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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괴한에 쫓긴 20대女…경찰 신고했지만 수사 없었다

“새벽에 ‘마미손’ 복면을 쓴 남자가 쫓아왔어요. 다리가 덜덜 떨리더라고요.”

지난 15일 새벽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 귀가 중이던 김모씨(26·여)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래퍼 마미손 복면을 한 남성이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것을 알아챘다. 복면을 쓴 괴한은 약 30분가량 김씨의 뒤를 쫓았고 두려움을 느낀 김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한 것을 눈치 챈 복면남성이 바로 도망가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지난 15일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에서 복면 쓴 괴한이 귀가 중인 여성을 뒤쫓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 사진은 지난해  5월 신림동에서 귀가 중인 여성을 뒤쫓아 가택에 침입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김씨는 여전히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언제 또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질 지 몰라서다.

하지만 경찰의 조치가 더 황당했다. 출동한 경찰이 한 조치는 '순찰강화'가 전부였기 때문. 경찰은 복면남성이 김씨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은 점과 김씨가 과거에 스토킹 피해를 당한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경찰은 인근 지역 CC(폐쇄회로)TV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이 복면을 쓰고 특정 여성을 뒤쫓은 것은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동일 사례에 관한 추가 신고가 없어 수사를 이어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 여성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현재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제도의 허술함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오롯이 여성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제도를 보완해 경찰 수사 강화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현행법으로는 해당 사건과 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관련 입법을 해줘야 본인의 의사에 반해 쫓아가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경범죄로 처벌하려고 해도 죄명이 ‘지속적 괴롭힘’이다. 그 말은 곧 서로 알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혀야 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라며 “복면 쓴 남성 사건에서도 그 남성이 일회성인지 다발성인지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 두려움’을 구성요건으로 넣어 입법이 돼야 한다. 그래야 (경찰 수사의) 법적 근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에서는 스토킹을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기다리기 등으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로 정의한다. 처벌 수위도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에 불과하다.

여성 대상 범죄에서 강한 의심만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은 현실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홀로 귀가하던 여성을 따라가 집 안으로 침입하려 했던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해당 영상 속 모자를 푹 눌러 쓴 한 남성이 귀가 중인 여성을 200m 가량 쫓아 간 후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후 원룸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따라 들어가려 했으나 간발의 차로 문이 닫히며 실패했다. 남성은 그 후에도 문 앞을 서성이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영상 속 남성에게 주거침입 및 강간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고 피해자를 강간할 의도도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주거침입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지난 3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동일한 입장을 유지했다.

서울시에서 운영중인 '여성안심지킴이집' (사진=연합뉴스)


경찰청과 정부 지자체는 법적 제재의 미비함을 보완하는데 그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여성안심귀갓길'을 시행 중이다. 정류소·역 등에서 주거지까지의 길을 지정해 순찰선 책정 및 인력·장비를 집중 운용하는 제도다. 올해 4월 기준 총 2180개소가 운영 중이다. 또한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과 재개발지구 등 성범죄 취약지역을 선정해 관리하는 '여성안심구역'도 492개소 운영 중이다.

서울시 또한 지난 2014년부터 24시간 편의점과 제휴해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여성안심지킴이집은 24시 편의점을 활용해, 위급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안전한 대피와 신속한 신고를 지원하고 있다. 편의점 입구에 여성안심지킴이집이라는 노란 스티커가 눈에 띄게 붙어 있어 알아보기 쉽다.

하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밤길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여성의 47.0%는 야간보행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조사(2016년 52.2%)보다 5.2%포인트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성 2명 중 1명은 야간보행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

경찰 관계자는 "여성을 비롯한 지역주민 모두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박솔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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