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크가 금방 동나서 헛걸음하시는 분들 엄청 많아요. 한 시간에 100명은 넘는 것 같아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 5가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적은 수량만이 입고되는 마스크 탓에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내야 하는 손님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하며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전국 약국,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서울, 경기 제외) 등 공적 판매처에 매일 마스크 500여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시민들이 대다수였다.

2일 오전 10시 30분께 대형 약국이 밀집돼있어 ‘약국 거리’라 불리는 종로 5가에는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을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는 김찬근(72·남)씨는 “광화문 우체국에서 허탕을 치고 이 근방 한 바퀴를 다 돌았지만 마스크를 한 장도 구할 수 없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는 “맨 처음 우체국을 갔을 땐 인근의 대형약국을 이용하라고 적혀있어 이곳을 방문했는데 단 한 곳도 마스크를 팔지 않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서는 판매를 하고 있다는데 현장에서는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판매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게 쏟아지는 곳은 우체국이었다.
우체국 판매는 코로나 특별관리지역이나 읍·면 등 수급취약지역에 한해서만 마스크를 판매한다. 하지만 이같은 정보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특히 인터넷 사용에 취약한 노인층은 우체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확한 판매 정보를 얻지 못해 헛걸음하기가 일쑤였다.
광화문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린 주현수(70·가명)씨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해서 왔더니 정작 수도권에서는 오프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하니 기가 막힌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인에게 얻었던 마스크가 현재 5장밖에 남지 않아 이번 주 안에 새 마스크를 구해야 하는데 어디를 가야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에 있는 충정로 우체국에서 퇴짜를 맞은 설한석(65·가명)씨도 “가는 곳마다 마스크가 없다고 거절당하니 우롱당한 기분”이라며 “마스크를 다 사용해서 이 곳에 오기까지 약국 4~5곳을 방문했는데 모두 판매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 탓에 종로5가 우체국 앞에서는 마스크 판매에 대해 직원과 방문객의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우체국 입구에 ‘서울 지역 우체국에서는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지만 차별적인 판매에 대해 방문객들이 불만을 나타냈다. 이를 위해 종로5가 우체국의 한 직원은 입구에서 일일이 방문객을 대응하며 근처 약국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로5가의 약국의 한 약사는 한정적인 수량의 마스크만 공급하다보니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에 마스크 단 50장만 공급된다”며 “그마저도 도매처에 따라 공급이 되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약사회에서는 1인당 5매씩 제한 판매를 권고했지만 그렇게 판매하면 너무 빨리 품절돼 자체적으로 1인당 2매씩만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순차적으로 공급된다는 연락 외에 구체적인 공문을 전달받지 못해 정확히 언제, 얼만큼의 마스크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또 다른 약국의 관계자 역시 “오늘 50장밖에 공급받지 못해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품절된 상황”이라며 “50장씩 공급받는 것으로는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어 헛걸음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에 가서 유통 문제점 등을 파악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정부는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모든 정책적 수단을 활용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마스크를 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지다은 이지민 박지연 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