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김보영의 키워드] 100만 유튜버 백종원의 ’90년대생’식 리더십

유튜브 개설 사흘 만에 100만 구독자 돌파
Z세대 사로잡은 요리계 '팔로인'
無권위·간편함·진정성의 리더십...기성세대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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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유튜브에 개설된 ‘백종원의 요리비책’ 캡쳐. (사진=요리비책 영상 화면 갈무리)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한 주 간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반영한 시사 용어와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스냅타임에서 한 주를 강타한 사건과 사고, 이슈들을 집약한 키워드와 신조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매 주말 하나의 키워드를 한 주 간 발생한 이슈들과 엮어 소개 합니다.

“참 쉽쥬? 간단하쥬?”
요리연구가 겸 사업가인 백종원(53) 더본코리아 대표가 유튜브를 개설한 지 사흘 만에 구독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 뿐인가요,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불문 텔레비전 예능까지 그가 등장하지 않는 채널이 없습니다. SBS ‘골목식당’에서 자영업자들의 멘토이자 골목을 살리는 히어로로 활동 중인 그는 tvN ‘고교급식왕’에서 고등학생 요리 꿈나무들을 심사하고 육성하는 키다리 아저씨로도 활약 중이죠. 곧 방영될 JTBC ‘양식의 양식'(가제) 출연도 앞두고 있습니다.

2015년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에 처음 출연한 뒤 4년이 지난 현재 그의 인기는 하나의 현상이 됐습니다. 일각에선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백 대표가 등장하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불편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대형 음식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그가 1인 크리에이터의 세계인 유튜브까지 진출한 게 또 다른 ‘대기업의 횡포’이자 ‘생태계 파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느 쪽 의견이 맞고 틀린지는 차치하고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 자체가 이미 방송을 생산하는 업계에서도, 이를 소비하는 대중 입장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콘텐츠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왜 우리는, 특히 20대 젊은이들은 연예인도 아닌 이 50대 남성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백종원씨가 방송 안팎에서 보여주는 말과 행동, 사업가로서의 가치관과 신조가 Z세대(90년대~2000년대 출생 세대)가 생각하는 ‘어른의 리더십’에 부합한다고 설명합니다. TV 예능과 유튜브 등 그가 표방하는 콘텐츠 전략도 신뢰감을 주는 ‘사람’의 정보에 의존해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의 소비 방식을 ‘취향 저격’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한 주 미디어를 달군 백종원씨의 인기, 청년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기성 세대에 어떤 시사점을 줄까요? ‘팔로인(follow+人)’이란 키워드로 풀어봤습니다.

tvN ‘고교급식왕’ 기자설명회. (사진=tvN)

100만 유튜버 된 백종원, 어떻게 요리 ‘팔로인’이 됐나 

백종원씨가 지난 11일 개설한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이 지난 13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구독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15일 현재 구독자 수는 123만명 정도입니다. 이로써 그는 업로드 된 영상 11편으로 채널 개설 사흘 만에 유튜브 ‘골드버튼’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유튜브는 구독자 수 100만명을 넘긴 유튜버에게 ‘골드버튼’이란 이름의 상패를 주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상륙한 백종원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여느 배우나 아이돌 스타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인기를 얻는 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미 BTS나 엑소 등 아이돌 스타들이 해외팬들의 지지와 세계적 인기에 힘 입어 유튜브 구독자 수 100만명을 이룬 경우들이 적지 않지만 백종원씨는 국내 팬들의 지지와 응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TV 방송에서 연예인들의, 골목 자영업자들의, 고등학생들의 요리 멘토를 자처하며 친근하게 대중에게 다가선 그가 유튜브로 직접 불특정 다수의 일반 대중과 소통에 나섰다는 점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백종원씨가 설명하는 그의 유튜브 입성 계기는 앞으로 시장을 이끌 세대로 부상한 Z세대들이 기존에 우리가 상품을 소비하던 방식과 얼마나 다른 패턴을 보여주는지를 시사합니다.

백씨는 제육볶음 레시피에 앞서 올린 소개 영상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몇 달 전 장모님을 통해 (인터넷에) 내가 만들지 않은 레시피들이 자신의 이름을 달고 퍼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많은 분들이 (자신을 통해)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좋기는 한데 한 편으로 섬뜩했다”고 전했습니다. 자신의 이름과 실력을 믿고 ‘백종원 레시피’를 검색하고 소비하는 대중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넘쳐나는 ‘가짜 레시피’를 바로잡고자 자신이 직접 나선 셈이죠.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를 “본인의 레시피가 아닌데도 (자신의 이름을 달고) 돌아다니는 레시피들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2019년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사로잡을 트렌드 중 하나로 ‘팔로인’을 꼽습니다. ‘팔로인’이란 ‘따르다’란 뜻의 ‘follow’와 사람 인(人)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로, 원하는 정보가 있을 때 포털 검색을 이용하던 기존 세대와 달리 인플루언서 등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아는 사람’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이용하려는 청년들의 소비 방식을 일컫습니다.

