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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기만해도 기부 "연말에 기부영수증 발급해 드려요"

“어느 날 우연히 탄 어떤 손님이 제 사업아이템을 듣더니 ‘이거 대박’이라며 5000만 원을 주겠다고 해보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날 돈을 받았어요. 며칠 동안 잠을 못 잤죠”

기부하는 대리운전회사 마중물대리의 장경훈 대표


지난 24일 청담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기부하는 대리운전회사, 마중물 대리를 운영하는 장경훈 대표를 만났다. 그는 온화한 얼굴에 인자한 미소로 “오는 길이 어려우셔서 어떡했냐”며 대화를 시작했다.

장경훈 대표는 2011년 5월 1일부터 마중물대리를 운영했다. 일반적인 대리운전기업과 마찬가지로 대리운전을 하고 탁송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이용한 고객의 이름으로 총 10곳이 넘는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는 점. 대리운전을 이용하면 기사들한테 받는 20%의 수수료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남는 금액을 고객의 이름으로 기부한다. 그리고 고객에게는 연말정산용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준다. 계산해보면 고객이 낸 금액의 15% 정도를 기부하는 셈이다. 타사와 요금은 비슷하다. 현재까지 기부한 금액은 2억 5000만 원 정도.

“50평생 돈돈돈 해도 안 모여서 그냥 폼 나게 써보려고요"

“백수일 때 먹고 살게 없어서 지나가다 우연히 대리운전 사무실이 보이길래 가진 게 면허밖에 없어서 운전이나 한번 해볼까 들어갔죠”

수십 년 동안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해보니까 대리기사들이 굉장히 불합리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거예요. 여기는 법과 제도가 없어요. 제도는 있는데 합리적이지 않고...”

장 대표는 대리운전기사들이 처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현실에 분노했다. “우리는 주로 그렇게 되면 노동조합 같은 걸 만들어서 힘을 합쳐 대항하려고 하잖아요. 저는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이에요. 왜냐면 그만큼 상황판이 험악해지고 커져”

그는 대리운전기사들이 고객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드는 것’ 이것이 그가 생각한 방법이자 지금의 마중물 대리의 시발점이었다. 그가 생각한 감동의 메시지가 가장 강한 것, 기부였다. 어차피 모아도 없는 돈, 폼 나게 쓰면서 살자는 마음도 있었다. ‘번 돈을 몽땅 기부하면 이용하는 고객이 정말 감동을 할까’고민하다 생각해낸 게 이용한 고객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선의지와 신뢰, 사회를 바꾸는 방법

“제 생각이 아직까지는 틀리지 않았어요. 회사가 아직 안망한거보면. 선의지를 믿는 거죠. 그게 발현되도록 동기부여를 주는 거죠.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는 선의지가 있으니까요.”

모든 사람들 마음속에는 선의지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진짜 진정성 있게 다 내놓으면 사회가 결정해요. 그 기업의 진정성을 담보로 신뢰가 확인되면 그 이후로는 사회의 집단 지성과 다른 요소들이 작용해서 그 기업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겁니다”

지금도 90만 원 월셋집에 살고 있다는 그는 몇 년간 적자였다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4년 동안 가장 가까운 고객한테 사기꾼으로 취급받았다. ‘저거 뒤에 뭐 있어. 저거 저렇게 해도 뭐 남아, 빼돌리는 거야’ 하며 의심받았다. 기부금 영수증을 3번 끊어주고 4번째 끊어주자 서른 곳의 기업을 소개받았다. 첫 신뢰를 얻기까지 4년이 걸렸다.

경기연합과의 싸움도 길고 질겼다. 1500대1로 싸운 장경훈 대표는 사회적 정의 앞에 그가 이길 것을 확신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손해를 보고도 지금까지 많은 단체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의 업무협약식


‘나누며 사는 오산사람들’, ‘여성가족 지원센터’, ‘화성 제일 장학회’, ‘오산중점장애인 재활센터’등에 기부금을 전달해왔다. 지난 22일에는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 업무 협약식이 있었다,

그는 항상 ‘전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후원한다고 안 하고 '전달'이라고 하는 건 저는 모아서 전달만 할 뿐이에요. 그리고 얘기할 때 마다 ‘좋은 일 하십니다’하는데 전달하는 사람한테 좋은 일 한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택배(전달)하는 사람들한테 좋은 일 한다고 안 하잖아요. ‘수고하십니다’하죠. 저는 수고를 하는 사람이지 좋은 일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사회를 바꾸는 ‘마중물’의 역할하는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항상 행복하게 지내요. 고객 충성도도 높아서 주 고객층이 두텁죠” 기업의 성공은 타인의 선의지와 신뢰가 결정한다는 그의 사업모델은 다른 사람도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관념 아래에 있다.

이 모든걸 실천하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다들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쉬운 거예요. 어린애는 한 발 내딛는 게 어렵잖아요. 근데 우리는 지금 어렵다고 생각하나요? 처음에만 어렵게 생각하는 거지 발을 딛고 나면 더 쉬워지는 거예요. 순간적으로 하겠다는 순발력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는 젊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학업이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그는 “드론이 갖고 싶다는 아이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공부하라고 하잖아요. 저는 드론을 사주고 싶어요. 그런 아이가 세상을 바꾸는 거예요” 그는 1년에 만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사회가 좋은 쪽으로 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황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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