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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에 커피까지 담아와? ‘얌체 카공족’ 기승

(사진=이미지투데이)


카공족이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이다. 요즘은 어디에서나 카공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카페는 ‘제 2의 열람실’이기 때문.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는 공간의 개념을 넘어선지 오래다. 카페에서 업무 보는 사람을 일컫는 커피(coffee)와 오피스(office)의 합성어인 ‘코피스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하지만 최근엔 이보다도 심한 이른바 ‘얌체 카공족'이 기승을 부려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가장 싼 음료인 아메리카노조차 지불하길 거부하며, 대신 프렌차이즈 카페의 텀블러 제도를 악용한다. 텀블러 제도란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개인 텀블러를 가져와 음료를 받는 제도다. 수법은 주로 집에서 음료를 담아오는 방식이다.

집에서 따뜻한 커피를 담아와 방금 구매한 커피인양 옆에 놔두면 얌체 고객이 한순간에 환경도 생각하고 값도 지불한 만점짜리 고객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또는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샌드위치, 햄버거와 같은 음식을 외부에서 반입하기도 한다. 카페 내의 샌드위치나 케이크는  가격대가 높기 때문. 노년층의 경우 옥수수나 떡을 반입하는 사례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민폐 카공족 중에는 직원들의 눈을 피하기 좋은 대규모 매장만 노리는 이들도 있다.  이들 역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주로 카운터가 없는 높은 층수에 자리를 잡는다.  마치 자기 집처럼  4인용 테이블에 책을 쌓아두고 공부를 하거나 주변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통화를 한다. 이런 얌체 고객들은 특히 더운 여름에 기승을 부린다.

규모가 5층에 이르는 종각의 한 프렌차이즈 카페는 이러한 민폐 고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종각은 특히 노인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넓은 공간을 지닌 카페는 노인들에게 안성맞춤. 문제는 많은 노인들이 음료를 구매하지 않고 버젓이 모임장소로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큰 목소리로 떠들거나 테이블에 발을 올려놓는 등 정작 값을 지불한 고객들이 이들을 피해 자리를 옮기는 상황. 고객을 응대하고 음료를 제조하느라 바쁜 직원들이 이들을 매번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요새는 카페로 모자라 대형서점에 가면서까지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독서를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장소에서 개인 공부를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판매용으로 비치되어있는 토익 책을 펼쳐서 자기 노트에 푸는 사람도 있다.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서공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사진=매일경제 온라인)


실제로 이와 같은 사례를 경험한 대학생 문형빈(25,가명)씨는 “독서용 테이블을 차지하고 개인공부를 하던 카공족들 때문에 읽고 싶었던 책을 못 읽었던 경험이 있다. 그들이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본인 공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일침을 가했다. 주부 박정미(38,가명)씨 역시 “대형 서점 테이블에서 커피나 간식을 먹으며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 사람이 없는 평일이야 덜하지만 주말 같은 때 빈자리를 찾지 못해 서성거리는 사람들을 배려해서라도 테이블을 사석화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카공족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대형서점의 테이블에는 책을 읽는 사람보다 개인 공부를 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노트북 혹은 수험서를 올려놓고 자리를 비운 사람도 있었다. 더러는 독서대까지 챙겨 오는 노력까지 보였다.

대형서점인 K서점의 한 관계자는 “카공족이 없다고는 할 순 없다. 하지만 바쁜 직원들이 일일이 감시할 수 없을뿐더러 애초에 책에 친숙한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공간을 조성했기 때문에 개인에게 맡기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카공족들이 개인공부를 하는 곳은 본래 독서용 테이블이 맞다. 다른 고객을 위해 한 권만 읽고 자리를 비켜달라는 권고사항이 적혀있지만 크게 제지는 하지 않는다. 단 음료나 취식행위 혹은 사진촬영을 할 경우엔 제지를 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위키트리)


갈수록 늘어나는 카공족을 대응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전 좌석에 콘센트를 설치하고 1인 좌석 수를 늘리며 적극적으로 카공족을 모시는 카페가 있는가하면 편의시설을 줄이고 회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카공족이 많으면 자유로운 대화를 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일반 손님들이 카페를 찾지 않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고시생들의 홈그라운드인 '노량진'이다. 학원가가 모여 있는 탓에 노량진 카공족의 대다수는 고시생이다.올해 스타벅스가 노량진에 입점하자마자 내부 인테리어를 두고 많은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불만에는 ‘다른 지점과 비교했을 때 콘센트 수가 적다’ ‘의자가 너무 낮아 허리가 아프다’ ‘공무원 준비생들을 배려하지 않았다’ 등이 있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뻔뻔하기 그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량진 거주자인 대학생 배홍석(27,가명)씨는 “고시생들의 불만은 스타벅스한테 독서실 차려달라고 떼쓰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카페가 무슨 독서실도 아니고 웃음소리가 좀 컸다 싶으면 여지없이 눈총세례를 받기 일쑤다. 그래서 노량진에선 되도록 카페를 피하려고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스타벅스 측에서도 “공무원 준비생들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시설을 타 매장과 다르게 꾸민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 개점 초기라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차차 고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일부 성숙하지 못한 비매너, 얌체 카공족의 행태로 카공족 전체가 안 좋은 시선을 받고 있다. 카페 업주들에겐 이익 창출을 위한 공간이고 고객들에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 2가지가 모두 공존하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상호배려와 이해가 요구된다.

고객들은 업체 입장을 고려해 인원수대로 음료를 주문하고 장시간 이용을 지양하는 등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본인의 시간을 보내고, 업체 측은 카공족을 무작정 기피하기보단 개인 고객과 단체 고객 모두 수용할 공간을 조성한다면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바람직한 카페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 스냅타임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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