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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 강의’에 소음까지…’난장판’된 대학 온라인 강의

‘마이크 안 끄고 코노(코인노래방) 가서 수업 듣는 사람 누구야? 교수님이 마이크 다 켰어 빨리 꺼’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 시행 첫날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의 일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강을 2주간 연기했던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난 16일부터 하나 둘 ‘온라인 개강’을 시작했다. 대학들은 앞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온라인 강의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온라인 강의가 너무 낯설다는 점만 빼면 어려움은 거의 없을 것”이라던 각 대학의 예상과 다르게 빠른 경우 지난 9일부터 개강을 시작한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 상황은 좋지 않다.

강의 도중 노래 나오고 강아지 짖고...'엉망진창'된 온라인 강의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뒤 대학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온라인 강의 시행 후 정신없는 상황을 생중계하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수님 와이프 등판’이라는 제목과 함께 "교수님이 수업하는데 ‘당신 그거 언제 끝나냐’고 물어보는 교수님 아내분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학교 커뮤니티에는 “교수님이 ‘나 혼자 웹캠 켜 놓고 수업하기 민망하다’며 캠을 종료해 라디오 수업이 시작됐다”는 황당한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많은 온라인 강의 관련 게시물들을 통해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두 온라인 강의 서비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씨(25·남)은 “수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전체가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켜 놓고 화상강의를 듣고 있으면 다른 학생의 마이크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한다”며 “친구들이 듣는 강의만 봐도 누군가의 마이크를 통해 강아지 소리가 들리는 등 소음 문제가 많아 확실히 집중이 어렵다”고 전했다.

한 대학생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의 질 하락 문제와 기술적인 결함도 해결해야

‘재탕 강의’나 ‘서버 다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대학생 김모씨(24·여)는 “예전에 녹화한 강의를 재탕하는 경우도 봤다”며 “등록금은 이번 학기에 들을 수업에 대한 비용 지불인데 예전 강의를 다시 보여주시는 건 너무 성의 없는 강의 진행이라고 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하며 서버가 다운된 학교 홈페이지도 많았다.

이모씨(24·여)는 “강의를 수강하려고 들어갔는데 페이지가 깜빡대며 접속이 되지 않았다”며 “집에서 인터넷 강의처럼 강의를 듣는 건 정말 편하지만 이런 문제가 생기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 자체는 편하고 좋지만 기술적인 결함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학교 측 “강의 재탕을 제재할 방법은 없어"

학교와 교수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에 현 상황에 대해 “서버 다운 문제는 최대한 빠르게 해결했다”며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기술적 결함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탕 강의’에 관한 지적에 대해 “학교 측에서는 교수들에게 최대한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학교 입장에서도 교수들에게 ’옛날 강의를 올리지 말라’고 제재를 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대학의 교수는 “교수들 입장에서도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교에서 충분한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카메라 개수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비들 들여 카메라를 구매해 강의를 촬영하고 있지만 강의 녹화에 있어서 기술적인 어려움 역시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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