’90년생이 온다’의 작가 임홍택씨는 이에 대해 “90년대생들은 기업 광고보다 가족과 지인, 인플루언서들을 믿는다. 광고에 거짓된 정보들이 많다는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에 ‘신뢰’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리뷰와 광고 기반 검색 대신 주변 지인의 중첩된 평가, 사람 기반의 검색 시스템에 의지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자신을 믿고 자신의 이름으로 레시피를 검색하는 팔로워들이 ‘백종원’이란 타이틀마저 또 다른 광고 수단과 포털 검색 키워드로 활용하려는 업자들에게 이용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최 교수는 그가 요식업계에서 ‘팔로인’을 대표하는 인플루언서로 부상한 것에 대해 “백종원씨는 그간 레시피 등 요리 지식 뿐 아니라 창업 등 다양한 정보들을 대중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콘텐츠 소구력과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사진=SBS ‘골목식당’)

‘권위스럽지 않은’ 백종원의 리더십

그럼에도 그가 굴지의 외식업 프랜차이즈 대표란 커리어와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인기 방송인이란 수식어만으로는 젊은이들에게 열광받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백종원씨 못지 않은 커리어와 인지도를 가지고 활약하는 다른 요리전문가들도 많으니까요.

전문가들은 그가 방송 안팎에서 보여주는 말과 행동들이 Z세대의 소통 방식과 그들이 원하는 ‘어른들의 리더십’에 부합하기 때문에 특히 사랑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합한 Z세대에게 통한 그의 면모들을 세 가지 정도로 요약했습니다.

우선 백종원씨는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쌓인 해박한 지식들을 ‘권위스럽지 않게’ 대중들에게 전달합니다. 백종원씨는 SBS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잘못된 가게 관리 및 요리 재료 손질 방식을 무조건적으로 잘못됐다며 몰아세우거나 나무라지 않습니다. “가르쳐줬던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몰라서 실수한거면 앞으로 잘하면 된다” 등 따뜻한 한 마디와 함께 가게가 더 잘 될 수 있는 비법들을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설명하죠. 또 군더더기 없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줍니다.

평소 백종원씨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꾸준히 챙겨 본다는 대학생 양진호(27)씨는 “나이가 좀 더 많고 직책이 좀 더 높다는 이유로 젊은 세대를 나무라고 권위적으로 몰아세우는 어른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겸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며 “프랜차이즈의 횡포란 비판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자신이 지닌 능력을 발로 뛰어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그런 점에서 백씨의 노력과 능력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이렇게 가게를 관리하고 요리를 만드는 게 왜 되고 왜 안되는지를 명확히 이야기해준다. 그의 충고와 조언을 듣고 발전하는 자영업자들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도 환호하는 것 같다”며 “문제가 있을 때 나무라는 사람은 있지만 그걸 고칠 수 있는 실질적 컨설팅을 해주는 데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에게 윤리적인 포만감을 채워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간단하고 편리한 레시피, 재치와 유머 속 진정성

두번째 요리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간단하고 편리한 요리 팁들을 제공해준다는 점도 한 몫합니다. 닦달하지 않고 개인의 취향에 따른 변주도 인정함으로써 요리가 결코 어렵고 절대적인 영역이 아님을 강조하고 도전을 응원해주죠.

그가 유튜브에 올리는 레시피들은 제육볶음, 김치찌개, 샐러드 등 요식업 창업을 꿈꾸는 자영업자들은 물론 끼니를 챙겨먹는 일반 시민들의 수요에 부합하는 일반 음식들이 대부분입니다. ‘집밥백선생’, ‘마리텔’ 등 앞서 출연한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셰프들의 음식이 아닌 일상에서 챙겨먹을 법한 요리 레시피들을 주로 가르쳤죠. 요리를 완성하기까지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데다 설탕, 참기름, 깨소금 등 친숙한 재료들로 감칠맛을 잡을 수 있는 비법까지 전수해줍니다. 양 조절, 간 조절에 실패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팁까지 설명해주죠.

마지막은 그가 방송 안팎으로 대중들에게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백씨는 ‘골목식당’을 통해 요식업이 포화상태인 냉정한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기본이 무엇인지 창업자들에게 끊임없이 짚어주려 노력합니다.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내며 최고의 서비스를 대접하고 정당히 이익을 남기는 것’. 자영업자는 물론 노동을 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기본 자세이지만 어떻게 해야 기본을 지킬 수 있는지 알려줄 멘토는 만나기 어려웠던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백씨가 ‘골목식당’ 방송이 끝난 후에도 종종 출연자들을 찾아가 피드백과 응원을 해주고 있다는 미담, 백씨 본인 스스로 방송에서든, 사업에서든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변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들도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Z세대 청년들과 소통하고 어필하기 위해 ‘진정성’을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의 작가 제프 프롬은 “각자의 취향 존중과 다양성과 포용력 등을 진정성 있게 어필한 기업이 대체로 큰 성공을 거둬왔고 앞으로 그런 경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기업 뿐 아니라 지금 젊은이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기성세대에게도 해당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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