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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 구조, 무조건 좋은걸까?

(사진=이미지투데이)


“사람들 고양이 다 있는데 나만 고양이 없어”, “‘냥줍(길고양이를 주워 기르는 것)’ 했어요”

한 때 이러한 말들이 유행하며 고양이들이 반려동물 시장을 꽉 잡고 있던 강아지들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이에 길고양이들에 대한 관심도 증가해 먹이를 챙겨주는 등 길고양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돌보는 ‘캣맘’, ‘캣대디’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을 넘어 무조건 구조해 집고양이로 분양하려고 하는 일부 사람들의 행동이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논란이 되고 있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해 길고양이들에게도 관심이 많다는 이나희(가명.25) 씨는 “길고양이를 보면 안쓰럽고 가여운 마음에 집에 데려와 키우려는 마음이 들 때가 많다”며 “뉴스 보면 길고양이들을 일부러 괴롭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고 특히 조금 몸집이 작은 아이들을 보면 더욱 구조해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더욱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캣맘’, ‘캣대디’들은 밖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귀여운 동시에 안쓰러운 마음이 많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야생에서 오래 산 길고양이들을 구조 명목으로 포획해 집고양이로 분양하려는 행태가 실제 고양이를 위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동물자유연대는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 모두가 사람에게 버림받은 고양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길고양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길에서 태어나 살아온 동물"이라며 길고양이에 대한 흔한 오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길고양이를 단순히 불쌍하다는 생각에 집으로 데리고 와도 생활 방식 등이 이미 야생에 적응된 길고양이는 집에서는 잘 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혜원 동물복지 연구소 박사는 “굳이 길에서 잘 살고 있는 고양이를 집에 데려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물론 다친 고양이나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들 중에는 치료를 해주다 사람 손을 타는 경우도 있어 사람 집에 데려와 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것도 고양이마다 다른데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고양이들은 집에 데려오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양이에 대한 오해로 파양하는 경우 많아...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은 “길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염려되고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본인이 입양을 할 게 아니라면 되도록 그냥 두는 게 나은 것 같다"며 "고양이 입장에서는 따라갔다가 다시 버려지는 입장이 될 테니 괜한 측은지심이 한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다”고 글을 올렸다.

구조된 길냥이가 다시 파양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집사'들의 자질부족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고양이에 대한 기본 지식 부족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른 현실에 다시 고양이를 파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는 "고양이가 불쌍해 일단 데려오기는 했는데 너무 숨어만 있는다", "고양이가 너무 운다", "발톱으로 가구를 긁어서 가구가 다 망가졌다", "고양이 냄새가 너무 난다",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등 가지각색의 파양 이유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분별없는 ‘냥줍’까진 이해한다 해도 ‘냥줍’을 한 이후의 행동이 더 문제"라며 "고양이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는 사람이 그저 귀엽고 불쌍해 보인다는 이유로 쉽게 데려와 키우는 것은 고양이를 더욱 괴롭히는 일”이라고 사람들의 무분별한 '냥줍'을 비판했다.

동물권 관계자는 "고양이를 구조하는 것은 일시적이지만 함께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흔히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아 키우기에 편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고양이도 성격에 따라서 강아지보다도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고양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양이는 털이 많이 빠지는 동물이라 알레르기가 있다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어렵다"며 "자신 혹은 동거인들의 알레르기 유무도 미리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냥줍삼고초려해야

동물 관계자들은 '냥줍'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자유연대는 "길에서 태어나 적응하며 야생성을 갖게 된 길고양이는 입양하는 것보다 길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길고양이인지 판단하기 위해서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새끼 고양이를 '냥줍'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끼 고양이가 혼자 있을 때는 주변에 어미 고양이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새끼 고양이가 혼자 있는 경우에는 어미 고양이가 먹이를 구하러 갔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보자마자 새끼 고양이를 데려와서는 안 된다고 설명이다. 어미 고양이가 먹이가 부족한 도시에서 먹이를 구하기까지는 보통 1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편이 좋다는 조언이다.

또한 새끼 고양이가 사람 손에 닿아 체취가 달라지면 어미가 새끼를 몰라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걱정이 된다면 옆에 깨끗한 물이나 먹이를 가져다 놓는 것이 고양이를 위한 행동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길고양이 중 다쳤거나 사람에게 버려져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양이들은 분명히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친 길고양이를 발견했다면 "장갑을 끼고 담요를 이용해 구조한 뒤 이동장에 넣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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