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인터뷰]“염따 형, 나 진심 형 팬이야”

최근 힙합씬에서 가장 핫한 래퍼인 ‘염따’와의 컬래버레이션(협업, 이하 콜라보)를 통해 만들어진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플렉스’의 인기가 뜨겁다.

제품 자체도 인기지만 이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누리꾼들에게는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양측이 의 콜라보는 롯데칠성음료 한 직원의 팬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롯데칠성음료 주류BG에서 마케팅업무를 담당하는 장승훈(38·남) 책임.

장 책임은 평소 힙합뮤직을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래퍼 염따의 팬이었다. 장 책임은 염따가 게재한 유튜브 동영상에 개인 계정이 아닌 롯데칠성의 주류 브랜드인 '처음처럼'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으로 "나 진심 형 팬이야. 조만간 축하 선물 플렉스(FLEX)할게”라며 댓글을 달았다.

이 댓글은 염따의 팬들에게 높은 관심을 이끌었고 결국 양측의 콜라보로 '처음처럼 플렉스'라는 한정판 제품까지 발매하게 됐다.

롯데칠성음료 주류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장승훈(38)씨. (사진=신현지 인턴기자)


팬심으로 단 댓글이 콜라보까지

최근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칠성에서 만난 장 책임은 오래전부터 염따의 팬이었다.

그는 "염따의 플렉스 티셔츠 대란을 통해 처음 염따라는 힙합뮤지션을 알게됐다"며 "이후 염따의 노래를 듣고 SNS 팔로잉을 하면서 팬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염따는 힙합 뮤지션치고는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층들이 열광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매력적인 사람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염따라는 브랜드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평소에도 '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이 일치했다는)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염따와의 콜라보를 늘 꿈꿨다고 그는 전했다.

장 책임은 "평소의 소망을 이루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라며 "지난 3월 '2020 한국힙합어워즈'에서 염따가 ‘올해의 아티스트상’ 축하 라이브 방송을 하던 중 처음처럼을 마시는 모습을 보았다. 어떻게든 염따와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서 본능적으로 댓글을 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따로 염따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콜라보를 제안했다. 이미 처음처럼 내에서 ‘콜라보 한정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준비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획 중이던 콜라보의 방향은 ‘20대’를 향해 있었고 그는 염따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장 책임은 “염따 본인이 플렉스라는 콘셉트로 브랜딩이 되어 있었기에 최적의 인물이었다”며 “사실 성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적극적으로 어필했다”고 말했다.

염따의 유튜브 라이브방송에 달려있는 처음처럼 공식 계정의 댓글.(사진=유튜브 캡처)


‘염따 형 하고 싶은대로 해'... 염따가 제작 총괄 맡아

우연으로 시작한 처음처럼 플렉스의 제작과 출시는 속도가 붙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을 때 이뤄져야 이슈를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책임은 “댓글을 달아두긴 했지만 당연히 내부 회의가 필요했다. 하지만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해 강력하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염따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장 책임은 “염따가 본인은 재미있는 거 아니면 안 하고 소주도 잘 안 마신다고 했다"며 "다행히 이번 콜라보가 염따에게 흥미로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염따는 본인이 직접 소주병 디자인부터 포스터까지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고 처음처럼 플렉스 제작의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그는 “염따가 병뚜껑부터 소주병 색까지 바꾸고 싶어했지만 주류업계에서 제도적으로 제한을 걸어둔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정해진 틀 내에서 염따가 하고자 하는 것을 자유롭게 이룰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염따의 화제성에 잇달아 ‘염따빠끄’(병뚜껑에 인쇄한 염, 따, 빠, 끄를 모두 모으고 인증샷을 남기는 것) 챌린지는 SNS상에서 젊은 층에 인기다. 하지만 롯데주류가 처음부터 손가락에 소주 뚜껑을 낀 인증샷을 기획했던 것은 아니다. 래퍼 쌈디가 포즈를 취해 ‘염따빠끄’를 만들어 SNS에 올렸고 이것이 공식 포즈가 된 것이다.

장 책임은 “염따가 플렉스 출시 기념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쌈디에게 전화가 와 축하를 해주었다”며 “덕분에 쌈디의 팬들까지 플렉스를 알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염따와 인증샷을 찍는 장승훈씨.(사진=처음처럼 페이스북)


회사에 의견을 전하는 데 무게감이 실렸죠

처음처럼 플렉스 출시 이후 롯데주류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크게 성장했다. 경쟁사의 최신제품이 처음 출시됐을 때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한 래퍼의 팬을 떠나 마케터로서의 역량도 빛을 발했다.

장 책임은 "처음처럼 플렉스가 성공했지만 별도로 보너스를 받지는 않았다"며 "마케터가 항상 대박을 칠 수는 없다. 인센티브를 받았다면 계속해서 히트를 쳐여 한다는 부담이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금전적인 이익은 없었지만 이에 버금가는 좋은 변화도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장 책임은 “예전에는 상사들에게 의견을 전할 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이번 콜라보 이후 거리감이 좁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안 후 설득 시간이 짧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사내에서도 내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등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케터로서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그는 “처음처럼이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최신 유행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문화코드를 관통하는 NEXT(다음)를 찾겠다. 자신있으니 지켜봐달라. 빠끄~”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

공유하기