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2030 흡연 돋보기] “학연, 지연, 그리고 흡연?”

(사진=이미지투데이)


“담배를 같이 피우는 동안 아무 말도 안하면 어색하니까 대화를 조금 더 하게 되고, 매일 시간 맞춰 같이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서 친근감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직장인 강지후(가명·35) 씨는 흡연이 인간관계를 원활히 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정부의 금연 정책이 나날이 강화되면서 흡연이 건강에 미칠 안 좋은 영향과 관련한 경각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흡연이 직장생활 등 인간 관계를 좋게 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금연하지 못하는 2030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직장인들의 흡연과 인맥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스냅타임이 들어봤다.

“공감대가 하나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장점”

지난해 공채에 합격해 아직 근무 환경에 적응 중인 신입사원 이제동(가명·27) 씨는 “처음에는 함께 담배를 피우러 나가자는 회사 선배들의 제안이 얼떨떨하고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같이 담배를 태우면서 선배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모르는 것 등을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공감대가 하나 있는 것이라 대화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와 관련한 문의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에 합격했다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금연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상사가 같이 흡연을 하자 하면 어떡하나”라는 내용의 고민글을 게시했다. 그는 "상사와 흡연 중 사적인 얘기도 하고 친해질 기회가 많을텐데 이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정 안되면 평소에는 금연하되 상사가 제안할 때만 흡연을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학연보다 흡연”, “인사 한 번이라도 더 하다 보니 친해질 수 있음” 등 공감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도 이러한 고민으로 금연을 하지 못한다는 사례도 있었다. 구민희(가명·28·여) 씨는 금연을 여러 번 결심했지만, 항상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 중에는 근무 시간 중 잠깐 갖는 휴식 시간의 의미도 있고, 업무에서 벗어나 동료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의 의미도 있다고 했다. 구 씨는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데 담배 피울 때만큼은 동료들과 가벼운 농담도 하고 스트레스 푸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같이 담배를 피우며 회사에서 느끼는 고충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더욱 돈독해지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사진=네이버 카페 캡쳐)


직급 낮을수록 흡연이 인간관계에 도움된다고 생각

지난 2012년 STX조선해양이 임직원 12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흡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내 직급이 낮을수록 흡연이 인간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흡연이(대화, 소통의 매개체로) 사내 인간관계에 유리하게 작용하는가라는 질문에 사원, 대리 직원 중 53%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반면 과장, 차장 그룹은 46%가 그렇다고 답했고, 부장, 임원 그룹 중 흡연이 인간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은 28%에 머물렀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다온(가명·33·여) 씨는 "직급이 낮을수록 사내 분위기에 포함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흡연하는 자리에서 인사이동 정보와 같은 중요한 이야기도 오가기 때문에 비흡연자임에도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안가면 그런 정보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흡연을 사내 정치의 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김 씨는 본인이 신입사원 시절 한 동료가 흡연자임을 상사들이 알게 되고 나서 많은 상사들이 돌아가며 같이 담배를 피우자고 해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운 사람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오히려 동료들은 “좋은 팁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라고 김 씨는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흡연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동질의식의 의미 더 강해”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흡연이라는 행위 자체보다는 직장인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업무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처리되고 대화도 문자로 이루어지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굳이 대화할 필요성이 줄었다”며 “하지만, 흡연은 여전히 야외에서 같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 대화하면서 인간관계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임 교수는 “물론 담배의 니코틴은 도파민을 증가시켜 긴장을 완화하고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지만, 담배라는 매개체보다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동질의식의 영향이 더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러한 동질의식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임 교수는 “업무 중 잠깐 쉬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매개체라면 꼭 흡연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사원들끼리 쉴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이라면 커피나 대화 등으로도 충분히 동료의식을 느끼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