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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일방 취소, 관객에 호통?... ‘홀랜페 2019’ 대응 논란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2019'는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에게 최악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사진='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2019' 참가자 제공)


“공연 준비 중에 취소 통보를 받은 아티스트에게도, 공연 보러 와서 진흙탕에 서 있기만 해야 했던 관객에게도 아무런 설명이 없는 이상한 페스티벌이었어요. 최악의 주말을 선사한 주최측에게 꼭 보상과 사과를 받고 싶네요.”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2019’ 참가자 A씨

지난 7월 27, 28일 이틀 동안 인천에서 진행된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2019(이하 홀랜페)’가 행사 주최측의 무책임한 태도로 관객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축제 라인업에 올라가 있던 다수 뮤지션들의 공연이 예고 없이 취소되는가 하면, 공연 취소를 가수 탓으로 돌려 해당 뮤지션이 본인 SNS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홀랜페는 매년 신선한 라인업과 접근성 좋은 장소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올해는 ‘앤 마리(Anne Marie)’,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자이언티(Zion.T)', ‘빈지노(Beenzino)’ 등 국내 유명 뮤지션들이 라인업에 포함돼 있어 많은 팬들과 리스너들이 큰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던 홀랜페는 실망스런 모습을 남겼다. 축제 2일차였던 28일 오후 강한 비바람이 공연장에 몰아쳤고, 오후 5시 반에 예정돼 있던 뮤지션 빈지노 공연 직전 주최측은 ‘강풍으로 인해 무대 점검’을 한다는 공지를 했다. 30분으로 예정돼 있던 점검은 다시 1시간으로, 이후엔 별도의 공지 없이 2시간 이상이 소요됐고 그 와중에 공연이 취소됐다는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관객들은 뒤늦게 빈지노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고서야 그의 공연이 취소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이후 메인 스테이지 순서였던 다니엘 시저의 공연이 생략되고, 대신 서브 스테이지에서 진행 예정이던 뮤지션 '아미네(Amine)’가 갑자기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 그리고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었던 ‘앤 마리의 공연 역시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취소됐다. 폭우 속에서 몇 시간씩 기다렸던 관객들은 공연도 보지 못하고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뮤지션 '앤 마리(Anne Marie)'는 자신의 트위터에 공연을 취소한 건 자신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앤 마리' 트위터)


관객들을 가장 분노하게 만든 것은 공연 마지막 주최측의 태도였다. 비바람 속에서 공지도 없이 관객들을 세워두고도 사과는커녕 “일단 공지사항부터 들으시고 야유하세요”라며 호통치듯이 말했다. 또한 그들은 다니엘 시저와 앤 마리 공연이 취소된 것을 두고 폭우로 인해 뮤지션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처럼 공지했다. 하지만 해당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SNS에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특히 앤 마리는 공연 취소가 전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주최측이 ‘무대가 붕괴하면 생기는 사고에 책임이 있다’는 합의서에 사인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공연을 못 본 팬들을 위해 당일 밤 11시 반에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무료로 공연을 진행했다.

공연이 끝난 직후부터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엔 홀랜페와 주최측인 ‘페이크버진’을 비난하는 게시물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아무런 공지 없이 2시간 넘게 축축히 젖은 잔디진흙파티에서 대기했더니 이게 말이 되냐”, “라인업 미쳤다고 X 좋아했는데 허위광고 소비자 기만”, “내년에 안 가겠습니다 일처리 이따구로 계속 하십쇼” 등 주최측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한편에선 주최측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는 오픈채팅방이 만들어져 1300명 이상의 관객이 입장해 있다. 이와 관련해 주취측인 페이크버진은 29일 오후 공식 SNS에 관객들에 대한 사과 및 상황 규명 및 보상 체계를 논의 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진='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공식 SNS)


사실 국내 음악 페스티벌의 취소 논란은 홀랜페가 처음은 아니다.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한국 최초 대규모 록 페스티벌이던 ‘트라이포트 페스티벌’은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가 됐지만 악천후로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됐다. 올해만 해도 2009년 처음 시작된 국내 최대의 록 페스티벌인 ‘지산 락페스티벌’이 공연 3일을 앞두고 돌연 취소됐다. 또 홀랜페와 같은 기간 부산에서 진행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미국 밴드 ‘SOAD’를 헤드라이너로 발표했지만 계약이 무산되고 대신 공연 마지막을 국내 그룹 ‘god’가 장식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공연 취소 논란은 좋아하는 가수를 보려고 오랫동안 기다린 리스너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다. 홀랜페에 참여했던 한 관객은 개인 SNS에 "H.E.R / 빈지노 / Daniel Caesar / Anne-Marie 모두 취소 진짜 내가 몇달동안 이들 노래들으면서 이날만을 기다렸는데"라며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런 실망감이 계속되면 행사 주최측에 대한 실망을 넘어 국내 음악 페스티벌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까지 번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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