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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는 언제 오누"... 요양시설 노인들에겐 우울한 어버이날

가족과 만나 정을 나누는 어버이날이지만 요양시설의 노인들에게는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정부가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속 거리두기'로 완화했지만 요양시설에 대한 방문 자제 지침은 유지한 것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요양시설이나 요양원은 고위험군인 어르신과 기저질환자가 밀집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면회나 외출 제한 등 방역조치의 완화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요양시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던 시점인 2월부터 약 석 달간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왔다. 요양시설에 부모를 모신 자식들은 정부의 지침이 이해가 가면서도 오랫동안 부모를 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요양시설 내 관계자들 역시 “정부의 지침에 따르고 있지만 답답함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라고 말했다.

B 요양원은 가족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시설 내 가족들을 위해 비대면 창문 면회를 준비 중이다 (사진=뉴스1)


가족 만나지 못하는 요양시설 노인들... '창문 면회' 아이디어도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신 김모씨(28·여)는 걱정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부인의 요양원 출입이 제한돼 석 달간 할아버지를 찾아 뵙지 못했다. 어버이날 직접 찾아 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면 면회는) 예정에 없다"는 요양원의 답변만 돌아왔다. 김씨는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 편찮아지시기 전까지 많이 뵙고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너무 속상하다"며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요양시설의 노인들 역시 자식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광주의 A 요양원 관계자는 “자녀들을 오랫동안 보지 못해 어르신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보호자들이 원할 때마다 언제든 영상통화를 통한 비대면 만남을 돕고는 있지만 안타까움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A 요양원은 ‘비대면 창문 면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손은 잡지 못하더라도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신청률이 낮은 상황이다.

요양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요양원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탓인지 기대보다는 신청률이 낮다”라며 “방문객들에 한해 비대면 면회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어버이날 행사는 규모 줄여서... 방문 없으니 후원도 감소

경남의 B 요양원은 올해 어버이날 행사 규모를 예년보다 대폭 축소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호자들과 함께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행사 등을 크게 진행했지만 현재는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B 요양원의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어버이날에는 면회를 재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후원도 크게 감소했다.

경기도의 C 요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상황도 악화하면서 후원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요양시설을 방문하면서 후원하는 사례가 많은데 방문 자체가 줄다보니 자연스럽게 후원규모도 감소한 것.

C요양원 관계자는 "새로운 후원자를 찾아야 하는데 대면이 어렵다 보니 누구를 만나 후원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요양원 역시 마찬가지다.

B 요양원의 관계자는 “보호자나 외부인의 방문과 함께 자연스레 후원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것이 완전히 차단되다 보니 사실상 (후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관계자는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어르신들과 보호자들이 안전하게 대면 면회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의 건강"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끊겼다.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요양시설 측에서 봉사 신청을 받지 않은 것이다.

자연스레 요양시설 내 요양보호사들의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졌다. 자신의 건강도 지키면서 거주 노인들의 건강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B 요양원 관계자는 "이번 어버이날 대면 면회를 통제할 때에도 어르신들을 보고싶어 하는 가족들을 설득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며 "정부의 지침에 따라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직원들이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요양원들은 예방적 코호트(시설전체격리)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관계자는 "경기도 등 일부 요양원에서는 질병 노출 우려 때문에 약 한 달간 코호트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다"며 "요양시설 내 직원들이 한동안 시설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어르신들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의 건강이기 때문에 각 기관에서 정부의 지침에 따라 고군분투 중이다"며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요양시설 내 어르신들과 보호자들이 안전하게 대면 면회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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