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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고령 운전자 사고, 교통상황 인지능력 때문?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입구에서 김 모(75) 씨가 몰던 체어맨 승용차가 지나가던 시민 13명을 치어 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남 통도사를 찾은 시민들이 돌진하던 승용차에 치여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40대 여성 1명이 숨졌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은 “차량 출입이 밀려있던 중 차량이 갑자기 갓길의 사람들에게 돌진했다”고 전했다. 사고 차량을 운전하던 김 모(75)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차가 세게 나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운전 미숙’을 원인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통도사 교통사고를 접한 네티즌들이 고령 운전자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자료=네이버뉴스 댓글 갈무리)


사고를 낸 김 씨가 70대의 고령 운전자인 탓에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고령 운전자 면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네티즌들은 고령 운전자들의 인지능력을 지적하며, 면허 심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고령 운전자는 문제가 없으며 일부 사고가 부각될 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고령 운전자. 운전 중 인지능력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관련 연구 자료를 통해 팩트체크했다.

교통 상황 인지하는 속도 느려

도로교통공단이 제공하는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중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2만 275건으로 9%를 기록한 뒤 꾸준히 높아지며 지난 2018년에는 3만 12건으로 13.8%에 달했다. 이로 인한 사상자 수도 함께 늘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6년 발표한 ‘교통사고자료 분석을 통한 운전자 교육용 주행 시뮬레이터 시나리오 선정체계’는 65세 이상 고령 및 초보 운전자의 자료를 토대로 사고 유형과 빈도수를 도출했다.

분석 결과 고령 운전자는 일부 항목에서 초보 운전자보다 사고 빈도수가 더 높았다. 사고 유형은 △좌측으로의 차로 변경 중 측면충돌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정면충돌 △우측 차로로 변경 중 측면충돌 등이 많았다. 연구팀은 고령 운전자 집단에서 측면 사고 유형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며 “공간인지능력의 차이가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어 “공간을 인지하고 반응하기까지의 시간 지체에서 발생된 문제”라고 덧붙였다.

도로교통공단의 자료에서도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지난 2015년 발표한 ‘고위험군 운전자의 주요 사고원인 분석연구’에 따르면 고령화에 따른 인지 기능의 저하는 운전에 필수적인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젊은 운전자에 비해 환경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속도가 느리고 돌방상황 또한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부산 연제구 한 햄버거 가게로 76세 정 모 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돌진했다. 이 사고로 시민 1명이 놀라 넘어지면서 다쳤다. (사진=연합뉴스)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을 중단한 사유도 주목할만 하다. 도로교통공단은 같은 자료에서 고령 운전자들을 상대로 ‘자발적인 운전 중단의 사유’를 조사했다. 그 결과 ‘노화로 인한 기능저하’가 전체 중 74.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운전 불필요’가 17%로 뒤를 이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약해진 신체 기능이 무엇이냐는 문항에서는 ‘나빠진 기능이 없다’가 44.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돌발상황 예측 능력’이 23.4%, ‘돌발상황 대처판단 능력’이 13.6%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자료 도입부에 인용된 것처럼 “고령 운전자 스스로 운전 특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 고령 운전자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최근에 발표된 자료도 있다. 지난 2월 한국안전학회지에 실린 ‘고령운전자 인지반응시간에 대한 연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들이 교통 상황을 인식하는 ‘인지반응시간’은 51세까지 일정하게 나타났으나 연령이 증가하면서 굴곡 구간이 생기더니, 65세부터 85세 구간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결론에서 “시뮬레이터를 통한 분석이므로, 실제 인지반응시간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지능력 차이 ‘사실’…해외 사례는?

65세 이상 운전자들의 인지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한국안전학회 등의 자료를 파악했다. 65세 이상 집단에서 반응시간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도 보였다. 연구 자료를 토대로 팩트체크한 결과 고령 운전자의 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주장을 ‘사실’로 판단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일부 지자체는 면허증을 반납하면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제도 도입 후 많은 관심 속에 목표 정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과 반납 후 혜택이 달라 전국으로 확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87세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빨간 불인데도 돌진해 행인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자전거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과 자전거에 타고 있던 3세 아이가 숨지고 8명이 부상 당했다.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고령자 운전을 제한하기보다 인지 능력 관리, 심사 기준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고령 운전자를 관리하고 있을까?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일부 주에서 고령자 관련 사고를 분석하고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운전면허 갱신 요건도 일반인과 고령자 갱신 주기를 따로 두었고 캘리포니아주, 조지아주 등은 의사 소견을 요구하기도 한다.

일본은 이미 1998년부터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치매 고령자들의 역주행 사고가 급증하면서 면허 반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면허를 반납한다면 정기예금 추가 금리, 관광 패키지 할인, 온천 할인, 물리치료 서비스 할인 등 각종 우대가 제공된다. 만약 70세 이상의 운전자가 면허를 갱신하고자 한다면 운전 교육을 추가로 이수 해야한다.

뉴질랜드는 연령에 따라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나눠 2단계 갱신 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2단계 주행 시험은 도로 진입, 교차로 우회전 등의 주행 능력을 다시 시험하는 제도다. 고령 운전자는 의사 소견과 함께 2단계 주행 시험을 통과해야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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