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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각지대'…비인가 대안학교는 개학이 두렵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비인가 대안학교(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비인가 기관이다보니 정부나 소속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19 방역 대비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인가 대안학교 관계자들은 “개학 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대비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일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자율성 침해 우려로 인가 포기... 감염병 지원 사각지대로 전락

“미인가 대안학교에도 코로나19에 대처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시급합니다!." 지난달 26일 인천의 한 대안학교 교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한 글의 제목이다. 해당 청원은 2일 현재 5800여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청원인은 “시청이나 보건소 등에서 서로 등을 떠밀 뿐 지원에 대해서는 전혀 ‘나몰라라’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비인가) 대안학교는 비축된 마스크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며 정부가 말하는 방역과 대비의 수준을 갖출 여력도 없고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대안학교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국어와 사회(중·고교의 경우 국사 또는 역사를 포함)교과목이 정상수업시간의 절반 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옥외 체육장 및 시설 구축 등의 조건을 달성해야만 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대안학교가 자율성을 제약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인가 신청을 포기하는 상황. 국내 인가 대안학교는 84개교에 불과하다.

전국 50여개의 비인가 대안학교와 연대를 맺고 있는 대안교육연대의 유은영 사무국장은 "전국의 비인가 대안학교의 수는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고 답했다.

비인가 대안학교들은 법적으로 학교 인정이 되지 않아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지자체에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조례'를 제정해 급식비와 강사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지자체마다 지원 정도가 크게 다르다.

유 국장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비인가 대안학교에 대해) 자신들이 담당하는 사안이 아니라며 관할 교육청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해당지역의 비인가 대안학교는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된 17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스크가 가장 큰 문제

비인가 대안학교측은 최근 코로나19 예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마스크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A대안학교 관계자는 “마스크 지원이 없다보니 마스크를 직접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마스크 구입비용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상에 제외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우리가 소외계층’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B 대안학교 관계자도 “광역·기초 지자체에서 합동으로 방역 현황 조사를 나올 예정이라는 소식만 들었지 현재는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마스크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어린 학생들을 위한 중·소형 마스크를 구비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방역 인력 문제에 한계를 느낀다는 학교도 있다.

C 대안학교 관계자는 “주민자치센터에서 제공하는 방역 약품·도구 대여 서비스를 통해 교직원들이 직접 방역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학교에 교사가 10명도 안돼 힘에 부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자체에 방역을 해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답변을 받진 못한 상태”라고 푸념했다.

비접촉식 체온계 구비가 어려운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D 대안학교 관계자는 “비접촉식 체온계가 필요하지만 가격이 10만원이 넘어 구매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시중에 판매하는 값싼 체온계는 성능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B학교 관계자 역시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해외 사이트에서 비접촉식 체온계를 주문해놓은 상태지만 언제 배송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된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텅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경기 외 예산부족으로 지원 어려워

서울시와 경기도 등 비교적 예산이 여유로운 지자체를 제외하면 비인가 대안학교 지원에 난색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을 포함한 청소년 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재난기금을 배정받은 상황"이라며 "해당 재원 내에서 비인가 대안교육기관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역 물품으로는 마스크·손소독제·소독 약품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존에 도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재난관리기금을 기초 지자체에서 활용해 비인가 대안학교 내 방역 물품을 비치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한 상황이다"고 답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비인가 대안학교의 마스크 지원을 위한 예산요청을 했지만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체온계 등 다른 물품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내 소독은 각 구청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 국장은 "각 기초 지자체에 방역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지원이 부족하다"며 "학생들이 안전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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