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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 앱도 '레트로'...슬로우 메시지에 빠진 2030

“전부터 펜팔(pen pal) 같은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밤편지’를 시작했는데, 익명의 낯선 사람에게 편지를 쓰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어떤 감정이나 기분을 공유하고, 위로도 받아요. 운이 좋으면 제가 쓴 편지에 답장도 받을 수 있구요. 편지를 기다리는 설렘이 있다는 점도 좋아요.”

대학생 전다은(가명·23·여) 씨가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밤편지’에서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받을 수 있다. 편지를 보낼 땐 꼭 우표를 붙여야 하며, 보낸 편지는 보통 12시간 뒤에 익명의 수취인에게 도착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한다는 게 불안하거나 어색할 법도 한데 그래서 더 편한 점이 있다고 전다은 씨는 말한다. 자칫 귀찮을 수도 있는 편지를 기다리는 시간은 오히려 설렌다고 한다.

2030세대 사이에서 아날로그식 펜팔 앱이 인기다. 본 적 없는 낯선 이에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편지를 전달하고 전달 받는 컨셉이지만 의외로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다. 이를 두고 '레트로(retro)' 감성의 유행과 더불어 익명의 누군가가 보내는 '슬로우 메시지'에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사진='밤편지' 홈페이지 캡처)


익명의 편안함과 설레는 기다림 '슬로우 메시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고, 기다리는 시간도 몇 시간씩 걸리는 앱 밤편지를 이용하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회의적인 예상과 달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1만 명 이상이 밤편지 앱을 다운로드했다. 즉각적이고 빠른 메신저가 전국민의 스마트폰에 기본앱처럼 깔려 있는 와중에도 밤편지 같은 ‘느린’ 앱을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밤편지 앱 리뷰란에는 ‘가까운 사람들에겐 말 못했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게 정말 좋다’, ‘바로바로 전달되는 SNS보다 다시 그 사람의 답장을 기다리고 한번 편지를 써도 하고 싶은 말 전부를 꺼내고 진심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등의 긍정적인 리뷰가 다수를 차지한다.

또 다른 슬로우 메시지 앱이 하나 더 있다. ‘SLOWLY’는 한국인 외에도 생판 모르는 외국인과 펜팔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앱이다. 사용 가능한 언어, 대화 주제 등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편지를 받을 사람이 매칭된다. 밤편지와 마찬가지로 편지를 보내려면 우표가 필요한데 다양한 종류의 국가별 우표를 모을 수 있는 설정은 SLOWLY의 쏠쏠한 재미다. 또 편지를 받는 사람과의 물리적 거리에 따라서 편지가 도착하는 시간이 다른데, 일례로 한국에서 홍콩으로 편지를 보내는 데 약 6시간, 쿠바는 하루가 걸린다. 이런 SLOWLY의 인기는 전세계적이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0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를 했다.

(사진='SLOWLY' 홈페이지 캡처)


밤편지와 SLOWLY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갖는데 첫 번째는 친한 주변인이 아닌 익명의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점, 두 번째는 편지가 보내는 즉시 전달되지 않고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하루 뒤에 전해진다는 점이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더 편하게 속 얘기를 꺼낼 수 있고, 편지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재미있고 기대가 된다는 게 두 앱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주고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더 많은 내용을 편지에 싣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SNS에 지친 현대인의 외로움 달래는 역할

초고속 5G 시대가 펼쳐지는 와중에도 이런 ‘슬로우 메시지(slow message)’ 컨텐츠가 사람들에게 매력을 갖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빠름을 추구하는 트렌드 외에도 '레트로(retro)'가 인기를 끌면서 펜팔 형식도 다시금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요즘 SNS는 남에 대해 비평하고 비난하는 부분이 많아서 사람을 오히려 외롭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며 “편지를 쓰고 기다리는 속도의 느림은 메시지 측면에선 단점일지 몰라도,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힐링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또한 임 교수는 밤편지와 SLOWLY의 익명성이 큰 장점이라고 하면서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 즉 친한 사람보다 좀 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아픈 얘기나 비밀 얘기를 털어놓는 심리가 앱 사용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름만 모를 뿐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서 젊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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