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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해도 괜찮아.. 우리끼리 모여살면 되지”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 여성 응답자의 57.0%, 남성의 37.6%가 ‘결혼할 의향이 없는 편이거나 절대 없다’고 답했다.

비혼은 더 이상 드라마나 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사회현상이 아니다. 젊은 세대에게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비혼족'끼리 모여사는 공동체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여성 비혼 공동체 '에미프'의 공동대표. (사진=에미프)


여성 비혼 공동체들의 등장

지난해 4월 결성한 '에미프(emif)'는 비혼 여성들의 사회적 도약을 위한 커넥션 커뮤니티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비혼'이라고 하면 ‘사회에 공헌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개념없는 사람' 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여성들의 비혼은 개인의 이기심 보다 자기 삶에 대한 선택권을 자유롭게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emif측의 설명이다.

emif는 ‘be the Elite without Marriage, I am going Forward’의 약자다. '결혼하지 않고도 더 멋지게, 더 멀리 도약하자'는 의미이다. 구성원들은 단순한 친목 도모나 정보 공유를 넘어 지식 강연 개최, 비평지 발간, 비혼 인식 개선 프로젝트까지 진행한다.

강한별(33)씨를 비롯해 5명이 이 공동체를 만들었다. 강 공동대표는 "독서모임과 크리에이터 활동 등을 통해 서로 알게됐다"며 "공동대표 중 한 명이 이런 모임을 한 번 만들어 보자고 먼저 제안을 했고 지금의 에미프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에미프는 비혼 여성들이 함께 살아갈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가치관을 모든 회원들과 나누고 있다"며 "5명의 공동대표가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있다보니 에미프도 더 많은 가치를 담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비혼여성끼리 뭉쳐 시너지 발휘하고파"

이들은 현대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지적했다.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성장하지만 사회에 진출하면 유리천장과 유리절벽 등을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현지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렵게 취업관문을 뚫어도 나중에 결혼과 출산의 과정을 통해 사회에서 사라져버린다”며 "하지만 결혼에 따른 구속감을 토로하는 것은 오히려 남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비혼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여성들이 모이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결혼에 쏟는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았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지 말이다.

(사진=에미프 제공)


비혼은 결심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

emif는 현재 회비와 외부행사로 얻는 약간의 수익금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비혼 여성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실질적 관계 구축, 그리고 제도적 안전망이 생기도록 여러 방면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에미프의 활동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Meet up에서 진행하는 '명함 교환식'이다. emif 명함에는 회원 개인이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지, 어떤 특색을 가진 전문가인지에 대한 정보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로 간에 연대의식을 더 강하게 느끼고, 같은 신념을 공유할 수 있다는게 emif측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에미프가 운용하는 만남의 장이나, 여성들간의 교류가 일어나는 장소에서 에미프가 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예닮 공동 대표는 “부차적인 말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아도 명함이 있으면 한 번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다”며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멋진 삶을 살고 계신 이들이 사회에서 emif  명함을 내민다면, 비혼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진=비컴트루 제공)


개개인의 삶이 한 데 모여...

비혼여성들의 모임은 광주광역시에도 있다. 여성 독서모임에서 만난 것을 인연으로 배문주, 정수연, 이다겸씨가 뜻을 같이 해 만든 '비컴트루'는 '비혼이 사실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와 영어 그대로 ‘become true’ 야망이 실현되는 곳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독서 모임은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들 공동대표는 지역 여성의 삶에 기여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과 관련된 논의와 활동을 이끌어가기 위해 다른 형태의 모임을 고안했다.

배 대표는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여성이 주도하는 모임을 찾기가 어렵다"며 "지역사회의 비혼 여성들이 좌절하지 않고 서로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비컴트루의 운영목적이 수익창출이 아니라 회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도와주고 비혼여성간의 삶의 질을 개선토록 돕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의 기획을 통해 얻은 수익을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을 돕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사진=비컴트루 제공)


결혼은 유일한 답이 아니야

비혼여성 모임을 운영하는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감정적 고립’,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비혼 추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컴트루측은 “우리는 결혼이 위의 질문에 대한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성의 주거 안전을 확보하고, 단체 활동을 통해 비혼 여성 공동체의 의견을 지역 정책에 반영하는 등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여성 중심 공동체’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다양한 연령대의 성인 여성 회원을 받고 있다"며 "많은 비혼 여성들이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mif 대표들도 "선택의 연속인 삶에서, 선택의 버튼을 타인의 손에 넘겨주지 않아도 괜찮다”며 "대부분의 사람이 결혼을 당연하다고 여기더라도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비혼을 선택하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비혼에 대한 확신을 망설이는 여성들에게 전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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