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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역사 왜곡 논란...‘픽션’의 한계는 어디?

임금 ‘세종’과 스님 ‘신미’가 만나 백성을 위해 뜻을 모아 한글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영화 ‘나랏말싸미’의 포스터 (이미지=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훈민정음 창제로 주목받던 영화..'역사 왜곡' 여론의 뭇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나랏말싸미는 ‘모든 신하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이라는 설명으로 관객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개봉 후 세종대왕의 역할보다 ‘가장 천한 신분 스님 신미’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일까. 나랏말싸미는 네티즌에게 평점 테러를 받았다. 30일 기준 나랏말싸미의 네이버 영화 네티즌 평점은 3.61. 관람객 평점은 7.65다. 한 네티즌이 작성한 ‘역사왜곡을 당당하게 하시네요’라는 영화평은 6000여 개 넘게 공감을 얻었다. 나랏말싸미의 논란은 영화 성적에도 반영됐다. 개봉 첫날 15만 1261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로 시작했지만 주말동안 2, 3위로 주저 앉았다.

 

신미는 역사적 공백을 채우는 역할.."역사 왜곡 아니야"

역사 왜곡 논란이 일자 29일 조철현 감독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실존했지만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신미라는 인물을 발굴해  훈민정음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하려고 의도하지 않았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조 감독은 △신미의 동생이자 집현전 학사인 김수온의 기록에 세종대왕과 신미의 대화가 등장한다△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 스승으로 모셨다 △세종대왕이 돌아가시기 전 법사를 베풀었다 △세종대왕의 유언으로 ‘혜각존자’ 칭호를 내렸다 등을 제시했다. 신미의 역할은 “1443년 12월 이전의 역사 공백을 개연성 있는 영화적 서사로 드라마화할 만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미지=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역사에 기록된 중 신미

논란의 중심에 선 ‘신미(信眉)’는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긴 하다. 세종실록 11권에는 “수온의 형이 출가하여 중이 되어 이름을 신미라고 하였는데, 수양대군 이유와 안평대군 이용이 심히 믿고 좋아하여”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조 감독은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 신미를 스승으로 모셨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또한, 세종실록 127권에는 “임금의 병환이 나았는데도 정근을 파하지 않고 그대로 크게 불사를 일으켜, 중 신미를 불러 침실 안으로 맞아들여 법사를 베풀게 하였는데, 높은 예절로써 대우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신미는 세종대왕 사망 이후에도 등장한다. 문종실록 2권에는 “신미(信眉)에 대한 칭호는 선왕께서 정하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 기록을 ‘신미가 한글 창제에 참여한 직접적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종실록 102권에는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는데”라고 기록되어 있어 훈민정음 세종대왕 친제설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인터뷰…진정성 ‘글쎄’

조 감독은 앞선 15일 인터뷰에서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의 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 도입부에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을 재구성한 영화다’라는 자막을 넣은 것에 대해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다”며 “어찌됐든 그 누구든 역사적인 평가 앞에서 겸허해야 된다는 판단에서 넣게 됐다”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억불정책과 관련해 “억불정책과 훈민정음 창제라는 것은 이 영화의 기본 전제일 수 있다”라며 “그래서 세종께서 비밀리에 이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과연 ‘나랏말싸미’가 한글 창제의 공백을 새롭게 제시한 픽션으로 받아들여질지, 역사 왜곡 작품으로 남을지 판단은 관람객의 몫으로 남았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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