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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배낭여행] 나미비아에선 '24시간이 모자라'

은하수를 두 눈으로 보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지 않을까. (사진=이미지투데이)


살면서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악기 배워보기, 여행 떠나기,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 공부하기 등등. 누군가에겐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게 그것일 수 있다. 그 은하수를 찾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미비아(Namibia)’로 한 번 가보는 건 어떨까. 나미비아는 2016년 ‘꽃보다 청춘’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바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라는 점 때문에 아직 많은 사람이 찾는 인기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나미비아는 당신이 간절히 찾던 은하수를 만날 수 있는 바로 그곳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과 지칠 줄 모르고 밀려오는 대서양의 파도가 당신을 기다리는 곳이다. 일상에서 찾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경험들이 가득한 곳 나미비아. 왜 더 일찍 이곳을 찾지 못했을까란 생각을 하기 전에 어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해보자.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바위산 스피츠코페에선 인생 은하수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노마드 아프리카 홈페이지)


'스피츠코페', 은하수 아래서 꿈같은 캠핑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으로 뻗어 있는 길. 이 길 위에서 해가 지면 땅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별로 가득 찬다.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Windhoek)’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3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스피츠코페(Spitzkoppe)'에선 가능한 일이다. 독일어로 ‘뾰족한 돔’이란 뜻의 스피츠코페는 그 이름처럼 드넓은 자갈 평원에 화강암 봉우리들만 우뚝 솟은 형상이다. 독특한 모양새 덕분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눈에 잘 띄며 ‘나미비아의 마테호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스피츠코페 곳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개성 있는 모양의 바위들이다. 가장 유명한 아치 모양 바위부터 버섯 모양, 공 모양의 동그란 바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땅에 붙어 있는 뾰족하고 각진 바위들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의 바위들은 스피츠코페에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스피츠코페 주변은 숙소 하나를 제외하곤 아무 건물도 없는 평원이다. 말 그대로 자연 한가운데다. 일출과 일몰을 보기에 안성맞춤이고 특히 밤하늘의 별을 보기에 딱인 이곳에서의 1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텐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바위산의 너른 바위에 침낭만 깔고 눕는 게 베스트다. 해가 떨어지면서 세상은 이미 지평선 바로 위까지 별로 가득 차 있는데 그 하늘을 이불 삼아 누워 있노라면 감당할 수 없는 별빛의 무게에 할 말을 잃는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잠깐 눈을 뜨면 달은 보이지 않고 이전보다 더 밝게 빛나는 별들만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밤에 은하수를 구경하던 자리에서 아침을 맞으면 그대로 해맞이의 시작이다. (사진=공태영)


아침 해가 밝을 때쯤 침낭에서 상체만 일으키면 그대로 해돋이를 볼 준비가 끝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바다에서 뜨는 해만 봤었는데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바위산과 넓은 평원을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해를 맞으며 간단히 요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환한 낮이다.

먼 옛날 ‘부시맨(Bushman)'들이 살았던 흔적을 보는 것도 스피츠코페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바위산 위쪽에 있는 '부시맨 파라다이스(Bushman Paradise)'는 부시맨들이 벽에 그려놓은 기린, 코뿔소, 하마 등의 그림이 있는 원형극장 모양 동굴이다. 비록 관광객들의 부주의로 그림들이 많이 손상되긴 했지만 동굴에 앉아 부시맨들의 삶을 상상해보기만해도 직접 부시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위산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작은 부시맨 파라다이스(Small Bushman Paradise)'가 있는데 이곳의 큰 바위 벽면에도 코뿔소, 얼룩말, 사람 등이 비교적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옛날 부시맨들의 삶과 그들이 수렵하고 기르던 동물들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스피츠코페 가는 길

수도 빈트후크에서 280km, 해안도시 스바코프문트에서 150km 정도 떨어진 스피츠코페는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따로 투어를 신청해서 가야 한다. 차를 타고 가면 빈트후크에서 3시간, 스바코프문트에서 1시간40분 정도 걸리는데 도착 전 40km는 비포장도로라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고, 가로등 없는 허허벌판이기 때문에 해가 진 이후의 운전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

투어는 여행사나 숙소를 통해 신청 가능하며 당일치기는 인당 20만 원, 1박2일은 30~40만 원 정도 지불해야 한다.

붉은 모래 언덕의 바다는 비현실 그 자체다. (사진=공태영)


'나미브 사막', 모래 언덕 위에서 보는 인생 일출

나미비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붉은 빛이 감도는 모래사막일 것이다. 붉은 사막을 보려면 빈트후크에서 남서쪽으로 4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나미브 나우클루프트 국립 공원(Namib Naukluft National Park)'으로 가야 한다. 가는 길의 상당수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이고 공원 입구에서 모래 언덕들이 있는 안쪽까지는 사륜구동차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까다로운 조건에도 사막이 보여주는 풍경은 모든 수고로움을 잊게 만든다. 양 옆으로 쭉 이어져 있는 모래 언덕들과 그 중간에 나 있는 한 줄기 길은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 비현실적인 느낌이 물씬 들게 한다.

