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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스무살 넘어야 존중 받나요?...청소년도 의사결정 주체"

“제가 18살인 것만으로도 온전한 한 사람으로 존중 받는 사회를 원하죠. 20살이 되지 않아서 20분의 18만큼의 인간이 아니라 한 사람의 노릇을 할 수 있는 주체로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20살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쉽게 이야기되지 않고 1인분의 값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청소년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양말(활동명·18)씨의 바람이다. 양말씨는 학교에 다닐 때는 모범생 중 모범생이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학교를 다닐 때 내적인 문제를 많이 겪었다. 그는 “검은색 생머리는 되고 노란색 파마머리는 안 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며 “추워서 패딩을 입는 것도 멋을 낸다며 옷을 뺏어가기도 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전혀 우리를 평등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소년 인권 활동가 양말(활동명.18)씨는사람들이 자신이 20살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분의 18로 볼 때 가장 속상하다고 말했다. (사진=스냅타임)


그는 고등학교 입시가 끝난 후 혐오 표현이 난무한 교실에 대해 대자보를 통해 비판했다. 그때 교감 선생님은 그를 불러 가만히 있던 학생들을 ‘선동’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선생님과 학생의 동등한 인권은 어떻게 보장되는 거냐고 물었다. “그때 교감 선생님은 저한테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학생과 선생님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고 했어요. 그때 저는 제가 별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속상했어요.” 교감 선생님의 가벼운 대답은 양말씨의 가슴 속에 무겁게 자리 잡았다.

학교는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고 부모님의 반대까지 심해져 청소년 인권 활동을 그만두려고 할 때쯤 우연히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그의 뇌리에 박혔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봄까지 광장에서 함께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쳤던 청소년들이 정작 민주주의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2017년 가을에 출발한 시민단체다.

강민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청소년의 문제는 사소한 것이 아닌 사회 전반에 걸친 복잡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진=스냅타임)


사회 전반을 바꿀 청소년 인권 보장 

강민진(25)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청소년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해도 어리니까 넌 잘 몰라 혹은 크면 생각이 바뀔 거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지 않나”라며 “그래서 청소년들은 아니다 싶은 일들에도 크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인권 문제는 사람들이 사소한 문제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며 “성인들 모두 청소년기를 겪기 때문에 청소년 인권 문제는 청소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 전반에 걸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주장하는 청소년인권법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법, △어린이·청소년 인권법, △학생 인권법으로 크게 3가지다. 강 위원장은 “참정권으로 대표되는 선거권, 피선거권, 정치와 선거에 대해 말할 권리 등은 모든 국민의 권리”라며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참정권 보장법’은 꼭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린이·청소년인권법’은 학교 밖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 이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법”이며 “‘학생 인권법’은 학생인권에 대한 기준이 되는 기본법”이라고 설명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 인권 보장은 청소년뿐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생각 또한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린 시절에 폭력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면, 자신의 선택이나 말이 말대답으로 홀대받지 않고 존중받는 경험을 어린 시절부터 해온다면 이 사회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 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청소년을 똑같은 시민으로서의 대우해줄 것을 요구한다. 양말씨는 “청소년들도 자유의지가 있으며 이들도 한 명의 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은 성인도 아닌 시민도 아닌 특수한 존재로 다뤄져 배제 당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은 이러한 무시와 배제가 우리나라 청소년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페이스북 페이지)


청소년 없는 청소년 대책이 문제

실제 우리나라의 청소년 행복지수는 매년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어 ‘어른’들은 골머리를 앓고 청소년들을 걱정하기도 한다. 또 2018년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4명 중 1명은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으며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10년째 자살인 것으로 집계됐다.

심각하게 낮은 우리나라 청소년 행복지수에 대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 미지(활동명.27)는 “이런 문제들이 나오면 어른들은 ‘요즘애들’은 나약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청소년들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없는 사회 구조"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입시경쟁구도, 교육 과정 등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데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매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당사자인 청소년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어른들끼리 논의한 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청소년인권법제정으로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해 이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청소년이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홈페이지)


청소년의 88% "사회·정치 문제 참여 필요하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18 청소년 통계’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약 88%가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점차 청소년들의 사회적 참여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논의는 청소년이 미성숙하다는 점과 학교가 정치판이 될 수 있다는 여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강민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참정권은 모든 국민에게 있는 권리”라며 “참정권에 대한 논의는 몇 살부터 정치적 판단 능력이 있는가가 아닌 모든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말씨는 “청소년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정책을 잘 이해 못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쉽게 설명해주면 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사실 청소년의 문제뿐이 아닌 성인들 중에도 공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정책을 청소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발달장애인 등의 참정권까지도 확장해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은 민주 시민은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스냅타임)


한편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강 위원장은 “학교에서 정치적인 내용이 빠진 순수하고 무결한 것만을 가르치는 방법으로는 민주 시민을 양성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 사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념을 넘나드는 토론이나 다양한 정보가 중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청소년 인권 활동가 이은선(20) 씨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민주 사회 일원으로 기른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곤 하지만 청소할 때만 학교 주인인 교육으로는 뚝딱 하고 민주 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며 “어른이 나를 대하는 태도,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혹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지 등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타임

[글 김정은 영상 공지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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