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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널 응원해”…포스트잇이 수놓은 ‘프듀’ 팬덤 문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마련된 '프로듀스 X 101' 출연자 광고물. 팬들의 응원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사진=스냅타임)


지난 19일 Mnet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이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막을 내릴 수 있게 된 데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챙겨보는 팬들의 역할이 컸다.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 벽보를 만들어 인근 학교에 붙이는가 하면, 40인승 대형 버스를 연습생의 얼굴로 전면 포장하기도 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는 응원 문화 중 일반인들이 가장 접하기 쉬웠던 건 ‘지하철 광고 포스트잇’이다.

‘포스트잇’ 응원…연예인부터 캐릭터까지

포스트잇 응원법은 유동인구가 많은 전철 역사 광고물에 팬들이 응원 메시지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생겼다. 역사 위치와 출연자의 인기에 따라 포스트잇이 광고판 전체를 덮어버리기도 한다.

최근 종영한 프로듀스 X 101뿐만 아니라 앞서 방영됐던 ‘프로듀스 101 시즌 2’, ‘프로듀스 48’에서도 같은 응원법이 이어져 왔다. 특히 시즌 2의 모 출연자는 얼굴을 제외한 광고판 전체가 포스트잇으로 덮인 사진이 온라인에 퍼져 큰 열풍을 불러왔다. 여자 연습생들이 출연했던 프로듀스 101 시즌 1, 프로듀스 48도 적지 않은 포스트잇 응원이 있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마련된 '프로듀스 X 101' 출연자 광고물. 팬들의 응원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사진=스냅타임)


포스트잇은 프로듀스 시리즈에만 국한된 응원법이 아니다. 실존 인물부터 가상 인물까지 응원 범위도 굉장히 넓다. 다른 연예인 팬들도 생일 축하 광고, 수상 축하 광고 등을 마련해 포스트잇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4호선 서울역 역사에 마련된 애니메이션 캐릭터 생일 축하 광고에도 팬들이 축하 메시지를 담아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죠”

대학생 우진혜(가명·25·여) 씨는 시청률을 톡톡히 챙겨주며 응원에 동참했던 애청자 중 한 명이었다. 우 씨는 포스트잇 응원 문화를 “팬들이 유대감을 느끼는 일종의 놀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 특성에 따라,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이 뒤처지지 않게 하려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태윤(가명·25·여) 씨도 “직접 만날 수 없는 출연자들에게 ‘내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응원에 동참했던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출연자를 직접 만날 여건이 되지 않는 팬들은 가장 간편하면서도 대중적이고 ‘인증샷’까지 남길 수 있는 포스트잇 응원으로 팬심을 충족한다.

응원이 꾸준히 이어지다 보니 프로그램 차원에서 직접 응원 메시지를 받아보러 가는 코너도 생겼다. 프로듀스 X 101에 출연한 연습생들은 응원 광고를 직접 찾아가 보기도 하고, 포스트잇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프로그램 코너에 관계없이 팬들이 선물한 포스트잇을 수시로 담아가는 일부 출연자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프로듀스 X 101에서 출연자들이 팬들의 포스트잇 메시지를 확인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사진=Mnet '프로듀스 X 101' 갈무리)


이 같은 연예인 홍보 광고는 대체로 팬 중 한 명이 ‘총대’를 메고 돈을 모아 올라간다. 신문 광고에 참여했던 한여희(가명·25·여) 씨는 “연예인이 광고를 보거나 알게 돼서 만족했으면 하는 심리가 있다”고 했다. 연예인들이 팬들의 메시지를 보고, SNS로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응답하면서 서로 교감한다. 한 씨는 “연예인들이 광고에 올라가는 걸 자랑스러워하니까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포스트잇처럼 규모가 점점 커질수록 ‘질 수 없다’는 마음도 생긴다”고 의견을 더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포스트잇 응원 문화에 대해 “팬들이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소통 행위”라고 설명했다. 팬레터를 보내거나 직접 콘서트에 찾아가 응원하던 예전과 달리 연예인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생겼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연예인들이 SNS에 응원 현장을 인증하면서 1:1에 가까운 상호 소통 응원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온라인 1인 방송에서 ‘별풍선’으로 소통하며 애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교통공사도 ‘긍정’…광고 넘어서는 ‘자제’

연예인 홍보 광고가 밀집된 2호선 삼성역, 강남역, 신촌역과 4호선 서울역 등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는 “포스트잇 응원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팬들이 구성한 서포터즈나 연예인 소속사에서 주기적으로 포스트잇을 수거한다”며 “미관을 크게 해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포스트잇으로 인한 민원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포스트잇이 광고물을 넘어 역사 벽까지 침범하는 경우에는 미관을 고려해 역무원들이 직접 수거한다. 포스트잇이 넘쳐 광고물 아래에 떨어져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팬들이 부착한 응원 포스트잇이 일부 떨어져있다. (사진=스냅타임)


서울교통공사 사규와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포스트잇 응원은 위법 소지도 존재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8항에서는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인공 구조물에 함부로 광고물을 붙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고주가 원치 않는데도 포스트잇을 붙이는 경우도 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교통공사 측은 “팬들과 소속사가 자정적으로 광고물을 관리하고 있다”며 “법령을 강하게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또한 광고를 올린 광고주와 포스트잇 응원 모두 같은 팬심으로 응원하기 때문에 광고주로 문제가 될 여지도 거의 없다.

한편 일부 무분별한 포스트잇 응원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도 있었다. 대학생 제서현(가명) 씨는 “팬들이 열심히 관리하고 있지만 일부 광고는 포스트잇이 며칠째 바닥에 굴러다니기도 한다”며 “포스트잇 응원을 담당하는 팬들의 발 빠른 처리도 중요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이어 제 씨는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팬 문화가 자리 잡으면 포스트잇처럼 소통하는 응원 문화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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