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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돈’ 벌게 해주겠다…취준생 노린 재무설계사 유혹

이력서 면밀히 보지도 않고 “우리 인재”
알고보니 재무설계사 가장한 보험설계사
제대로 된 교육없이 빚더미 내몰리는 청년들

(사진=이미지투데이)

“우리 회사에 매우 적합한 분 같습니다. 같이 일 할 생각 없으신가요?”

주형민(28) 씨가 얼마 전 취업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자마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공대생인 주 씨에게 “재무설계사를 할 의향이 없냐”며 입사 제의를 건낸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대기업이었지만 미완성 이력서를 보고 직접 채용 전화를 했다는 게 영 꺼림칙했다. 더군다나 회사 측은 “한 달에 500만원을 보장하게 해주겠다”는 말까지하며 적극적으로 나왔다. 그는 “남의 돈을 관리해야 하는 재무설계사가 자격증 하나 없이 채용 전화를 받는 다는 게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취업 간절한 청년들 노린 ‘검은 손길’

나중에 알고보니 주 씨가 받은 취업 제안 전화는 보험설계사의 영업 전화였다. 재무설계사를 가장해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사실상 다단계 영업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주 씨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은 취준생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기업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취준생들에게 ‘큰 돈’, ‘지점장 승격’ 등을 현혹되기 쉬운말들을 섞어가며 이들을 끌어들였다. 물론 이들 역시 금융 지식과 자격증 하나 없는 무자격자들이었다. 하지만 쉽게 돈을 벌게 해주고 자격증 없이도 가능하다는 꼬임에 넘어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보험사에 취업을 한 이들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고객을 상대하기 위한 기초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바로 영업에 투입되기 일쑤다. 회사의 주장대로 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보장하지만 사실상 허울뿐인 교육에 불과하다. 대부분  영업 전략, 화술 강의 등 고객에게 상풍 가입을 유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1년 넘게 대기업 재무설계사로 근무했던 차석준(26·가명) 씨는 “사내 교육과정을 장담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교육은 정작 2주 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차 씨는 “자격증도 사실상 글만 읽으면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돈을 미끼로 취준생을 끌어들이는 보험설계사 채용 실태를 비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돈 자랑 이면에는 늘어나는 빚더미

단기간 교육으로 영업에 투입된 취준생들은 오히려 빚을 지고 재취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지인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지만 이도 한계가 있다. 또 준비 없이 투입돼 전문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회사 내부에서는 교육 중에도 “지인이 만나줄 때 까지 캐물어서 약속을 잡아라”라는 내용을 가르쳐 이를 장려한다. 주변 사람들도 바닥나게 되면 일면식 없는 고객을 상대로 영업해야 한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깊지 않다보니 가입이 불발되는건 부지기수다.

결국 자기 돈을 들여 영업을 하게 되고 빚만 늘게 된다. 차석준 씨 역시 “고객을 만나러 장거리 출장을 가거나 식사 약속이 있으면 매번 대접을 하는데 매번 적자를 면치 못했다”며 “애써 가입한 상품도 고객이 변심으로 해지하게 되면 환수 당한 돈까지 개인에게 빚으로 돌아간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고객에게 잘 보이기 위한 품위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무리하게 정장과 시계 등을 구입하다 보면 빚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보험설계사 일을 관둔 피해자들은 “SNS에 외제차를 인증하고 돈 자랑을 하는 보험설계사들도 사실 대부분 빚쟁이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궁지에 몰린 어린 보험설계사들의 마지막 대안은 순진한 취준생 채용이다. 고객 두 명이 상품을 가입하는 것 보다 인력 한 명을 보충하는 게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차 씨는 “이를 계보라고 하는데 한 사람이 계속 사람을 데려오고 계보가 많아지면 승진 가능성이 높다”며 “한 사람당 벌어들인 수익 중 20%를 회사에서 거둬가기 때문에 직원수를 늘리는 게 더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취업을 빌미로 청년들을 끌여들여 손해보는 보험 대리점들을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취준생을 유인하는 겉보기만 좋은 미끼를 관두고 대학가에 까지 구인공고를 올리는 작태를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스냅타임 민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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