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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소비 NEW] "관람이 곧 응원" 영화계 강타한 페미니즘 미닝아웃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소비행위로 사회적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 소비현상이 화두다. 미닝아웃 소비행태는 가치관이 담긴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미디어를 소비하는 행위에까지 확산됐다. 영화계에서도 미닝아웃 소비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관객들의 여성 서사 영화와 여성 주연 영화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영화계 내부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CGV아트하우스에서는 지난 2월 절대 권력을 지닌 여왕의 총애를 얻으려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이하 ‘더 페이버릿’)의 스틸컷들을 감상할 수 있는 CGV아트하우스 갤러리 전시를 마련했다. 메가박스 큐레이션 브랜드 '필름 소사이어티'에서도 지난 18일부터 진행한 아카데미 후보작 기획전에서 ‘아카데미를 휩쓴 여왕의 이야기’라는 테마로 ‘더 페이버릿’과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라는 여성 중심 영화를 상영했다.

여성 중심 영화 지지하는 관객운동

'미쓰백'에 영혼 보내는 관객들 (사진= SNS '미쓰백총공' 해시태그 검색결과)


2018년 말, 한지민 주연 영화 '미쓰백'은 여성 중심 작품이라는 이유로 투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극장에서 내려갈 위기에 처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의 연대를 담은 영화 ‘미쓰백’은 젊은 여성들의 지지를 얻었고, 작품을 지지하는 '쓰백러'라는 이름의 팬덤까지 얻게 됐다. '미쓰백'의 손익분기점 돌파를 위해 '쓰백러'들은 힘을 합쳐 SNS상으로 관람 인증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갈 수 없는 상영 회차에 영혼만이라도 보내겠다며 이른바 '영혼 보내기' 예매를 SNS에 인증하며 관객운동을 펼쳤다.  한 누리꾼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여성영화를 무조건 지지하고 소비하길 바란다"며 "여성영화를 검열하고 비판하는 와중에도 남성중심 영화들은 너무나 쉽게 손익분기점을 넘는다"고 말하며 총공에 참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까지 지속돼 2019년 ‘항거: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의 100만 관객 돌파와 ‘캡틴 마블’의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항거’를 본 관객들은 영화에서 여성 배우들이 중심이 돼 여성연대를 보여주는 것이 영화를 지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캡틴 마블’ 역시 페미니즘 영화라는 이유로 ‘평점 테러’를 필두로 한 불매 운동과 맞닥뜨렸지만 개봉 11일만에 관객수 400만을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캡틴 마블’을 여러 번 관람했다는 관객 김지은(26·여)씨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성 주연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캡틴 마블’을 중심으로 그런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또, “영화를 소비함으로써 여성 중심 영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어서 영화를 여러 번 관람했다”며 여성 중심 영화를 지지하는 미닝아웃 소비에 대해 얘기했다.

영향 끼쳤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벽 존재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렇게 여성 중심 영화에 대한 수요와 지지는 유의미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지난 2월 발표한 2018년 한국 영화사업 결산 보고서 중 ‘한국영화 성인지 통계’ 항목에 따르면, 2018년 상업영화 핵심 창작인력의 여성 참여율은 감독·프로듀서·주연·각본 부분에서 전년 대비 큰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상업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비율은 2018년 기준 13.0%로 처음으로 두 자리 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은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영화나 실질적으로 개봉된 영화에서는 남성 감독의 영화의 비율이 여성 감독 영화보다 현저히 높았다. 영진위는 이런 지표를 통해 “영화산업의 자본 및 네트워크(제작비 및 배급력)이 남성에게 집중돼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2018년 한국 실질개봉영화 장르별 여성 주연 비율을 살펴봤을 때 여성 주연 영화들은 전부 드라마나 로맨스 영화에 편중돼 있었다. 액션·전쟁·SF 장르 등에서는 여성 주연 영화가 0편을 기록했다. 이는 특정 장르들이 남성지배적이라는 비판과도 맞닿아 있다.

변혜정 여성학자는 “여성이 주연이 되는 영화는 대부분 멜로 장르에 국한돼 있거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야만 하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영화산업 내에서 여성인력의 비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여전히 하위직이나 여성의 성역할과 관련된 업무에만 한정돼 있다”며 영화현장 내 남성중심주의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진위에 따르면 2018년 총제작비 10억원 이상 또는 최대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의 상업영화 77편 중 촬영 부분 여성인력 참여 편수는 0편을 기록했다. 변혜정 여성학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고 여성중심 영화와 영화산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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