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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1주일이 가능할까?

지난 4월1일부터 대형마트와 백화점, 슈퍼마켓 등지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사용하다 적발되면 300~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때문이다. 같은 법은 지난해 8월부터 많은 커피전문점이 테이크아웃 고객에게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머그잔에 음료를 담아주도록 만들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사회적인 움직임은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Plastic Free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유행을 타고 있다. 각종 기관, 기업에서 연일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으며, 국회의원, 시의원 등의 고위공직자 개인 SNS에는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인증샷이 올라온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뜨거워지는 요즘,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1주일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단순히 사용량을 줄이기보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를 실천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플라스틱에 담긴 음식 안 사먹고, 비닐 사용 안 하면서 1주일만 버티면 되지 않을까’라는 짧은 생각으로 시작한 도전. 그 도전은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착돼 있는지를 절감하게 만들었다.

모 유명 커피전문점에서는 개인컵을 사용하면 음료 값 일부가 할인된다. (사진=공태영)


일상 곳곳에 숨어 있던 플라스틱의 총공격

플라스틱 없이 1주일을 살기로 결심한 첫날 오후, 개인 텀블러를 들고 유명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그 전에 한 번도 음료를 개인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한 적이 없어서 주문할 때 조금 어색했지만, 일단 말하고 나니 직원이 별다른 말 없이 그렇게 해주겠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음료를 주문하고 영수증을 보는데 개인컵 사용으로 음료값 일부가 할인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사용을 안 했을 뿐인데 몇 백 원을 벌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음료를 다 마시고 나서는 컵을 다시 세척해야 해서 불편했다. 크림이 올라갔던 음료라서 주방세제로 기름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회사 화장실엔 세제가 없어서 제대로 된 세척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티슈로 컵을 닦으면서 아까 아꼈던 몇 백 원이 컵을 닦는 비용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숟가락은 쇠숟가락을 대신 쓰면 됐지만 과자는 끝내 먹을 수가 없었다. (사진=공태영)


플라스틱 프리 3일차, 두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첫 번째는 회사에서 간식을 먹을 때였다. 업무를 보다가 간식을 몇 개 꺼냈는데, 모두가 비닐에 포장된 과자들이었다. 과자를 먹으려면 비닐을 뜯어야 하는데 그건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드는 행위였다. 안 그래도 당이 부족해서 꺼낸 간식이었는데 눈앞에 두고도 먹지를 못하니 당이 더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수가 없어서 간식을 고스란히 다시 넣어두었다.

두 번째 위기는 퇴근 후에 발생했다.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포장해서 집에 가져왔는데 아이스크림 숟가락이 전부 플라스틱 숟가락이었다. 게다가 개별 숟가락이 비닐로 포장까지 돼 있었다.  다행히 집에 있는 쇠숟가락을 사용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지만, 만약 밖이었다면 눈 뜨고 친구들이 아이스크림 먹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을 것이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쇠숟가락 하나를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걸까, 생각이 조금 복잡해졌다.

플라스틱 컵을 얼마나 습관적으로 사용하는지 알게 되는 1주일이었다. (사진=공태영)


하지만 진짜 위기는 따로 있었다. 플라스틱 프리 4일차, 점심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주스를 테이크아웃 했다. 걸으면서 주스를 마시고 빈 컵을 버리려고 휴지통을 찾는데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빈 플라스틱 컵과 빨대가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는 점보다 주스를 다 마실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 훨씬 더 놀라웠다. 너무나 익숙한 느낌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든 자신에게 실망감이 들었다. 목표했던 ‘플라스틱 없는 1주일’까지는 아직 3일이나 남았으니 정신을 더욱 바짝 차려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짐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날 저녁 친구와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에 친구가 음료를 사겠다고 해서 커피전문점에 들어갔다. 아무 생각 없이 프라푸치노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고 음료를 받아드는데 다시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음료가 플라스틱 컵에 정성스레 담겨 있었다. 게다가 위에 아이스크림까지 얹혀 있어서 플라스틱 빨대까지 써야 했다. 친구가 사준 음료를 안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 마시긴 했지만 같은 패턴에 두 번 당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후 3일 동안에도 난처한 상황은 계속됐다. 기분 전환하러 코인 노래방에 갔는데 마이크 덮개가 비닐포장이라 뜯지 못한 건 큰일도 아니었다. 하루는 식당에서 일회용 물티슈를 쓰고 난 다음 물티슈가 비닐로 포장돼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편의점에서는 떡볶이를 사서 포장을 뜯었는데 떡과 스프는 비닐포장이었고, 숟가락과 뚜껑은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큰 죄를 짓는 기분으로 떡볶이를 먹을 때도 있었다.

결국 플라스틱 프리로 살아보려던 1주일은 끝내 '플라스틱 없이 살지 못한 1주일'로 막을 내렸다.

고체 샴푸를 이용하면 액체를 담을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러쉬(LUSH) 홈페이지)


고체 샴푸, 종이 빨대 등 대체제 마련 필요

플라스틱 프리에 도전하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대안이 필요하다’였다. 당장 라면 한 봉지를 끓여도 겉 비닐에 건더기, 분말스프 비닐 이렇게 총 3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온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안 만들자니 라면을 안 먹을 자신은 없고, 비플라스틱 소재로 포장된 라면은 주변에서 찾기가 어렵다. 이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포장된 제품들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 대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시작으로, 플라스틱으로 포장, 제조되는 제품들을 점차 비플라스틱 소재로 바꿔나가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실제로 영국의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는 작년에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샴푸 '샴푸바(shampoo bar)'와 해조류를 가공해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 제품을 내놓았다. 유명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로 만든 빨대를 작년부터 사용해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엔 정부와 상품을 직접 만드는 기업,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 모두가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는 익숙한 편안함 대신 불편함을 감수하고 의식적으로 플라스틱 대체품을 찾아서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SNS에 사진과 해쉬태그만 올리고 끝나는 게 아닌,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진정한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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