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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의 키워드] 강원 산불 대피·가족 찾기...Z세대 소통 빛났다

지난 4일 오후 강원 일대를 휩쓴 고성 산불 화재 당시 1020 세대를 중심으로 트위터 등 SNS로 화재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났다. (사진=트위터 캡쳐)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한 주 간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한 시사 용어와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스냅타임에서 한 주를 강타한 사건과 사고, 이슈들을 집약한 키워드와 신조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하나의 키워드를 한 주 간 발생한 이슈들과 엮어 소개 합니다.

지난 4일 오후 강원 고성에서 발생하기 시작해 속초 등 영동 일대까지 집어 삼킨 대형 산불이 이틀 간 한반도를 휩쓰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 13 시간이 지나서야 주불이 잡히는 등 역대급 규모였죠. 이 사고로 무려 525㏊(525만㎡)에 달하는 산림이 황무지가 됐습니다. 여의도 면적보다 크고 축구장 면적의 735배에 달하는 대형 피해였습니다. 사망자 1명, 부상자 34명 등 총 35명의 사상자도 발생했습니다. 화재의 여파로 이 일대 통신 기지국도 마비돼 인근에 거주하는 가족들과 소식이 끊겨 행방을 수소문하는 안타까운 풍경도 포착됐습니다.

다만 열악한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의식은 빛났습니다. 자발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료 대피소 정보를 공유하고 화재로 소식이 끊긴 가족들을 찾아주는 등 도움과 연대의 손길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소위 'Z세대'라고 불리는 청년, 청소년들 사이에서 특히 활발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 사고 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당당히 소신을 밝히고 적극적인 시민 활동가로 사회를 바꾸려는 1020 Z세대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스냅타임에서 이번 한 주의 사건과 이슈를 'Z세대'란 키워드로 풀어보았습니다.

지난 3월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회관 앞에서 청소년 기후행동 집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공익 위해 거침 없이 표현... Z세대 소통법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청년 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Z세대 청년,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타인에게 끊임없이 표현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 이슈, 관심 있는 정책 현안 등에 관한 생각도 거침없이 표출하며, 사회공헌 활동, 국제·환경 등 국경을 초월한 이슈를 자기 일처럼 생각합니다. 또 이같은 행위가 또래 집단 사이에서 '의미 있고 멋지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을 접하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이란 특성 때문에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같은 특성들 때문에 Z세대는 '필란스로키즈(Philanthrokids)'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자선(philanthropy)과 아이들(kids)을 조합한 신조어로 '공공의 선을 위해 행동하는 아이들'이라는 의미입니다. 학자들은 Z세대 인구가 2020년에는 26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사진=트위터 화면 캡쳐)


'속초 산불 사람 찾아요' SNS로 소통 활약

공공의 선과 사회 공헌 등 가치를 지켜내고자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개시하는 이 Z세대의 소통 방식이 이번 강원도 산불 화재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이날 산불 발생 직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는 이들을 중심으로 가족들을 찾아달라는 글들이 '#속초산불_사람을_찾습니다', '#속초산불큰피해없길바래요' 등 해시태그들과 함께 수천개 넘게 게시됐습니다. 이번 화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들도 해시태그와 함께 해당 게시물들을 공유해 자기 가족의 일인 것처럼 나섰습니다. 트위터에는 '속초 사람 찾아요' 등 이번 사고로 행방이 묘연해진 사람들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계정들이 따로 만들어져 관련 제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SNS상에서의 노력으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고 관련 가족들을 수소문하는 게시글들 중 '탁하현 할아버지를 찾습니다'란 제목의 게시글은 트위터에서만 200건 넘게 리트윗 됐고 해당 게시글을 본 이용자가 대피소에서 할아버지를 발견해 최초로 게시글을 작성한 가족에게 상황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성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수학여행 버스에 불이 옮겨 붙어 인명피해를 낳을 뻔한 경기 평택시 현화중 학생들의 사연도 학생들과 그의 가족, 친구들이 직접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실시간 상황을 중계해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이날 새벽엔 당시 상황히 고스란히 담긴 실시간 영상이 SNS에 올라왔고 이들의 무사 귀가를 응원하는 글들이 수천개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스웨덴 여고생인 그레타 헌버그 양의 등교거부 1인 시위를 계기로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기후행동이 확산됐다. (사진=그레타헌버그 양 인스타그램)


국경 초월한 연대...Z세대 영향력 더 커질 것

SNS와 해시태그로 세상을 바꾸는 Z세대의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해시태그로 국경과 국경을 초월한 초국가적 연대의 물결을 만들어내기까지 합니다.

지난달 15일에는 120여개국 2000여개 도시에서 10대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등교 거부 시위'가 스웨덴 한 여고생의 1인 시위를 계기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습니다.

이 '청소년 기후행동'이 SNS를 통해 전세계로 확산돼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도 상륙했습니다. 지금도 이와 관련해 '우리의 마지막 봄(It was our last spring)'란 해시태그 운동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에는 10대 여학생 3명이 대통령 사진에 낙서를 했다가 중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외신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이들을 석방하라는 요구들이 '#FreeOurGirls(우리의 소녀들을 석방하라)'란 해시태그 운동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과거에는 두려운 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소통 수단이 발전한 지금 세대는 자기 표현에 매우 당당하며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거침없이 표현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지금의 Z세대들은 SNS 등 소통 플랫폼의 발달, 여러 역사적 변화를 경험하며 개인의 소신있는 움직임들이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는 세대"라며 "앞으로도 이들이 사회 이슈와 현안에 내는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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