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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에 전공수업 삽니다”...강의매매 성행하는 대학가

대학 개강을 알리는 ‘수강신청’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학기 개강 이전부터 불거지던 수강신청과 관련한 불편·불만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과제가 적거나 학점을 받기 쉬운 소위 ‘꿀 강의’는 한정되어 있지만 수많은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수업을 못 듣는 것이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상황이 이렇다보니 필요한 강의를 매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반드시 해당 강의를 들어야만 하는(전공필수 등) 학생의 수요로 인해 강의매매가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수강신청을 선점하는 악덕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수강신청 기간 중에 대학교 내 커뮤니티에는 '사례를 하고 강의를 구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5만원까지 이른다. 졸업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의 매매를 강행하는 것이다.

심정은 이해한다는 입장도 존재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학생들의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에브리타임’의 한 누리꾼은 “강의매매는 정당하게 수강신청을 한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일”이라며 “이는 많은 수요를 보여줌으로써 불법 강의매매를 더욱 조장하는 글”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자신의 전공과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일부로 경쟁률이 높은 강의를 신청하고 후에 구매자에게 양도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대학생 김지원(24,가명)씨는 “암표상도 아니고 같은 학우들끼리 수업을 사고파는 행위가 말도 안 된다”며 “그 수업 하나가 필요한 사람들 천지인데 절실함이 돈으로 좌지우지되는 이 상황이 너무 싫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사진=H대학교 커뮤니티 캡쳐)


학교측도 강의부족 현상에 대한 입장은 있다.

H대학교의 한 관계자는 이런 강의 불법 매매 행위에 대해 “이전까지는 별도로 제재하지 않았으나, 최근 강의 매매가 많아지면서 이번 학기에는 해당 학생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강신청을 못할 시, 차선책으로는 교수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해당 과목 증원신청을 하는 방법도 있고, 학년제한을 두지 않는 전 학년 수강신청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의 매매와 같이 학생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인 수업이 악용되는 사례들이 있으니 학교의 본질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학교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뜬 구름 잡는 소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작 학교가 내놓은 입장은 보여주기 식이지 실질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애초에 증원을 잘 안 해줄뿐더러, 해준다 하더라도 교수재량에 모든 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방법이 실패할 경우에는 계절 학기나 졸업 유예가 구제책의 전부이다.

수강신청과 관련해 편입생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편입생의 경우 3학년으로 입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졸업을 위해서는 1,2학년 수업인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해야한다.

하지만 학년별 배정과목이란 게 있기 때문에 저학년 수업에 3,4학년 자리는 기껏해야 1~2석에 지나지 않는다. 그 한 자리를 두고 4학년 전체가 경쟁을 하게 된다. 재수강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18년에 H대에 편입한 황윤찬(25,가명)씨는 “학교에 환멸이 난다. 수강신청에 따른 압박감도 싫고 짜 놓은 대로 강의를 못 담을까하는 부담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싫다”고 말했다. 이어 “클릭 한번 잘못해서 내가 원하는 강의를 수강하지 못하는 것도 굉장히 답답한 일”이라며 “강의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모자라 해당 강의마다 열리는 좌석 수 역시 한참이나 모자라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지난해 이 학교에 편입한 이수정(24,가명)씨 역시 “수강신청 방법을 바꿔야한다”며 “Y대처럼 순위를 나눠 베팅을 하거나 예비수강신청 기간에 경쟁률을 알려주는 등의 효과적은 방법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규학기에 수업을 신청하지 못 한 학생들은 계절학기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다.

보통 계절학기는 1학점에 7만 9000원, 3학점에 23만 7000원이라는 대학생들에게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절 학기를 수강하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 ‘제 때 졸업하려면 계절 학기는 필수’라는 말이 돌 정도. 많은 학생들은 “학교가 이전처럼 배움의 장이 아닌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한 곳”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스냅타임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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