사막에서 즐기는 일몰은 이전에 없던 색다름을 선사한다. 공원의 길은 서쪽으로 뻗어 있어서 해질녘 지평선 너머로 저무는 해를 쫓아 달리면 모래 언덕을 돌 때마다 질듯 말듯 지지 못하고 지평선에 걸쳐 있는 해를 볼 수 있다. 모래 언덕 위에서 맞이하는 일출 또한 예술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차가운 모래에 발을 푹푹 담그며 모래 언덕 ‘듄45(Dune45)’의 능선을 오르면 어느새 다른 여행자들이 앉아 있는 언덕 꼭대기에 이른다. 그 옆에 앉아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구석구석을 밝히며 떠오르는 해를 보면 잡생각은 사라지고 눈앞의 광경에 탄성만 흘러나온다.

일출을 봤다면 햇빛이 뜨거워지기 전에 어서 ‘소수스블레이(Sossusvlei)'로 이동하자. 소수스블레이는 '빅마마(Big Mamma)’, ‘빅대디(Big Daddy)' 같은 높은 모래 언덕에 둘러싸여 강물이 들어오지 못해 말라버린 습지인데 바싹 마른 점토처럼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다. 나미비아인 친구가 말하길 가끔 비가 많이 올 때 이곳에 물이 차는데 그러면 땅 밑에 숨어 있던 물고기들이 위로 올라온다고 한다. 실제로 바닥의 흙이 의외로 쉽게 부서지는 마른 진흙이었다. 근처의 데드블레이(Deadvlei)도 많은 이들이 사진 찍는 필수 코스다. 습지가 마르기 전에 자라던 '낙타가시나무(Vachellia erioloba)'들이 습지와 함께 그대로 말라서 썩지도 않고 서 있는 기괴한 풍경을 연출한다.

차우차브 강이 흐르던 모습이 그대로 남은 세스리엄 캐니언. (사진=공태영)


사막을 다 보고 나가는 길에 있는 '세스리엄 캐니언(Sesriem Canyon)'도 놓치면 아까운 코스이다. 예전에 이곳을 흐르던 '차우차브 강(Tsauchab River)'이 만든 길이 1km, 깊이 30m 퇴적암 협곡은 물살이 흐르며 만든 곡선과 퇴적물이 쌓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모래 사막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이라도 이곳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며 협곡 곳곳을 모험가처럼 누빌 것이다.

*나미브 나우클루프트 공원 가는 길

나미브 나우클루프트 공원 또한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아서 자가용을 타고 가거나 여행사를 통해 투어 형식으로 가야 한다. 빈트후크나 스바코프문트에서 차를 타고 가면 공원 캠핑장까지 동일하게 4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데 가는 길의 3분의 2 이상이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이다. 또 캠핑장 안쪽의 사막으로 들어갈 때는 사륜구동차만 입장이 가능하다. 사륜구동이 아닌 차를 몰고 온 사람은 캠핑장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캠핑장 숙소에서 운영하는 사륜구동차를 타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투어는 이동거리상 당일치기가 거의 없고 1박2일 코스는 인당 20만 원 이상이다. 빈트후크에서 출발하여 빈트후크로 돌아오는 코스 외에도 스바코프문트로 가는 것도 있으며 그 반대도 있다.

스바코프문트에선 해변에 나가 대서양의 파도를 만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다.(사진=공태영)


'스바코프문트', 대서양이 와서 부딪히는 휴양지

나미비아에서 바다를 보고 싶으면 '스바코프문트(Swakopmund)'로 가보자.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휴양 도시인 스바코프문트는 빈트후크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시기 독일풍의 건물들이 상당수 남아 있어 시내를 걸으며 유럽의 느낌을 느끼기 좋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해변에는 대서양의 파도가 쉼없이 와서 부딪히는데 낮에는 생동하는 에너지가 느껴지고 저녁에는 석양과 어울리면서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해가 지면 해변을 따라 난 식당이나 펍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술잔을 부딪히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활동적인 걸 하고 싶은 사람은 여행사에서 '쿼드 바이크(Quad Bike)'나 '샌드보드(Sandboard)' 등의 액티비티를 신청해 모래 사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스바코프문트 근처에는 물개와 홍학을 볼 수 있는 곳들도 있다. 해변을 따라 차로 1시간 반 정도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물개들이 서식하는 ‘케이프 크로스(Cape Cross)'가 나오고 반대 방향으로 30분 정도 내려가면 홍학을 볼 수 있는 ‘버드 파라다이스(Bird Paradise)'가 있다. 참고로 버드 파라다이스가 있는 도시 '월비스 베이(Walvis Bay)' 근처엔 높이 383m로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모래언덕 ‘듄7(Dune7)’이 있으니 한 번 올라가서 대서양과 사막이 만나는 광경을 눈에 담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스바코프문트 가는 길

빈트후크에서 스바코프문트는 차로 3시간 20분가량 걸린다. 차가 없는 사람은 두 도시를 오가는 버스 '인터케이프(Intercape)'를 이용해서 이동이 가능하다. 요금은 14달러(한화 약 1만6000원)이며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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