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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의 펫돋보기] 반려동물법 도입, 이제는 검토해봐야

박서영 고양이 정원 대표.


[박서영 고양이정원 대표] 반려동물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이들과 함께 살다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급증하는 현실입니다. 고양이정원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도 한 가정에서 키워지다 파양돼 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버려지는 이유들도 다양합니다. 고양이털 알레르기를 견디지 못해 파양한 경우도 있고요, 이사와 임신 ,출산 등 반려인들이 생애·생활주기 변화를 겪으면서 양육을 포기해버리는 상황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평균 10~15년 정도의 수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모든 분들께 이 긴 시간동안 반려동물을 둘러싸고 생겨날 수 있는 여러 변수와 문제들을 감안하고 감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생명을 들여야 한다고 늘 말합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인간의 소유물'에서 '동반자', '가족'의 개념으로 변화하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앞날에 대한 생각 없이 귀엽다는 이유로 쉽게 동물을 분양받아 키우려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유기동물이 늘면 어떤 문제점들을 마주할까요? 우선 이들을 보호하고 수용할 동물보호 공간이 더욱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지자체 혹은 사설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 동물보호센터들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늘어나는 동물 개체수를 감당하기에는 그 수용 면적이 한정돼 있습니다. 이들을 수용한 뒤 관리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비좁은 공간에서 동물들이 제대로 된 음식과 식수도 공급받지 못한 채 열악히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죠.
버려지고 방치돼 죽어나가는 동물들을 줄여나가기 위해선 반려인들과 정부, 동물권 단체, 판매업자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합니다. 펫팸 열풍, 반려동물 입양 유행에 한순간 휩싸여 '나도 한 번 키워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고요, 유기·파양되는 동물들이 잘 보호되고 입양되고 있는지 동물권 단체, 활동가들의 관심과 감시도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겠죠. 다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유기, 파양동물이 끊임없이 늘어나는 현실에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반려동물을 들일 수 있는 동물 판매·유통 구조가 크게 한 몫하고 있습니다. 공장식으로 생산해 무분별하게 유통하는 동물 생산 유통 구조 때문에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동물들이 거래되고 있고 생활하다 맞지 않으니 쉽게 버려지죠. 동물 생산, 판매 단계에서부터 관리·감독을 강화해 태어나는 동물들의 개체수를 엄격히 관리, 파악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A to Z로 정책을 확립해나가야 합니다.
동물복지와 실태를 관리할 정부, 지자체 차원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면 합법적인 동물권 단체들에 반려동물 보호 관리, 감시 기능 권한을 대폭 위임하거나 강화해 부여해주는 등 여러가지 실천 방법들을 강구해나가야겠죠.
파양 및 재분양을 명목으로 불법 판매 행위를 일삼는 펫샵과 사설 동물보호소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법체계 구축은 절실해보입니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 엄격한 기준을 준수해 반려동물들을 보호하는 동물복지센터인 '티어하임'을 두고 있습니다. 이 곳은 버려진 반려동물들이 안락사를 당하지 않고 다른 자격을 갖춘 가정에 재분양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에서 변종 펫샵들과 취지가 같지만 정부의 검증을 받아 관리,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티어하임과 같은 반려동물복지센터를 많이 건립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육아 관련 산업 규모를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만큼 동물보호법 체계 전반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두루뭉술한 동물보호법보다 더욱 강력한 반려동물만을 위한 '반려동물법'이 따로 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여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사람,고양이가 함께 공존하며 고양이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고양이정원'

서울 강서구 개화동에 위치한 고양이 정원 야외 전경.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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