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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만든 가방이 30만원이라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치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업사이클링’을 앞세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패션업계의 경우 기존에 있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recycling)하는 차원을 넘어 오래된 트럭 방수포, 폐현수막, 폐목재 등에 디자인을 입혀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 유행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소비자들의 윤리적 패션을 전파하는 선순환 효과를 낸다.

이같은 업사이클링 트렌드는 '가치 소비'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최근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만 15~3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9년 1534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및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7%가 자신이 추구하는 소신과 가치에 맞는 생활습관 변화를 시도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에 맞춰 상품을 구입하고 사용한다는 응답이 35.3%를 차지했다.

(사진=tyo magazine)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패션업계 업사이클링 브랜드로는 프라이탁(Freitag)이 대표적이다. 프라이탁은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버려지는 천막을 잘라 가방을 제작하면서 탄생한 브랜드다. 현재 세계적으로 업사이클링의 시초가 된 브랜드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길가에 버려졌던 폐기물로 지갑, 가방, 각종 케이스의 원자재를 만든다. 녹 슨 자국은 더욱 도드라지게 함으로써 방수 천들이 쓰인 역사까지 고스란히 디자인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지난 5월 서울 압구정에 신규 매장을 낸 프라이탁은 불과 4개월여 만에 입소문을 타고 젊은 패션피플(패피)들 사이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가방 하나에 30만원 가까이 하는 고가임에도 ‘의식 있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급성장 중이다.

국내 1호점인 프라이탁 압구정점 내부 (사진=프라이탁)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이경준(25,가명)씨는 “가방이나 악세서리를 프라이탁에서 많이 구매하는 편"이라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를 간접 실천한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류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박예은(22,가명)씨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유에서 유를 재창조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폐기물로 이렇게 아름다운 가방이 탄생하기까지 드는 인건비, 제작비 등을 고려하면 이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비싼 가격에 대한 거부감도 없진 않다. 직장인 김진태(33,가명)씨는 “백화점 중저가 브랜드의 가방도 30만원이 채 안되는데 재활용품을 사면서 고가의 가격을 지불해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굳이 이 방법 말고도 환경 보호할 방법은 많지 않은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사진=prada)


최근에는 글로벌 명품  기업들도 앞다퉈 환경 보호를 외치고 있다. 프라다는 20세기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던 프라다 나일론 가방 제작에 ‘쓰레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의류와 가방, 신발 등에 많이 쓰이는 나일론은 천연 섬유와 달리 화학물질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 이후에도 많은 환경오염 발생시키는 인조 섬유이다. 때문에 프라다는 나일론 소재가 사용된 모든 제품 라인을 2021년 말까지 ‘에코닐’로 생산한다고 공표했다.

프라다 시그니처인 포코노(POCONO) 천이 아닌 바다에 떠돌아다니는 플라스틱, 그물, 매립 쓰레기 등으로 만든 에코닐(ECONYL)을 사용해 나일론 가방을 만들겠다는 '리나일론 프로젝트(Re-Nylon)'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감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프라다의 이러한 결정은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진=greenhero)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걸음마 단계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기업 입장에서 업사이클링은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있다”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매출 증대보다는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친환경 이미지 심기에만 급급한 일부 기업들을 일컫는 ‘그린 워싱(위장친환경주의)’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을 정도.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업사이클링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전이라며 많은 중소 브랜드들이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해외로 발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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