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정사진을 찍는 2030들이 늘고 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스무살부터 30대 후반까지 한창 치열하게 앞만보고 달릴 그들이 죽음 앞둔 이들에게나 걸맞아 보이는 영정사진을 찍는 것이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인 ‘요즘 애들’에서 20대 랩퍼 김하온도 영정사진 찍기에 도전했다. 이 때 남긴 그의 유서는 다른 젊은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다.
함께 출연한 유재석과 축구선수 안정환도 유서를 쓴 후 각자의 추억이 담긴 옷을 입고 영정사진을 찍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30세대의 영정 사진 찍기 프로젝트를 최초로 추진한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홍산. 그는 “짧게 나마 진정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프로젝트의 계기를 설명했다.
스냅타임은 영정사진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홍산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신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사진 찍는 홍산이다.
-영정 사진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키(Key)는 죽음에 있다고 생각했다. 물리적 죽음뿐만이 아닌 내 삶에서 내가 모든 컨트롤을 잃는 그 순간을 은유적 죽음이라 생각했고, 은유적 죽음에서 발생되는 권태의 굴레를 깨기 위하여 ‘내가 내일 죽는다면?’이라는 가장 흔한 공상을 덧대보았다.
작은 공상이 내 일상에 일으킬 수 있는 작은 기적을 느껴볼 수 있는 창구로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이용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을 제가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인 사진으로 풀어보고자 영정 사진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영정 사진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고민에서 시작했다. 우울과 부정적인 감정이 넘쳐 끓어 새벽잠을 이루지 못할 때, 동트는 아침을 뜬 눈으로 맞이하며, 이 부정적 에너지를 어떤 방법으로든 빼내지 않으면 이러다 ‘내가 죽겠다’싶었다. 그렇게 진심을 쏟을 수 있는 창작활동으로 풀어내게 됐다.
-2030세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아무래도 알려진 플랫폼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이 2-30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여수에서 올라와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 급히 전화하셔서 촬영한 청소년 한 분.
-사진을 찍기 전 유서를 쓰는 이유는?
단순 사진촬영뿐만이 아닌, 짧은 시간이나마 진정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을 선물해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유서를 작성함으로써 삶을 돌아보고, 늘 타인을 고민하느라 바쁜 삶의 조각을 떼어내어 나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젊은 청년들이 어떤 마음으로 영정 사진을 찍을까.
모든 개인은 모두 개인의 이야기가 있다. 각자 살아온 삶의 흔적에 따라 다른 마음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청년’이라는 이미지나 기대치(적은 임금에도 열정적으로 일해야 한다, 열 번 넘어지면 스무 번 일어설 기세로 살아야한다) 등 ‘청년’이라는 이유로 온갖 부당함을 겪어내 야하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끼는 것 같다.
-노인과 청년의 영정 사진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나이를 드시면 드실수록 훨씬 신나고 발랄하게 촬영을 하신다. 집에서 가장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사진 찍는 게 특별한 세대라, 특별한 날로 인식하신다. 그래서 그런지 동네친구들과 함께 엄청 들뜬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청년분들이 오히려 더 많은 고민과 생각에 둘러싸여 더 진지하게 촬영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세상엔 이름을 잃어버린 너무나 많은 소수자들이 있다. 그림자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채 이름을 잃어버린 소수자들을 조명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스냅타임 황재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