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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학번 "카톡 프사로 동기들 얼굴 처음 봤죠"

대학교 개강 후 한 달이 지났다. 예년 이 맘때 대학가는 개강파티와 신입생 환영회 등으로 한창 시끌벅적할 때다. 하지만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대부분의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기 때문. 올해 대학에 합격한 '20학번'들은 꿈꾸던 ‘캠퍼스 로망’이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스냅타임이 20학번 새내기 대학생 3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나승원 씨 (사진=나승원 씨 제공)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나승원 (19·남, 이하 나) - 2020학년도 순천향대 의과대학 의예과에 입학한 20학번 나승원입니다.

이승우 (19·남, 이하 이) - 서울신학대 실용음악과 20학번 이승우라고 합니다.

김민진 (18·여, 이하 김) - 건국대 동물자원학과에 입학한 20학번 김민진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등교를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 지내나요?

나) 코로나19 때문에 개강도 연기됐는데 매일 나가서 놀 수도 없죠. 강의를 듣지 않는 시간에는 소소하게 동네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쉬며 시간을 보내요.

이) 실용음악학과의 특성상 실기 강의가 많거든요. 현재 대면 강의는 할 수 없지만 집에서 연습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강의를 듣지 않는 시간이면 주로 기타 연습을 하곤 해요.

김) 강의를 듣는 시간 외에는 주로 취미 활동을 하는 편이에요. 피포 페인팅(캔버스에 유화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을 연습하거나 유행하는 '달고나 라떼'도 만들고요(웃음).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니 관심 있는 일을 할 시간이 늘어나 좋은 것 같아요.

이승우 씨 (사진=이지민 인턴기자)


'우리 때'는 개강하면 개강파티, 그 후엔 MT를 통해 선·후배나 동기들과 친해지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요. 모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요즘은 어떤가요?

나) 의예과 신입생은 100명이 넘거든요. 인원이 적은 과라면 알음알음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의예과는 인원이 많다보니 아직 동기들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같은 지역 신입생끼리 몇 번 만난 게 전부에요. OT나 MT 같은 행사가 있었다면 동기들이나 선배들과 친해질 기회도 많고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죠.

이) 동기들 얼굴은 단체 채팅방 프로필 사진으로만 아는 정도예요. 필요한 안내도 과대표가 메신저를 통해 전달하고요. 단체 행사가 없으니 학교 사람들과 교류가 전혀 없어요.

김) 학교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없다 보니 선배나 동기들과 친해지지 못했어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학교 정보를 얻곤 해요.

온라인 강의는 어때요? 들을만한 가요? 

나) '줌'(ZOOM)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실시간 화상 강의나 녹화된 영상 강의를 듣고 있어요. 급작스럽게 시작한 온라인 강의라서 조작법이나 과제 제출 방법이 손에 익지 않아 혼란도 겪고요. 친구들도 비슷한 반응이에요. 모두가 익숙하지 않으니 잡음이 많이 생기는 편이긴 하죠.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동기들과 함께하는 수업이 없다 보니 대학에 입학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는 거에요. 하루 종일 집에서 강의를 듣고 있으니 대학 생활에 대한 갈증도 더 생기고요.

이)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해 강의를 들어요. 저희 과 같은 경우는 악기를 다루기 때문에 실기 연습이 꼭 필요한데요. 학생증도 발급이 안돼 교내 연습실 이용은 할 수 없어요. 집에 있는 시간에는 주로 기타 연습을 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많이 번거롭죠.

'앙상블'이라고 2인 이상이 하는 연주 수업이 있는데 학우들과 만나서 악기 연주를 하며 진행해야 하거든요. 대면 강의가 진행되지 않다 보니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는 식으로 과제가 대체되고 있어요. 과 특성상 실기수업이 많거든요. 정상적으로 개강했다면 실제로 연주를 하고 교수님들께 평가를 받았을 텐데 지금은 실기 강의가 없어 이론수업만 하고 있어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죠.

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불편한 점은 느끼지 못했어요. 오류가 생기는 부분은 교수님들이 재녹화해서 올려주시고 무엇보다 집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교재도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편리하고요. 다만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 연장된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어요. 온라인 강의만 듣고 있으니 고등학교 때 인터넷 강의를 듣던 느낌도 있고요.

김민진 씨 (사진=이지민 인턴기자)


본인이 꿈꾸던 '캠퍼스 로망'이 있다면요?

나) 원래 기숙사에 입사할 예정이었거든요. 코로나19 사태로 개강이 미뤄지면서 기숙사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기숙사 생활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며 타과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도 개인적인 로망이었는데 아예 학교를 가지 못하니 꿈도 못 꾸고 있죠.

이) 실용음악학과 신입생들에게는 '신입생 연주회'라고 해서 신입생들이 참여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게 굉장한 로망이거든요. 하지만 현재 입학식을 비롯해서 모든 집단 행사가 취소되니 속상한 마음도 들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과 행사에 열심히 참여한 뒤 신입생 연주회에서 자작곡을 선보이고 싶었는데 모두 취소되니까 허탈한 것 같아요.

김) 학교의 명물인 큰 호수 앞에서 사진도 찍고 캠퍼스 이곳저곳을 누비며 대학생활을 하는 게 로망이라면 로망이었죠.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호수 앞에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 싶어요.

전례 없던 온라인 개강을 맞이한 신입생의 입장에서 개강이 거듭 연기되는 현 사태에 대한 생각은요?

나) 개강이 미뤄져 아쉬운 건 누구나 똑같겠죠.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가 꾸준히 세 자릿수를 찍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개강 후에 문제가 생겨 다시 허둥지둥 대책을 찾는 것보다는 코로나19 사태가 조금 안정된 후에 개강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봐요.

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니 대면 수업은 어차피 당분간 어려울 것 같아요. 오류가 많은 온라인 강의나 과제 제출 시스템이 빨리 안정화 돼야 수강이 쉬워질 것 같다고 봅니다.

김) 상황을 지켜보며 조금씩 개강을 연기하는 것도 물론 좋은 방법이겠지만 차라리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한 학기 정도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처럼 집이 지방인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교방침이 번복되면 자취방 문제 등 여러가지 사항들로 어려움을 겪거든요. 우선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야 모든 게 안정적으로 자리를 찾을 것 같아요.

/스냅타임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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