과문이 학교에 게시됐다. 고대신문 편집국 측은 직무정지로 인해 입장문 게재가 늦어진 것이 맞다며  칼럼에 대한 사과와 함께 “해당 칼럼의 승인권이 기획 간사에게 있었던 것이 맞다”며 “기획 간사의 편집권 참여를 최소화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할 것이다”하고 밝혔다.

이어 “편집국 데스킹 시스템을 개편하고, 편집국 내부에서 인권 교육을 계획하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대신문 보도 윤리 준칙을 재정립하고, 편집국 내부의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람과사람 모니터링부장은 “매우 늦었지만 새로운 사과문이 붙은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개인사과문이나 징계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에서 가해자를 옹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직원 측의 학생언론 탄압에 대한 문제의식 부족에 매우 유감을 느낀다”며 “고대신문이 평등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람과사람도 적극적으로 연대할 의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대신문을 무조건 용서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일련의 과정에서 있었던 고대신문 측의 무능력하고 무례한 대처방식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는 매우 무겁게 논의되어야한다”라고 말했다.

박형규 고대신문 편집국장은 "직무정지가 됐던 것은 사실이며 현재는 풀린 상황이다"라고 말했고 이어 "편집국은 입장문에 밝힌대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고대신문 편집국 기자 모두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는 고대신문 기획국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성소수자 혐오를 옹호한 학보지에 대해 성소수자 학생들을 포함한 학생 사회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 언론 탄압 문제까지 만난 고대신문이 어떻게 이 문제들을 타개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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