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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인데 그림은 내가 그린다? '성수미술관'

성수미술관의 전경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카페라고 하면 대개 조용한 곳에서의 커피 한 잔과 케이크를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낮잠 카페, 만화 카페, 라쿤 카페 등 여러 이색 카페가 등장했다. 그 중 젊은 층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색 카페가 있다. 바로 '드로잉 카페'가 그 주인공.

드로잉 카페란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카페를 말한다. 신기한 것은 별도의 준비물 없이도 여러 미술 재료들을 제공받아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심지어는 배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20대들로부터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미술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이경아(24,가명)씨는 “처음엔 사이즈가 커서 언제 다 하나 걱정했는데 어느 순간 그림에 몰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핸드폰을 자주 보는 편인데 핸드폰도 잊어버릴 정도로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색카페가 처음이라는 김형택(22,가명)씨 역시 “2~3명 단위의 손님들을 위해 개별 칸막이를 설치한 게 인상 깊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색칠공부가 생각나면서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 이었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료는 거들 뿐. 그림 그리는 데에 온갖 심혈을 기울인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입시 미술을 준비하는 학원을 방불케 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성수미술관’ 이재욱 대표를 만나보았다.

한 20대 여성 고객이 그림 밑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성수미술관)


새로운 힐링 공간의 창조

드로잉카페를 만들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내가 잘하든 못하든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 성수미술관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도자기 공방, 유리 공방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반해 그림 그리는 공간은 없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화실은 대개 그림을 배우거나 전공자들이 작품을 배우는 곳이라는 어려운 느낌을 준다. 그런 점에서 착안한 것이 드로잉카페이다. 그냥 그림만 그리면 심심하니 음료를 곁들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이라 함은 미술품을 전시하는 시설을 일컫는다. 카페 이름을 왜 미술관으로 지었냐는 질문에 초기에는 ‘이곳에서 그리다’ 와 같은 상투적인 이름을 기획했다고 한다. 덧붙여 그는 “성수미술관이라는 칭호는 또 다른 창업 멤버인 전효민 대표의 아이디어였다"며 "우체국과 같은 공공 시설명이 들어가면 조금 더 뉴트로 감성이 날 것 같았고 미술이 들어간 공간이니 쉽게 미술관이라고 정했다"고 설명했다. 성수동에 있다 보니 성수미술관. 이것이 성수미술관 이름의 탄생비화이다.

이재욱 성수미술관 대표


대기업을 퇴사하고 성수미술관 대표가 되기까지

이 대표는 이전부터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직장생활 이전에도 계속해서 크고 작은 도전들을 하며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다. 하지만 회사는 여러 제약과 따라야하는 절차들이 있다보니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통해 더 큰 인정을 받고 싶었다는 것이 그들의 퇴사 이유다. 대기업과 같은 거대한 자본이 없는 개인이 어떤 문화를 이끌 수 있을지 고심한 끝에 드로잉 카페를 기획했다. 결과는 성공적 이었다.

친구끼리 동업을 하면서 서로 의견차이로 다툰 적이 없냐는 물음에 그는“정말 많이 다툰다. 테이블에 음료를 어떻게 놓을까와 같은 사소한 주제로도 말이다 (웃음) 결과적으로 화해도 현재 일이 잘 되고 있기에 좋은 결과를 보며 서로 다독이는 것 같다. 그러니 한 발짝 물러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성수미술관에는 2~3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룸이 갖춰져있다


2030 세대를 이끈 성수미술관만의 매력 포인트

 SNS를 비롯해 현재 대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성수미술관. 고객들이 어떤 점에 이끌려 방문을 한 것 같냐는 질문에 2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기 때문. 커피를 마시며 큰 캔버스에 색을 채워 넣는 경험이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게 아닐런지. 이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색칠에 대한 어렴풋한 추억을 두 번째 근거로 들었다. 학창시절 이후 처음 붓을 잡아본다며 기뻐하는 고객들을 보고 잠재되어있는 미술에 대한 동경이 추억을 자극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아트 테라피라는 말이 있을만큼 미술 활동은 기분의 이완과 감정적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준다. 자신만의 색깔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온전히 '나'만을 위한 진정으로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싶다.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지친 우리의 삶을 따스하게 위로해준다.  몸과 마음의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 이것이 바로 2030 세대를 성수미술관으로 이끄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기자가 직접 체험한 수채화 그림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취직이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즈음. 너도나도 창업을 꿈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물인 열매만 보고 창업이 쉽다고들 생각한다. 대박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실패의 과정은 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 대표는 충고의 메세지를 전했다. 우연처럼 보이는 운과 타이밍도 실력의 일부분이라고 말이다. 창업을 하려면 종목 자체에 대한 배경지식은 당연하거니와 타이밍에 대한 안목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어 “모든 아이템에는 시즌이 있다. 성수미술관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비수기인 10월이었다. 하지만 겨울을 맞이하면서 사업의 흐름이 보였다. 성수기에 접어 들었는데도 반응이 좋지 않다면 빠르게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왜냐하면 스타트부터 텐션이 붙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성수미술관의 미래

 성수미술관은 작년 10월 성수동에서 창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연남동에 2호점을 오픈했으며 현재 부산 3호점을 준비중이다. 추후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이 대표는 드로잉카페가 조금 더 대중화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에 노래방이 없던 시절 일본의 카라오케가 들어와 노래방으로 대중화된 것처럼 그림 그리는 공간이 대중화되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지막으로 "훗날 밥 먹고 뭐할지 고민할 때 영화관, 당구장과 함께 드로잉 카페가 떠올랐으면 한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취미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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